방학(放學)
방학(放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1.1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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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 시조시인

벌써 방학을 한지도 열흘이 지나간다. 여름과 겨울이면 학생들은 학기를 마치고 수업에 고생한 마음을 잠시 쉬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배운 공부를 현장에 가서 체험학습을 하기도 한다. 여름과 겨울은 무덥고 춥다. 그래서 공부를 하려면 힘이 들고 또한 에너지의 소비도 많다. 따라서 여름과 겨울에 방학을 하여 에너지 소비도 줄이고 다음 학기를 대비하는 효과도 가져오려는 것도 있을 것 같다.

내가 국민(초등)학교 다닐 때 방학이 되면 고모집이나 외갓집에 갔었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는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고모 한 분이 있었고, 작은 고모가 두 분 있었다. 한 분은 함양 수동에 있는 강이 흐르는 곳의 작은 마을에 살고 계셨는데, 방학에 고모님 댁에 가면 형들과 쪽대와 고기 잡는 도구를 들고 물고기를 잡으러 갔었다. 그러던 중 어느 때 인지 모르는데 한 쪽 귀가 아파서 고모님의 애를 태운 적도 있었다. 그리고 작은 고모님 댁에도 더러 갔었는데 마산에 있는 고모님 댁과 산청 부리라는 마을에 있는 고모님 댁에는 나와 나이기 비슷한 형과 동생이 있어서 재미있게 놀고 온 기억이 삼삼하다. 지금은 모두가 나와 같이 중년의 나이를 먹고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경조사가 있으면 한 번 쯤 만나서 얼굴도 보곤 한다. 그럴 때면 무척 반갑다.
요즈음의 방학이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등으로 인하여 학교에 오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가족이 많은 경우는 가족의 집에 가기도 하지만 가족이 없는 경우가 많아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은 학교로 오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들도 외지에 보내는 것 보다 학교에 보냈다가 집에서 보는 것이 더 마음이 놓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유가 있는 집안에서는 아이들과 여행을 가기도 하고, 함께 체험하러 가기도 한다. 그런 아이들은 부모님을 잘 만나서 태어난 것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른들의 팍팍한 삶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 추억이라는 경험을 쌓는 것이 어렵고, 방학이라는 좋은 기간을 여유를 부려 보지도 못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져 안타깝다. 방학이면 계획을 세워서 학교에서 배운 다양한 삶에 대하여 현장으로 달려가 체험으로 습득도 하고, 다음 학기를 위하여 윤활유를 채우고, 또 친지를 방문하면서 친지를 알고 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텐데….
내년부터는 학교마다 다양한 방학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현재 여름과 겨울 그리고 학년말이면 하는 봄(학년말)방학에서 4월이나 5월에 하는 봄방학과 가을에 하는 가을 방학 등을 학교의 여건이나 사정에 따라서 할 수 있도록 하여 나라의 경제도 활성화 시키고, 학생들의 현장 체험도 늘려가도록 한다는 취지이다. 학생들에겐 좋은 제도임에는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지금의 돌봄교실도 살아가기에 바쁜 부모님들을 대신하여 아이들을 학교에서 보살피는 제도인데, 봄방학과 가을방학은 대체로 보면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따라서 그 때가 되면 더 바쁜 가정들도 많다. 그런 집에 아이들은 학교에 나와서 공부를 하여야 한다. 어떻게 보면 그 아이들도 부모님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싶은 마음이 많아질 것이다. 자칫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는 않을지도 우려가 된다. 모든 제도란 좋은 것이 있으면 좋지 않은 것도 있기 마련이고, 혜택을 보는 사람이 있으면 불이익을 보는 사람도 있기는 마련이다. 그래서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혜택을 보지 않는 사람들을 항상 생각하고 배려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다.
방학이란 꼭 아이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한번이나 아님 몇 번 정도는 방학을 가져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자신의 뒤를 돌아보거나 잠시 여유를 가지고 싶을 때면 아이들 못지않게 어른들도 방학을 가져서 마음의 윤활유를 채우면 힘들고 고된 인생의 삶도 더 생기 있고 더 나은 미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새해가 바뀐지도 벌써 보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세월은 쉼도 없이 달리기만 하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간혹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는 더 나은 다음 학기를 위하여 여유와 힘을 가지도록 하고, 아직도 방학을 모르는 우리 어른들은 며칠만이라도 방학을 갖는 여유를 챙겨보자. 그러면 우리의 인생길이 더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이 될 것이며, 모두가 함께 가는 즐거운 나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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