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사라지다니!
국회의원이 사라지다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1.1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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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삼권분립에 대해 배웠다. 초등학교 때도 배웠기는 하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데 중학교 시절 사회 교과서를 펴고 앉아서 선생님의 수업을 받았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키가 크고 코가 뭉텅한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삼각형을 흑판에 그려서 삼권분립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왜 그랬던지 그 수업이 잊혀지지 않는다. 삼각형의 세 꼭지점에다 입법(국회), 사법(법원), 행정(대통령), 이라고 쓰고 세 곳이 힘의 균형이 조화로워야 민주주의가 잘 되어 가는 거라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어느 한 곳의 힘이 빠진다든가 어느 한 쪽이 힘이 다른 쪽에 비해 강하면 민주주의 실현은 실패한다고. 선생님은 실패라는 말을 하며 삼각형의 세 변 중의 한 변을 꼬불꼬불하게 만들어 삼각형을 망쳤다.


'균형' '조화' '평등' 이라는 말들은 언제나 듣기에도 참 좋다. 당시 수업시간에도 국가권력이 세 곳으로 조화롭게 나누어져서 균형을 유지하면 민주주의가 잘 되고 우리 사회가 잘 살게 되겠다는 생각에 안심한 기억이 또렷하다. 하면서 흑판에 그려진 삼각형이 늘 팽팽하기를 바랐다. 선생님이 실패라는 말을 하며 망쳐버린 삼각형 같이 삼권분립이 일그러지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통진당이라는 정당을 강제 해산하고 그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원 자격을 강제로 빼앗긴 일이 자꾸 잊혀지지 않는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안 되는데... . 정당을 해산하고 국회의원 자격을 박탈한 행정(대통령)부와 사법(법원)부 쪽의 해산과 박탈의 이유를 들어봐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가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에서 주로 채택하고 있는 사상(사회주의)을 따랐거나 동조했다는 게 그 이유인 것 같다. 그 사상을 따라서 실제로 무엇을 잘못하였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

통진당 의원들이 저지른 죄라는 게 이런 것이라면 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 어떤 사람이 이웃집의 가훈이 마음에 들어서 그 가훈을 자신의 집 가훈으로 삼겠다고 마음을 먹고 실제 자신의 거실에다 그 가훈을 그대로 배껴쓴 액자를 걸었다고 강제로 그 가정을 해산시킨 것과 무엇이 다른가!! 박근혜 정권의 정치는 상식적 논리와는 다른 논리를 갖는 것일까? 진짜 헛갈리고 참담하다. 헌법에 보장된 사상의 자유가 통진당과 그 소속 의원들에게만 적용이 안 된다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 국민들도 사상의 자유가 없다는 것일까? 그래서 헌법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까?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은 국민의 대표다. 바로 그 사람들이 국민이다. 그 국민의 대표가 행한 정치활동을 트집잡아 이래도 되는 것인가! 국민들은 이 점에 가장 분노하고 있다. 국민이 뿝은 국회의원을 그 범죄의 증거도 들이대지 못하면서 그 정당을 강제 해산하고 소속 의원들의 의원 자격을 강제로 박탈하는 건 국민을 적대시 하는 것이고 국민을 쌩 무시하는 처사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은 이미 정권이 아니라 국민의 적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다.

비판하고 심지어 비난까지도 정치의 한 요소다. 어찌 만 국민을 위해 일개 국가를 이끄는 일에 반대 의견이 없을 것인가. 오히려 반대 의견이 없는 게 이상하고 수상한 일이다. 비판과 비난 속에서 더 좋은 정책이 탄생할 것이다. 반대 의견 없는 정치는 독재라고 한다. 독재는 엄연한 범죄 행위다. 반대 의견을 이렇게 완전히 죽여서 원천봉쇄를 하는 데는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미리 알려 주는 것이다. 무엇이 저토록 두려운가? 누가 저토록 증오스러운가?

게다가 가장 적은 국회의원을 가진 정당을 가장 많은 수를 가진 정당과 행정 수반이 한편이 되어 해산시키고 자격을 빼앗은 일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거야 말로 '갑질'이지 않은가. 국민을 이렇게 자꾸 물로 보면 안 된다. 말은 못해도 우리 서민들도 옳고 옳지 않은 것은 다 안다. 다 알면서도 속아준다. 그렇다고 자꾸 이러면 안 된다. 제발 올바름을 세워가기 바란다. 사실 이제 먹고 사는 데 있어 쌀 걱정은 안 한다. 쌀이 없어서 불행한 일은 없다. 다만 올바르지 않을 때 우리는 불쾌감을 느끼고 결국 불행해진다. 올바를 때 우리는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느낀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서로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서로 고맙다고 말하고 마음에 고마움을 새기며 유쾌함을 느낀다. 그리할 때!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가 된다. 이 점을 정치 하는 사람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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