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스런 독수리는 상처가 많다
용맹스런 독수리는 상처가 많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1.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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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시련과 실패는 다르다. 그런데도 우리는 시련과 실패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 시련은 어떠한 일을 하는 동안 닥치는 난관과 어려움이며, 실패는 시도한 어떤 일의 상황이 끝난 상태를 의미한다. 시련이 과정이라면 실패는 그 과정의 결과이다.

시련은 극복의 대상이나, 실패는 낙망과 절망의 원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시련을 견디지 못하고 시련 그 자체를 실패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과정을 결과라고 착각하는 어리석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시련을 실패라고 생각함으로써 가능성을 미리 차단해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패라는 것 또한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가 아니다. 불행도 마찬가지이다. 그 어떠한 불행을 당하더라도 불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불행이 아닐 수 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한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의 짧은 한마디 철학이 우리들에게 얼마나 많은 용기와 희망을 주었는가!

산에서 조난당한 사람이 조난당한 현장에서 죽는 경우는 퍽 드물다고 한다. 대부분 마을 가까이 내려와서 죽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조난당한 사람은 자기가 마을 인근까지 내려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이제는 도저히 안 되겠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림으로써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그래서 전문 산악인들은 조난을 당해서 버티다가 마지막이라고 느꼈을 때 30분만 더 버티라고 가르친다. 만일 가까이 내려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들은 결코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 일을 하다가 도저히 힘들어서 할 수 없다고 중도에서 포기하는 경우… 바로 그때가 그 일의 정점에 도달한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때가 지나면 그 일이 쉬워질 수 있는데도 우리는 그 점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하는 일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느껴질 때 30분만 더 참고 견디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30분이란 시간의 단위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더 참고 견디어 보라는 인내를 강조하는 말이다. 재능이 있으면서도 오늘날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은 이유는 바로 인내의 결핍 때문이다.

날개를 크게 다친 독수리 한 마리가 벼랑 위에서 하늘 높이 날아오르려고 했으나 다친 날개로는 도저히 하늘 높이 날 수가 없었다. 독수리는 날기를 포기하고 지난날을 생각했다. 태어나자마자 형제들을 벼랑 아래로 떨어뜨리던 아버지 생각이 났다. 살아남은 독수리에게 아버지 독수리가 말했다. ‘넌 위대한 독수리가 될 자격이 있다.’살아남은 독수리에게 뺨을 비비며 기뻐하던 아버지 독수리가 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보다 더 이상 위대한 독수리로 살아갈 수 없게 된 상처의 아픔이 더 컸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 독수리는 벼랑 아래로 오랫동안 내려다보았다. 벼랑 아래에는 죽은 독수리의 뼈들이 수북 히 쌓여 있었다. 그 속에는 아버지의 뼈도 쌓여 있었다. 독수리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은 이 방법밖에 없어! 독수리는 아버지를 떠 올리며 벼랑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몸을 잔뜩 웅크렸다. 순간, 어디선가 대장 독수리가 쏜살같이 하늘에서 내려와 ‘잠깐!’하고 소리쳤다. ‘형제여 왜 자살을 하려고 하는가?’‘저는 더 이상 높이 날 수가 없습니다.’대장 독수리는 한참 동안 그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그를 향해 날개를 활짝 폈다. 그의 몸에는 여기저기 상처 자국이 나있었다.‘나를 봐라, 내 온몸도 이렇게 상처투성이잖니. 상처 없는 독수리가 어디 있겠니. 이건 겉에 드러난 상처일 뿐이다. 내 마음의 상처는 이보다 더하다. 일어나 날아보자. 상처 없는 독수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린 독수리뿐이다.’대장 독수리의 말은 참으로 옳은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상처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나에게도 인생을 살아오면서 몸에도 상처가 여러 군데 있고 남에게 말 못할 마음의 크나큰 상처도 있다. 독수리의 우화 한 토막을 생각하면서 모든 상처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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