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위의 철새들을 보며
강물 위의 철새들을 보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1.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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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 시조시인

집이 진양호 아래 남강에 가까이 있어 가끔 강의 둔치에 만들어 놓은 산책로를 따라 운동을 하러 가곤 한다. 겨울의 차가운 날씨지만 운동을 하기 위한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강에는 삼삼오오 떼를 지은 겨울 철새들이 물위를 유유히 움직이고 있다.

정말로 한가롭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사람과 새들이 함께 하는 공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겨울철새들은 추위가 더욱 좋은 것이다. 우리는 추위에 얼굴이 벌개져서 바삐 땀을 흘리도록 움직이지만 철새들은 그렇지 않고 강위를 오락가락 하면서 먹이도 찾고 하는 모습이다.

어느 날 저녁에 본 뉴스에 의하면 국립공원관리사업소에서 사라져가는 여우를 복원하여 산에 풀어 놓았는데 그것을 잡기 위하여 산에다 동물 잡는 틀을 놓아서 복원된 여우를 죽이고 있다고 한다.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는 것일까? 돈이라면 무엇이라도 하려는 돈에 대한 욕심일까? 동물은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관계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만약 어느 한 종이 없어지면 먹이사슬의 틀이 뒤틀어져서 다른 종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한다.

사람이 잘 사는 비결은 무엇일까?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즉 가죽 옷이 필요하면 그 옷을 만들기 위하여 동물들을 죽이고 가죽을 벗기기도 하고, 동물의 고기가 필요하면 그 고기를 섭취하기 위하여 동물을 죽여서 고기를 득하는, 사람들의 편리에 따라 동물들을 잡아 죽이다보면 이 지구상에 없어지는 동물들의 개체가 나오기 마련일 것이다. 그렇게 한 종, 두 종…, 이렇게 없어지면 사람들은 잘 살 수 있을까? 한 쪽에서는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없어지는 개체 종을 복원하려 노력하고, 한 쪽에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편리성을 위하여 동물들을 죽이기 위하여 온갖 짓을 다하고 있는데 과연 어떤 것이 우리들의 삶에 도움이 될까? 동물들을 죽여서 우리들의 편리에 보탬을 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우리들의 욕구에 충족을 하지 못하지만 동물들을 보호하면서 그들과 함께 지구를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심사숙고 해 볼일이다.

내가 출근하는 곳은 하동의 화개이다. 차를 운전하면서 1시간이 조금 더 걸리게 달려가면서 보는 곳에 섬진강이 따라 간다. 하얀 모래밭이 맑은 물과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 조용 조용 목소리를 줄인다. 그 위에 쪼르르 가기도 하고, 맑은 물에 유유히 헤엄을 치면서 노는 새들을 보기도 한다. 물과 모래사장만 있으면 뭔가 빠져 허전한 마음이 들 텐데 새들이 끼리끼리 노닐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있어 더 좋은 느낌을 가지게 한다. 가끔은 찻길에서 눈을 들어 섬진강과 어우러지는 다양한 모습을 보면서 눈의 피로를 줄여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삶에 찌들려 달려가는 출근길이지만 주위에 있는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에 혼자가 아닌 여럿이 어울려 여유를 즐기는 새들과 햇빛은 나의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만든다. 차는 달려가지만 마음은 벌써 섬진강과 하이얀 백사장, 그리고 그기에 노니는 새들과 같이 함께 노니는 내가 되고 있다. 여유를 찾고 싶은지 모른다.

우리는 가끔은 새들이 되어 보기도 하고, 바다에 있는 물고기가 되어 보기도 하는 꿈을 꾼다. 새가 되어 마음껏 하늘을 날아보기도 하고,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가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한 마리 새가 되면 나의 마음은 벌써 가고 싶은 곳이 많아진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마음껏 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된다면 바닷속에 다양한 모습들을 보고 싶어진다. 가끔 사진으로 보면 바닷 속도 너무 아름답다. 그리고 새와 물고기는 우리가 보는 느낌으로는 너무나 여유롭고 평화롭게 보이기도 하다. 물론 그 이면에 보면 삶을 살아가면서 어려운 부분도 있기 마련이지만 말이다.

내가 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과 같이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나의 희망과 꿈이 부서지지 않을 테니까. 만약 그것을 없앤다면 나의 꿈과 희망은 없어지고 마음엔 생기보다 삭막함이 자리를 잡을 것 같아 무섭다. 우리가 자연을 사랑할 때 우리들의 마음은 넉넉해지고 꿈과 희망도 저 파란 하늘로 그리고 푸른 바다로 마음껏 날아갈 것이다.

남강에 유유히 헤엄치는 겨울 철새들을 보면서 나의 마음에도 여유와 낭만을 찾아본다. 그리고 아름다운 마음을 일깨워 본다.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강물에 헤엄치는 새들을 보려 갈 여유가 없다면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얼마나 여유가 있고 아름다운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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