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간 외길 인생 긍지와 사명감 넘친다
55년간 외길 인생 긍지와 사명감 넘친다
  • 강정배기자
  • 승인 2015.01.28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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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제작·수리전문’ 진주시 진일라이닝 허현진씨

 
오로지 55년간 자신이 운영하는 부품 제작·수리소를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영업을 해오고 있는 진일라이닝 허현진(75·진주시 강남대로) 대표. 허 대표는 남이 하지 않고 꺼리는 일이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며 3D 직종이지만 이 일이 있어 그나마 즐겁다고 했다.
그래도 내(허 대표)가 없으면 부품을 수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사업주나 당사자들에게는 아쉬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부품이 단종되거나 외국에서 생산된 부품으로 구입이 어려울 경우에는 내(허 대표)가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 때문에 허 대표는 무엇보다 이 일을 하면서 사명감은 물론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본보 기자에게 자랑했다. 허 대표는 이 같은 일은 돈을 벌기보다는 생계를 위해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다며 솔직한 심경도 털어놨다. 허 대표는 다시 태어나도 이 일(동력전달장치인 라이닝 클러치 디스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으로는 부인과의 슬하에 2남을 두고 있다.
 

다음은 허 대표와의 일문일답.

-라이닝이란
▲자동차나 선박, 농기계 등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동력전달장치다.

-언제부터 진일 라이닝을 운영해 왔나
▲1960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운영을 하고 있다. 어느새 55년이란 세월이 지난 것 같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클러치 디스크를 수공(손)으로 제작했다고 들었다. 맞나
▲맞다.

-당시 무엇으로 제작했나
▲드럼통과 강철판을 이용해 만들었다.

-수공으로 만든 부품의 인기도는 어땠나
▲그 당시에는 부품을 만들 수가 없어 사실상 없어서 못팔 지경이었다.

-주 소비자는 누구였나
▲버스와 트럭이 대부분이었다.

-줄 곳 지금의 자리에서 영업을 해 왔나
▲아니다. 지금의 자리는 3번이나 옮겼다.

▲ 허현진씨가 운영하고 있는 진주시 소재의 진일라이닝 모습.
-이전 장소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맨 처음에는 당시 중앙로터리 옆 전 서울은행 자리다. 당시 이 자리는 부친이 조그마한 부품상을 운영해 왔다. 그 때에는 상호가 진일사였다. 진일사는 당시 자동차 부품 일부와 자동차 클러치 디스크를 제작했었다. 이후 자동차 라이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상호도 진일 라이닝으로 바꿨다. 그런 뒤 다시 장대동 예전의 동명극장 인근 제일은행 옆 근처에서 점포를 이전한 후 다시 상평공단 사거리 옆으로 이전했다. 또 다시 현재의 자리로 이전해 영업을 하고 있다.

-지금의 자리는 언제 이전을 했나
▲20여 년 전쯤으로 알고 있다.

-허 대표의 고향은 어디인가
▲마산이다.

-언제 진주로 왔나
▲4살때 진주로 왔다.

-초·중·고를 진주에서 다녔나
▲그렇다. 진주농림고 46회 졸업생이다.

-진주농림고 46회 졸업생 중 알고 있는 분이 있나. 누구인가
▲있다. 강신화 전 교육감이 동기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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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의 부품 판매업 영향
기계 기술 자연스럽게 익혀

자동차 등 동력전달장치 다뤄
진주서 유일한 수리업체

남들 꺼리는 3D 직종이지만
다시 태어나도 이 직업 가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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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됐나
▲졸업 후 당시 다른 형제에 비해 그다지 머리가 좋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기계(부품)에 관심을 가지면서 더 좋은 직장을 원하지 않고 이 길(라이닝 부품제작)을 선택했다. 수공업이 좋아서다.

-지금도 동력전달장치인 자동차 라이닝 클러치 디스크를 수리해 주나
▲지금은 시대가 예전에 비해 크게 발전됐다. 그래서인지 제품을 의뢰하거나 주문을 하지 않고 가끔씩 아주 특별한 부품만을 가져와 수리를 요구하는 수준이다.

-그럼 지금은 어떤 수리를 해 주나
▲지금은 무게가 그다지 크지 않은 워터 펌프를 수리해 주고 있다.

▲ 허 대표가 기계차 엔진 순환펌프 수리를 하고 있다.
-허 대표는 언제부터 이 기술을 배웠나
▲70 평생을 살았지만 별도로 기술을 익힌 적이 전혀 없다.

-그럼 어떻게 이같은 일을 하게 된 동기가 있나
▲동기라고는 정말 우연의 일치다. 당시 부친이 부품 판매점을 운영해 왔다. 부품 판매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술을 익히게 되었다.

-부품 판매상에서 부친의 일을 도우면서 부품도 수리했나

▲수리는 별도로 하지 않았다. 부친 몰래 나 혼자서 수리를 해 보곤 한 게 전부다. 그 때 내(허 대표)가 부품 제작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허 대표의 운영하고 있는 진일 라이닝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 것은 무슨 의미인가
▲내가 다시 태어나도 이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현재에도 이 직업은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살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면 된다.

-아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나
▲아니다. 아내는 내가 다시 태어나도 이 직업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어떤 이야기를 하나
▲나와 다시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허 대표가 7남매 중 3째였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생활상을 전해 달라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모셨다. 위로는 2명의 형님이 계셨고, 아래로는 남동생 1명이 있었다. 여동생들은 이미 출가했다. 큰형은 사범대를 졸업한 후 교장으로 퇴직을 했다. 그리고 둘째 형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외국계 회사에 본부장으로 근무했고 대학교수로 재직을 해오다 퇴직했다. 막내 동생은 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전 대동기계공고 현 자동차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해 오다 지난해에 퇴직했다.

-허 대표의 가족도 아들 2명이 있다고 했다. 아들 자랑을 해 달라
▲큰 아들은 조선일보사에 기자로 활동해 오다 지금은 모 재단소속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작은 아들은 삼성전자 HD TV연구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허 대표의 현재의 한 달 수입은 얼마나 되나
▲수입이라기는 그냥 용돈벌이라고 해야 한다. 한달 80만원 정도다.

-그럼 허 대표가 하고 있는 이 직업이 소일거리라고 보아도 되나
▲그렇게 보면 된다.

-매일같이 출근은 어떻게 하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점심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나
▲잠시 휴식을 취한다고 생각하고 직접 자전거를 이용해 집으로 가서 해결한다.

-출퇴근은 언제하나
▲출근은 오전 10시며 퇴근은 오후 7시께다.

-공무원이나 직장인에 비해 퇴근 시간이 늦다. 왜 늦나
▲내가 하는 일은 자동차 공장이나 기계 부품 공장의 업무가 마감되어야 일거리를 가져 온다. 그래서 퇴근을 늦게하는 편이다. 늦게 주문을 받은 부품은 오전에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부품 제작이 많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
▲밤샘을 하고 있다.

-왜 밤샘을 해야 하나
▲모든 부품들의 경우가 다 그렇다. 부품 제작을 요구하는 일들이 모두 다 시각을 다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속을 한 부품은 어김없이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부품 중에 잘 안 되는 것도 간혹 있다. 그래서인지 빨리 제작을 할 수 없을 경우에는 밤샘을 해서 주문한 부품을 전달하고 있다.

-단골은 많나
▲많다. 오랫동안 이 일을 해오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쉬는 날도 있나
▲당연히 있다. 예전에는 추석이나 설 명절에만 쉬었다. 지금은 국경일이나 일요일 같은 공휴일에는 쉰다.

-매일 같이 일거리가 있나
▲요즘은 쉬는 날이 많다. 일거리가 많이 없는 셈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에피소드를 들려 달라
▲많은 에피소드가 있다. 이 일을 시작한 지 55년이 된 셈이다. 사천공항에서의 할주로에 불을 밝혀야 했는데 당시 불을 밝히기 위해서는 발전기를 사용했다. 그런데 발전기에 들어있는 모터 순환펌프가 고장이 나면서 활주로의 불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긴급한 사황이었다. 그때 모터 수리를 주문해 왔다. 2~3차례 수리를 했으나 모터 내에 들어있는 베이링이 파선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끝까지 수리를 하면서 작업을 완료했다. 그때 공항 관계자가 직접 찾아와 고맙다며 인사를 건내기도 했다. 또 중기 작업도 가끔씩 해주면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다.

-진주에 또 다른 동력전달장치인 자동차 등 라이링을 수리해 주는 업체가 있나
▲없다.

-그럼 독점이네요
▲(하하) 독점이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부품을 수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일거리도 많지 않다.

-인근 마산지역에서의 부품수리도 의뢰를 받았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그렇다. 예전에 마산에서 라이닝 부품을 제적하던 분이 나이가 많아 일을 하지 못하면서 내가 했었다.

-하루에 라이닝 클러치 디스크를 몇 개나 제작할 수 있나
▲겨우 2장 정도라고 보면 된다. 사실상 2장도 쉽지 않다.

-허 대표는 지금 어디에서 거주하나
▲진주시 인사동 주택에서 거주한다.

 
-허 대표는 평소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나
▲별도로 건겅관리를 하지 않는다. 맨손체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이 나의 운동이다.

-정말 궁금하다. 언제 자동차의 클러치가 없는 차량이 진주지역에서 다녔나
▲내가 알기로는 아마도 1980년 초반기였다고 본다. 그게 바로 유압 클러치다. 일본차량이 주류를 이뤘다.

-현재 이곳(진일 라이닝)의 소유주는 누군가
▲나다.

-언제 구입했나.면적은
▲20여년 전이다. 6평 정도다.

-당시 구입가격은 얼마였나
▲3000만원 정도였다.

-허 대표는 이 직업을 언제까지 할 계획인가
▲내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 할 계획이다.

-혹시 걱정이 있다면
▲내가 없어서 나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부품을 제작해 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가장 걱정이다.

-허 대표는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나
▲긍지와 사명감이 없어면 이 같은 일을 절대로 할 수 없다.

-허 대표의 자랑을 해 달라
▲자랑할 게 없다. 나는 아직도 나서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없어진다면 부품제작을 못하면서)더욱 더 부담이 된다.

-향후 계획을 밝혀 달라
▲건겅하게 살는 거다. 자식들에게 짐이 안 되게 하는 생각 뿐이다. 그래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가는 게 나의 희망이며 미래다. 후회는 없다. 강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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