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미들
일개미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2.0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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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우리는 아무리 발악을 해도 일개미다. 우리가 일개미라는 이 사실을 구태여 부정하지도 않는다. 웬만하면 그냥 덮어주고 넘어가 준다. 마음 맞는 몇 몇이 모여 앉아 불평을 한다해도 그야말로 그렇게 합바지 방귀처럼 궁시렁 거리다 만다. 또한 웬만 안 해서 좀 심하다 싶어도 다 그런 거지 뭐, 어려움이 있겠지, 하면서 또 넘어가 준다. 그러다 너무 너무 심하다 싶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꼭 극성스런 오른쪽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 만큼 한 극소수의 사람들은 참으로 다기지게 어떤(?) 행동을 하겠지만 대개의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실로 모른다.


나도 진실로 모른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건강보험료 개혁 보류’는 너무 상식적인 일이고 빼도박도 못하는 ‘우리들의 문제’이다 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가만히 안 있자니 별 뾰족한 수가 없기는 하지만 혼자서 화라도 내봐야 하겠다. 그러잖아도 이래저래 죽어나는 건 서민인데 그 서민의 삶과 건강은 어찌되던 모르쇠로 일관해오다가 그 서민의 1%의 부자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몇 년째 연구해왔던 고소득자 건강보험료 인상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차라리 모르쇠로 일관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서민의 물가에 대해선 이런 핑계 저런 핑계 온갖 핑계를 다 끌어다 명분을 만들어서는 거의 50%를 인상했다. 드러난 것은 담배값 인상이 그 예이지만 그것 때문에 덩달아 올라가는 물가에 우리 서민들은 어지러울 지경이다. 딱 한가지 안 오르는 게 있다. 그것이 일삯이다. 일을 하고 받는 것이지만 어쨌든 유일하게 받는 그것만이 근 십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그럼 상대적으로 임금은 내렸다는 말이다. 상대적인 내림이 아니라도 실제로 임금이 내린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면서도 절대로 세금을 올리진 않았다. 앞으로도 세금 인상은 하지 않는다. '증세 없는 복지'를 계속하겠다며 돼지 뒷발톱처럼 국민과는 엇박자를 놓는다. 국민의 60% 이상이 이미 세금을 올린 걸 알아차렸다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 보수 신문들조차도 여론 조사를 그와 같은 맥락으로 대동소이로 내놓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푸른 기와집에서만 '증세는 안 한다니까, 봐아, 증세 아니잖아!!! 라며 국민을 사실상 억박지르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국민은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 다만 견디고 있을 뿐이고 예의 주시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서민국민이 잘 하는 게 몇 가지 있다. 1% 부자들을 위해 일하기, 정부의 거짓말과 엇박자 견디기, 동료들은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눈치보기,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 말고 우리가 잘 하는 게 많지만 감동하여 가엾이 여기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오래 전부터 둥근 두레반 밥상에서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 살아온 인정이 많은 사람들이라 누군가 조금만 선행을 해도 감동하여 찬사를 퍼주기를 즐긴다. 그래서 푸른집의 여인이 어쨌든 권좌에 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해서 하는 말이다.

지금이라도 행정부가 그 잘난 ‘증세 없는 복지’ 고집을 꺾어야 한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 나라 형편이 이렇게 저렇게 말이 아닌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여러분들이 신나고 살기 좋은 복지의 나라로 만드려면 우리 국민 모두가 형편에 따라서 십시일반으로 세금을 조금씩 더 내셔야겠습니다. 예, 형편에 따라서 말이지요. 돈을 잘 버는 고소득자는 고소득자답게 그 형편에 맞게 더 내어 저소득자를 도와주고, 저소득자들은 또 극빈자를 위해 조금 더 힘을 써는 마음을 살려서 우리 모두 잘 살면 좋겠습니다. 저부터 먼저 ‘특별부자세’ 명목으로 1조를 국고에 기부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국민여러분!! 저와 함께 복지국가로 가보지 않으시렵니까?!” 저 푸른 기와집에 그림 같은 몇 십만원 짜리 쓰레기통을 놓고 사는 여인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우리 국민들은 밤새 열광하며 그 여인을 사랑하며 따를 것인데. 진짜다.

어쨌든 아직까지도 우리 서민들은 끽 소리 못한다. 내 친구 한 사람은 이혼남으로 두 아들을 키우며 원룸에서 말대로 어렵게 살고 있다. 담배를 피우는 게 유일한 낙이다. 내가 담배값이 배로 올라서 어쩌냐니까 할 수 없지 뭐 끊는 수밖에, 하고 말하곤 계속 피우고 있다. 오르기 전에 한 갑 사서 슬그머니 주었더니 머시기가 거시기 했던지 울먹이기까지 했다. 속으로 못난 놈, 하면서도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참 착한 놈인데...... .

이제와서 ‘컨터롤 타워’를 새로 설치한다고 설레발을 친다. 이건 또 뭘까? 어쩐지 뭔가 아주 아주 불길하다. 물론 나는 소설가이니 어떤 경우엔 상상력이 엉뚱한 방향으로 엇발질을 하기도 한다. 차제에 소설가를 핑계되고 엇발질을 한 번 해보자. 현 비서실장은 경질할 때를 하마 몇 번 놓쳤다. 우리는 현 행정 수반이 비서실장을 절대로 경질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이미 읽고 있다. 실은 30대의 지지율 급락의 요인도 실상은 그 문제가 가장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갈아치우기는 해야겠는데, 대안이 있으면 딱 좋겠는데. 컨터롤 타워를 새로 설치해서 그 팀장을 현 비서실장보다 ‘여러모로 더한 사람’으로 앉히면 되겠다는 생각을 그 행정수반이 했다는 거지. 아~~~ 악몽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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