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소유 국가 국민들의 자기기만
핵발전소 소유 국가 국민들의 자기기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0.06 1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수희/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후쿠시마에서 사고가 난 직 후 아는 지인이 동경에 사는 친구가 너무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동경에서 10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사고가 났기에 건강상에는 문제가 없는지, 생활상에는 문제가 없는지 무척 걱정됐다고 합니다. 그랬는데, 돌아온 친구의 대답은 지인이 마치 뒤통수를 갑자기 세게 한 대 얻어맞은 듯 당혹스러웠다고 합니다. “나는 후쿠시마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데, 너는 고작 25Km 떨어진 지역에 살지 않냐. 내 걱정 보다는 네 걱정을 해야지”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네, 저의 지인은 고리 핵발전소로부터 체 25Km도 떨어지지 않은 부산의 금정구에 살고 있습니다. 부산에는 5개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3개가 더 지어 지고 있는 중이며, 최근에는 2개의 발전소를 더 짓겠다며 주민 설명회를 진행했습니다. 부산의 가장 오래된 핵발전소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오래된 핵발전소이며, 제 수명을 넘겨서 4년째 연장 가동 중에 있습니다. 그 친구가 보기에 핵발전소가 10개나 밀집해 있고, 수명을 넘긴 핵발전소까지 가동 중에 있는 부산의 처지가 후쿠시마로부터 100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동경이나 별 반 다를 게 없어 보였던 것입니다.

아니, 후쿠시마에서는 이미 핵발전소가 4기나 폭발하는 큰 사고가 났고, 부산의 핵발전소는 아직 사고도 나지 않았고 큰 지진이나 헤일의 위험도 적은데 어떻게 동경과 부산이 매한가지로 취급될 수 있냐고 이상하다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저는 오늘 이 이야기를 꼼꼼히 따져 보면서 이야기 할까 합니다.

그동안 핵산업계는 핵발전소가 가지는 위험에 대해 많은 작업(?)을 하였습니다. 우선 과학자들이 보는 사고의 가능성은 수많은 반복 실험으로 검증한 통계적 가능성입니다. 그래서 어떤 과학자는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은 100만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고의 가능성을 사람들이 그것을 위험 요인으로 인지하기 시작하면, 마치 사고가 눈 앞에서 당장 일어난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과학자들이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시민환경단체에서 위험 물질과 위험 시설의 건설을 반대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행해지는 것이라 보면 됩니다.

그러나 핵산업계와 핵산업계의 이익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이에 좀 더 나아간 행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위험 요소를 위험 요인으로 인지하지 못하도록 집단적 무딤과 무관심, 망각을 조성하는 일이 그것입니다. 일본에서 사고가 난 이후 일본산 식품과 농수산물에서 검출된 방사선 수치가 기준이 이하이니 먹어도 괜찮다는 이야기, 일본산 수입품을 전수 조사하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이야기, 일본산 농수산물이 국내산으로 둔갑되어 팔리고 있는데도 잘 기사화 되지 않는 일, 이 모든 일이 집단적 무감각을 만들어 내는 사회적 행위입니다.

우리 인근에 있는 핵발전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만약 사고가 일어난다면 인근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 국민들이 꼼꼼히 따져들기 시작한다면, 아마 핵발전소 추가건설은 어림도 없는 일 일입니다.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은 어떻구요.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발전소 노동자 피폭의 문제나, 빈번한 작은 사고들이 어떻게 더 큰 사고로 이어지고, 심각한 결과를 나을지, 꼼꼼히 따져 보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핵기술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나라의 정부는 이에 대한 집단적 무딤과 무감각, 망각을 만들어 내지 않고서는 핵발전소를 건설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국민들 역시 이러한 자기기만의 상태가 아니고서는 핵발전소가 있는 자국의 위험천만한 현실을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일본의 그 친구 분이 지적한 것은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자기기만의 상태입니다. 사고가 발생했다 뿐이지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은 우리와 그들이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매우 불편하고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지혜를 모아 이 위험한 핵발전소를 없애는 일을 그들처럼 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