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로 인해 모두가 즐거워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저로 인해 모두가 즐거워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 한송학기자
  • 승인 2015.02.11 18: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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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한상덕 교수

▲ 한상덕 교수는 “공연을 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웃고 즐거워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잘 가르치는 교수로 상을 받기도 한 대학교수가 거지분장을 하고 나타나고, 원숭이 분장으로 장구를 두드리며 사람들 앞에 등장하는가하면 이번에는 무성영화 변사를 맡아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이번 1인 변사 공연은 최근 화재로 불탄 하동 화개장터 재건을 위해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에게는 위로와, 공연으로 얻은 수익금은 재건 모금에 보태기로 해 더 의미를 갖는다. 변사공연으로 하동 주민들에게 위로와 기쁨을 선사하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경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한상덕(55) 교수이다. 한 교수는 지난달 15일 하동군 화개면 하동군녹차연구소에서 ‘검사와 여선생’ 첫 변사공연을 시작으로 지난 10일 화개면사무소에서 두번째 공연을 펼쳤다. 이 뿐만 아니라 한 교수는 올 한해 동안 화개면 전역 20개 마을을 순회하며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한 교수의 화개면 순회 공연은 화재장터 재건을 위해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서라고 한다. 특히 화개면이 고향인 한 교수는 이번 공연 외에도 2011년에는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원숭이로 분장해 하동공설시장에서 매달 한 번씩 1년간 아홉 차례의 1인극을 공연한 바 있다. 또한 2013년에는 거지로 분장하여 공연 현장에서 어린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면서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고, ‘큰 지혜’를 가진 ‘거지(巨智)’가 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상덕 교수는 “공연은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기쁨을 주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 이전에 저 자신을 위해 공연을 한다. 예술행위에 대한 감상자·수용자가 아니라 생산자·창조자로서의 그 기쁨이 저를 늘 흥분시키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자꾸 무대에 서게 되는 것 같은데 개인의 희열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쁨이 되고 특별한 의미로 다가갈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싶다. 저로 인해 다른 사람이 웃고 즐거워할 때 가장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한상덕 교수와의 인터뷰이다.

-‘검사와 여선생’ 기획 의도는 무엇입니까
▲어렸을 때부터 변사를 한 번 해 보는 것이 저의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에는 국어책에 실린 정비석 선생의 ‘산정무한’을 가지고 변사 흉내를 내 보곤 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대목이 “울며 소맷귀 부여잡는 낙랑공주의 섬섬옥수를 뿌리치고 돌아서 입산할 때에 대장부의 흉리가 어떠했을까?” 지금도 이 구절을 암송하노라면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그리고 제 고향은 하동 화개입니다. 부모님께서 지금 고향에 살고 계십니다. 화개는 시골 산촌으로 어르신들이 공연문화 혜택을 누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을 비롯한 면내 어르신들에게 즐거움과 추억을 만들어드리고자 변사공연을 생각하다가, 작년에 어렵게 영화를 구하게 됐고,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작년 말에 화개 장터에 화재가 났습니다. 그래서 실의에 빠져있을 면민들도 위로하고 장터 복구에 관심도 불러일으킬 겸 변사공연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변사공연은 무엇입니까
▲무성영화를 보면서 변사 한 사람이 육성으로 대사와 설명을 덧입히는 공연입니다. 다시 말해, 1인 다역을 하면서 영화 스토리를 설명하는 일이지요.

-공연내용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공연은 두 파트로 구성됩니다. 먼저 변사공연에 들어가기 전 노래와 춤, 그리고 우리 화개면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유익한 한문구절을 인용해 가면서 관객에게 희망과 용기를 드리는 내용입니다. 그 다음은 변사공연입니다. 영화 상영시간은 정확하게 1시간이지만, 중간 중간에 감성을 울리는 노래를 삽입해 부르고 재담을 가미시켜 1시간이 좀 넘게 진행됩니다.

-공연은 직접 기획하나요
▲그렇습니다.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내고자 하는 것이 최고 목표, 바람입니다. 여러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공연이지만, 최대한 혼자 해결할 수 있도록 지혜를 총동원시키고 있습니다. 그것은 본업인 대학에서의 연구와 교육에 충실하면서, 여력으로 봉사의 꿈을 실천하기 위해서입니다. 복잡하게 ‘버라이어티’롤 추구하다보면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소박한 저의 꿈은 실현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소규모’와 ‘단순함’ 속에서 ‘뭉클한 감동’을 꾀하고 있습니다.

-배우로 활동한 적이 있습니까
▲배우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무대에는 여러 번 서 봤습니다. 우선 저는 경상대학교 ‘경상극예술연구회’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연극의 기초도 배우고 무대 경험도 쌓았습니다. 대학원 때는 모노드라마로 등록금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에 가서 박사과정을 공부할 때는 중국극단에 들어가 배우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귀국 후에는 극단 ‘현장’에서 기회를 주어 여러 차례 무대에 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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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 화재장터 재건 돕기 위해
‘검사와 여선생’ 변사 공연
고향인 화개면 희망 주고 싶어

거지분장은 ‘전통시장 살리기’
원숭이는 ‘어린이에게 희망을’
다양한 공연으로 기쁨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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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등 재능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변사공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는 아코디언입니다. 그래서 7년 전부터 아코디언을 구입해서 연습하고 있는데, 너무 어려워 발전이 없군요. 원래는 1년에 1곡씩 예순이 되었을 때 10곡 연주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물론 독학으로 시작했습니다. 어렵게 선생님을 찾아 정식으로 배우려고 시도는 했는데 시간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인생의 스토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무대 위의 배우나 무대 아래 관객이나 모두에게 추억이 될 수 있는 ‘술안주용’ 스토리 말입니다. 세상은 갈수록 너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화려한 것만을 추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동이란 보잘 것 없는 것에도 단순한 것에도 수없이 많다고 봅니다. 절대치로 볼 때 우리는 옛날보다 훨씬 잘 살고 있지만 그 행복지수는 옛날만 못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살아가기 때문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 전달이 잘 됐으면 하고 바라는 메시지는 “비록 별 것 아니고 단순한 것임에도 그 속에 감동이 있고 행복이 있음을 우리 함께 느껴보자”는 내용입니다.

-총 20회 공연인데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화개면내 20개 마을 노인정을 순회하며 공연을 하게 될 것입니다. 구체적인 일정은 농번기나 마을의 상황에 따라 각 마을 이장님들과 상의하고자 합니다.

-2011년에는 원숭이 공연으로 주목받았는데
▲전통시장이 갈수록 위축되어가자 하동군에서는 ‘전통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하동공설시장 가운데 무대를 하나 지어놓고 문화공연을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담당 공무원이었던 친구가 공연을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가장 관심을 끌 수 있는 캐릭터로 말하는 원숭이가 가장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원숭이 분장과 의상을 입고 1시간 넘게 1인극을 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2011년에는 4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첫째 장날에 9번 공연을 했고, 그 다음해 3회 공연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공연을 펼쳤는데
▲원숭이 공연에 이어, 2013년 하동군지리산생태과학관에서 개관 1주년 기념 공연을 하게 됐는데, 마침 5월 5일 어린이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어떤 꿈과 희망을 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거지분장을 해서 행색은 초라한 거지지만, 머리와 가슴 속에는 ‘클거, 지혜지’를 가진 그런 ‘거지(巨智)’로 분장하여, 우리 꿈돌이들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기로 했던 것입니다. 어렸을 때의 잠시잠깐의 체험이 때로는 인생의 물꼬가 되기도 하는 저의 체험에 근거해서, 공연 내용에 거지가 중국어를 가르치는 것을 넣어 간단한 중국어와 노래를 가르쳤지요.

-출연료 등 수익금은 어떻게 사용되나요
▲큰돈은 아니지만 출연료에 저의 개인적인 성의를 보태서 화개장터 복구 성금으로 내고자 합니다.

-전공은 무엇입니까
▲경상대 중어중문학과를 1회로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두아원 잡극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중국예술연구원 화극연구소에서 1년간 방문학자 신분으로 공부를 했고, 중국 무한(우한)대학에서 ‘조우삼부곡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1년간 중국 호북대학에서 교수를 하다가, 1998년에 귀국해 2007년까지 10년 동안 시간강사를 했습니다. 2008년에 저의 나이 쉰 살에 경상대 중문학과 교수로 임용이 됐습니다. 2012년부터 2년간 경상대 평생교육원 원장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경상대에서 맡고 있는 강의는 무엇입니까
▲교양으로는 ‘기초중국어’, ‘한자의 이해’, ‘연극의 이해와 감상’, 그리고 전공과목으로는 ‘중국희곡’, ‘중국현대문학특강’ 등을 맡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평소 강조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자존감’과 ‘도전정신’입니다. 자신이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모르면 신명이 나질 않습니다. 신명은 순간순간 자그마한 도전에 잘잘한 결실들로 만들어진다고 생각됩니다. 내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자존감을 가지고 내 인생의 ‘하인’이 아닌 ‘주인’처럼 살라고 강조하곤 합니다.

-화개장터 화재와 관련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행복 속에 불행의 씨앗이 있고, 불행 속에 행복의 씨앗이 숨어 있기 마련입니다. 행복할 때는 혹시 이 일로 인해 불행을 자초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좀 더 겸손한 태도를 가지고 자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좀 힘들고 어려울 때는 반전의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불행 속에서 또 다른 행복의 씨앗에 물을 주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연구와 교육, 그리고 봉사.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고 싶지 않네요. 연구실에서는 열심히 연구하고, 교실에서는 열심히 가르치며, 그리고 교외 봉사 현장에서는 신명을 다 해 새로운 예술 행위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동동구루무를 파는 풍각쟁이 공연도 계획하고 있고, 1년 정도 거지 분장을 하고 전국 골목을 돌며 ‘거지(巨智) 인문학 강희(講戱)’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강희(講戱)’란 제가 지금 개발 중인 ‘강의+연희’의 새로운 장르랍니다. 강의 속에 연극이 있고, 연극 속에 강의가 있는 “강중유희, 희중유강(講中有戱, 戱中有講)”,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렙니다.

-하고 싶은 말은
▲저는 “사람이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명령을 기다리라”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구절을 좋아하는데, 요즘 이 중의 ‘하늘천(天)’가 ‘아내처(妻)’로 바뀌었답니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아내의 명령을 기다리라”는 뜻이랍니다. 아내에게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하고 사는 판이라, 아내의 명령이 어떻게 떨어질지 그것이 제일 염려스럽네요. 아내의 한없는 아량과 지지를 기대할 뿐입니다. 한송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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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과 06학번 황지예 2015-05-15 10:25:38
한상덕 교수님 ! 학부시절 교수님의 중국어강의를 두과목 이수했습니다. 덕분에 중국어의 재미에 빠졌었습니다 ~^^ㅎ 여전히 즐겁게 강의하시고 웃으시는모습이 너무뵙기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