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2.15 1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남을 가르치는 직업에 뛰어든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런데 문득 ‘나는 정말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하는 의문이 든다. 지금까지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서 나름대로의 교육 철학을 가지고 가르쳤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랬을까하는 의문이 들어서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흔히 말로는 배우는 사람의 눈높이와 수준에 맞게 적정하게 가르친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배우는 사람도 ‘정말 저 사람은 우리를 잘 가르치네! 혹은 쏙쏙 알아듣기 쉽게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네!’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가르치는 방법에 정답은 없겠지만 우선적으로 배우는 사람이 쉽게 알아들어야 한다. 더불어서 가르치는 사람이 잘 가르치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배우는 사람의 노력이 없으면 그 또한 말짱 헛일이 되는 것이다.

가르치는 중간 중간에 자기도 모르게 이런 질문과 대답으로 스스로 위안을 받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 내용을 이해했습니까?” 이런 질문에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그것도 큰 목소리로 “예!” 지금까지의 20년 이상의 경험상 일방적인 수업이 아닐지라도 이런 경우에는 아는 척, 알아들은 척 하면서 넘어간다. 과연 정말로 알아들었을까? 매번 퀴즈나 쪽지 시험을 볼 수도 없어 그럭저럭 은근슬쩍 넘어갔던 적이 여러 번이었음은 누구나 다 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운동인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가르치는 프로(사부)를 탓해 본 적이 여러 번 있었으며,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정말 답답하였던 경험이 몇 번쯤 있었으리라 확신한다. 이것저것 운동깨나 했던 사람일수록 그 증상은 더 심하다. 심지어 자기 성질에 못 이겨 골프채를 집어던지고 골프계를 떠나는 사람들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필자 또한 한때는 나름대로 잘 가르친다고 소문난 사부와 겁도 없이 2~3년 이내에 ‘골프 정복’이라는 야심찬 계획으로 의기투합하여 열심히 노력하였지만 결과는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거의 매일 연습장을 드나들었고, 모 방송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레슨프로그램 섭렵(涉獵)은 물론 각종 골프 관련 서적을 두루 읽었고, 밤새도록 토론을 하는 등 나름 내공이 쌓였다고 자부하고 있었기에 그 결과의 참담함에 더 실망이 컸다. 잘 나갈 한때는 실력이 향상되어 거의 싱글 수준에서 맴돌게 되어 어느 정도 성취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이다. 지나친 자부심 탓인지 어느 순간 골프 실력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하더니 미궁 속에서 한참을 헤맨 적도 많았다. 이런 때 자신을 돌아보거나 반성하기 보다는 사부에게 쪼르르 달려가 하소연 하거나 원망의 눈빛을 보내게 되는 것이 아마도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이다. 이렇듯이 가르치고 배움에 있어서 서로가 생각과 고민을 하지 않으면 한참 동안 미궁 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헤매고 서로를 원망하게 된다.

가르치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이 제대로 못 알아들어서 원망스럽고, 배우는 사람은 가르치는 사람이 알아듣게 잘못 가르쳤거나, 자신을 몸치라고 한탄하면서 가르치는 사람이나 자신을 탓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는 서로가 좀 반성하자. 먼저 가르치는 사람은 과연 잘 가르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가르칠 내용(본질)을 잘 알고 있는지, 배우는 사람을 잘 파악했는지, 적절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적절한 도구를 사용하는지, 적절하게 피드백은 주고받는지 등을 세심히 살펴야 할 것이다. 한편 배우는 사람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가르치는 사람을 신뢰하는지, 진심으로 배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서 상호간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가르치고 배우는 즐거움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