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
지리산 종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0.09 19: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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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다미로/산청 간디고등학교 3학년
전 초등학교 시절을 강원도 영월에서 살았습니다. 이후 서울에서 살다가 고등학교를 간디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경남으로 내려왔지요. 그런 제가 이곳에서 지내며 느꼈던 것 중 하나는 산이 다르다는 것 이었습니다. 강원도의 산들이 높고 위엄 있게 생긴 것에 비해 이곳의 산들은 굽이굽이 넓게 펼쳐져 포근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제가 이곳의 산들에 포근함을 느낀 것은 지리산 종주가 주요했던 것 같습니다. 간디학교에서는 매년 가을 지리산 종주를 가는데요, 종주를 통해 함께 땀 흘리며 공동체 정신을 기르고, 자연의 중심으로 들어가 생태적인 삶을 고민하고, 힘들게 산행을 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통한 새로운 성찰을 하는 등 많은 것을 배웁니다. 매년 지리산은 저희가 지쳐버리지 않도록 넓고 여유 있는 풍경, 쉴 수 있는 공간, 선선한 바람, 적당한 고비들을 만들어 저희를 맞이해 주지요. 마치 오랜만에 놀러오는 손자를 기다리는 할머니처럼 말입니다.

종주를 준비하며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가고 싶은 코스를 정하는 일입니다. 코스의 수는 해마다 조정이 되지만 난이도를 다양하게 해서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다만 몸이 많이 안 좋거나 산행에 무리가 있는 학생들만은 따로 대체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을 하지요. 이렇게 신청을 받으면 선생님들이 조를 짜 주시는 데요, 이때 남녀, 학년, 성향이 골고루 섞이도록 합니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 함께 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죠. 이때 한 가지 주의 할 점은 커플들은 반드시 떨어트려 두는 것입니다. 이유는… 아시죠?

조가 짜여 진 이후부터는 모든 것이 조에게 맡겨집니다. 식단을 짜고, 버너, 코펠 같은 물품을 준비하고, 시장을 보는 것도 직접 합니다. 올해 저는 ‘정령치-중산리’코스의 조장이 되어 지리산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이번 종주는 개인적으로 조금 불안했습니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코스라 그런지 조원수가 적었고 따라서 개인이 챙겨야 할 짐의 무게가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조원들이 모두 내성적이라 명랑한 분위기가 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우리 조는 궂은 일이 있을 때 모두가 자발적으로 열심히 했고 힘들 때 서로 배려하며 즐겁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한 친구가 감기기운 때문에 하산하게 되었지만 더 열악해진 상황에서도 나머지 조원들은 최선을 다해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지친걸음 끝에 구워먹는 오리고기, 산장의 쏟아지는 별과 시, 천왕봉에서 바라본 세상,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힘들 때 초콜릿 나눠 먹는 끈끈한 우정. 누가 뭐래도 남는 건 추억입니다.
고등학생으로서의 종주는 끝났습니다. 언젠가 졸업생으로 돌아오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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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바람 2011-10-31 23:36:09
아름다운 추억은 삶을 행복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