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진실
세월호의 진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2.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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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세월호의 참사가 있었고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는 체 해가 바뀠다. 아니, 해도 바뀌지 않았다. 달력만 다른 걸 걸었을 뿐이다. 그토록 요상하고 수상한 소식에 혼이 빠졌던 때는 지난 봄에 단원고 아이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다가 참변을 당했던 때다. 그 일만 생각하면 여태도 이렇게 혼란스럽다. 참사 당시에는 또래 아이들을 보며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무얼 해도 좋으니 제발 건강하게 살아만 있어라 고 감사했다. 오죽하면 그 일이 있은 후 부터는 내가 가장 혐오하는 스마트폰 게임을 해도 그래, 하고 싶으면 실컨 해라, 살아 있으면 희망이 있다, 라고 지나가는 아이에게라도 눈도 안 흘긴다. 인사도 할 줄 모르는 싸가지 없는 아이들을 볼 때도 살아있어서 싸가지도 없는 것이니 장하기만 하다. 또 그렇게 장하게 보아주니 금새 달라져서는 돌아와서 넙죽 절을 하며 인사를 하기도 한다.


가라앉는 배 안에 갇혀서 공포에 떨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언제 어디서나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그 아이를 생각하며 가슴이 미어질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 내 가슴 또한 미어진다. 도대체 왜,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저 넓고 깊은 바다에는 암초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평소 잘 피해가던 배도 못보고 부딛힐 수도 있다. 갑자기 돌풍이 불어서 배가 물살이 센 쪽으로 쏠려 들어갈 수도 있다. 그래서 수압에 의해 그 큰 배도 '꽝' 소리를 가라앉을 수도 있다. 배가 사고가 나는 일은 너무도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인명이 희생되어 왔다. 어쩔 수 없이 말이다. 그렇게 어쩔 수 없는 경우엔 슬퍼하기만 하면 된다. 슬퍼하다가 며칠 지쳐 있다가 다시 희망을 찾아 살아간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는 슬퍼서 울다보면 자연 화가 치밀어 오른다. 처음엔 딱히 이유도 모르고 그저 억울해서 화가 나다가 저절로 떠오르는 중요한 의혹들을 붙들게 된다. 왜, 한 사람도 안 구해줬지? 왜 책임자들은 보트로 탈출을 하면서 배안에 있는 사람들 보고는 '가만히 있어라'고 했지? 배라는 것은 기계이니 잘 가다가도 딱 서서는 순식간에 가라앉을 수도 있고 거대한 자연의 작용 앞에서는 속절없이 가라앉을 수도 있고, 암초에 걸려 기우뚱 해서 물이 들어와 가라앉을 수도 있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건 한 명도 구하지 않은 책임자들이다. 타이타닉 호가 두 동강이 나서 침물한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희생이 됐지만 또 많은 사람은 구조를 했다. 비상 구조보트를 최대한 활용했다. 희생된 사람은 육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기다리다가 변을 당했다. 그야말로 어쩔 수가 없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자리는 비교적 진도 팽목항과 가까운 곳이었다. 실제로 구조를 하기 위해 팽목항 어선들이 가장 먼저 달려갔다. 섬 사람들은 평소 사고가 난 배에서 사람을 구출하는 일은 거의 일상적인 일이다. 책임자들이 탈출하면서 가만히 있어라고 할 게 아니라 배 문만 열어주면서 배가 가라앉기 때문에 배 안은 위험하니까 어서 배 밖으로 나가라고만 했으면.......... . 그 생각만 하면 정말이지 할 말이 없다. 끝없이 왜? 왜? 왜? 소리만 할 뿐이다. 왜 배 문은 열어주지 않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자기들은 보트를 타고 도망갔을까?
가라앉는 배에서 탈출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살아나게 문은 열어줬어야 했다. 문을 열어줬어도 팽목항에서 달려간 어선들이 익숙한 솜씨로 둥둥 떠다니는 사람들을 배 위로 건져내어 살려냈을 것인데... 누군가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어려운가요?” 라고 묻는 말에 “아닙니다. 걱정 마셔요, 지금 거의 모두 구조됐고 두 세 명이 실종됐는데 주황색 구명조끼를 입었으니 곧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씩씩하고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었을 텐데.

뭐가 그리 좋은지 책임있는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다. 신문을 봐도 어떤 신문에서는 화사하게 웃고 있고, 어떤 신문에서는 애교있게 웃고 있고, 어떤 신문에선 우아하게 웃고 있다. 또 어떤 신문에서는 어린아이처럼 상기된 얼굴로 호기심어린 웃음을 머금고 있고, 또 다른 신문에선 새로나온 이상한 기계와 놀면서 웃고 있기도 하다. 또 어떤 때는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다 함께 모여서 다 함께 박수를 치며 웃는 모습도 보인다.
광화문 유족 농성장에 가면 희생 학생들의 반별 단체 사진이 걸려 있다. 아마 여행을 떠나기 직전 학교에서 찍은 사진인 듯. 그걸 보면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씩씩하고 멋진 학생들이 그렇게 한꺼번에 희생되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저 사람들이 다 희생된 거에요? 멍청한 물음을 자꾸 하게 된다. 제발이지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 속시원히 밝혀졌으면 좋겠다. 그런 이해 안 되는 웃음만 보여주지 말고 배를 인양하는 것만이라도 말대로 책임을 다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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