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호랑이 등
달리는 호랑이 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3.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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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너무 바쁜 하루였다. 정말이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이건 아닐 것인데…새벽 4시 20분에 일어나 지금 저녁까지 마구 달리듯이 일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바빠졌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아주 나쁜 건 아니다. 보람 같은 게 설핏설핏 가슴에 안기기도 하니까. 하긴 그래서 견디는 것인데 또 한편에선 안 하면 뭐 할 것인가, 막판 열정이니 하는 데까지 해볼 일이다. 그러면 이 글은 막판 열정을 부리되 주의할 점을 철저히 챙겨서 꼭 원하는 막판인생을 손아귀에 넣는 여정의 중간 점검쯤으로 해보자.


그리되면 내가 원하는 막판인생이 뭔지 대략이라도 꼴을 보여야겠다. 나는 작가이니 좋은 소설을 쓰야되겠다. 대 문호 괴테 선생이 '자기가 하는 일에서 최고가 되라' 고 말했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는지 언제나 막막하다. 막막하기는 하지만 좋은 소설을 향한 모종의 '정도'는 있다는 걸 안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고 많이 읽으라는 건 이미 상식이 되어버렸지만 그 상식을 순박하게 실천하면 반드시 승리의 깃발을 잡을 수 있다. 수 많은 선배들이 입증하고 있잖은가!

그러고 보니 좀 전에 이건 아닐 것이라고 한 것도 소설 쓰기가 안 되는 게 그 이유였다. 새벽부터 밤까지 서너 개 알바를 뛰니 도저히 시간이 안 난다. 지난해엔 전세금을 빼주기 위해 일했다. 작은 아파트가 한 채 있는데 시어머니를 모시려니 전세를 빼줘야 했던 것이다. 올해엔 출판사를 내라고 선뜻 천만 원을 주었던 친구가 형편이 어려워졌으니 조리전에 땡빚을 내서라도 갚아야 한다. 그것도 두 배로 갚아야 한다. 선뜻 마음을 내어주어 출판사를 열게 했으니 두 배로 갚기로 진작에 결의했다. 조리전에 땡빚을 안 내기 위해선 뭐 빠지게 일해야 한다. 하반기엔 책도 한 권 내야한다. 소설집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까지 일하면 급한 불은 꺼진다. 그리고 급한 불을 끄기 전에 중편을 한 편 쓰고 싶다. 이번에 출간 계획인 소설집에 들어갈 것이다. 이 계획도 급한 불이다. 내가 혼자 운영하고 있는 이야기 마을이 명색이 출판사인데 알바로 돈버는 시간 짬짬이 시간을 내서라고 일 년에 두어 권을 내야 명줄이라도 이어간다.

말 난 김에 출판사도 5년 안에 중견 출판사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돈이 되지 않아도 좋은 작가의 좋은 책이라면 선뜻 책을 내 줄 수 있는 품을 가진 출판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어이, 기어이 사랑받는 출판사가 되어야 한다. 소설이 평생을 바쳐 창작해도 후회없을 취미라면 출판사는 필생의 사업이다. 실은 책을 만든다는 건 소설쓰기 만큼이나 재미있다. 나는 내가 두 가지 일에서 재미를 느낀다는 이 사실 때문에 좋은 소설의 탄생과 좋은 출판사의 탄생을 확신한다. 그래서 서너 개의 알바로 생계를 잇고 책을 내고 있지만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하다.

내 나이가 나이니 만큼 막판열정을 부리는 과정에서 주의할 점도 정해져 있다. 건강! 특히 나는 만용에 주의해야 한다. 지나치게 낙천적인 성격이라 휴식을 해야하는 때를 놓칠 수가 있을 것이다. 과음 과식도 주의해야 한다. 과음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데 과식은 종종 하니 과식에 더 집중해야겠다. 알바라는 일들이 대개는 단순육체 노동이다. 그러니 배가 고파서도 안 된다. 게다가 밥을 먹어야 힘을 쓴다는 촌스러운 강박까지 갖고 있다. 그러니 한 끼 건너 뛰면 죽는 줄 안다. 과식이 문제로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알콜 중독으로 인생을 망쳤다. 나도 이미 카페인 중독이다. 커피를 마시면 약 4시간 동안은 기분이 좋다가 그 이후엔 급격히 짜증이 이는 금단현상이 심각하다. 그래서 커피를 끊어보기도 했다. 3일을 불쑥불쑥 이는 짜증에 휘둘리면서도 커피를 안 마시면 짜증이 조금 가라앉는다. 그리고 일주일 쯤 카페인을 몸속에 넣지 않으면 짜증이 슬그머니 물러난다. 문제는 그러는 중에 커피향기를 맡으면 마시고 싶은 욕구를 잘 다스려야 한다. 어제도 친구 집에 갔다가 술을 마시고 어쩌고 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커피를 한 잔하고 말았다. 이 글은 시작하기 직전에 그놈의 짜증이 치밀어 발에 걸리는 의자를 발로 팍, 찼더니 엄지 발툽이 빠지듯이 아팠다. 참 사는 거, 징하다. 내가 다시 커피를 마시면 손에 장을 지진다, 장을!!

올해엔 처음으로 꼭 건강검진도 받아야겠다. 내 몸은 내가 안다고 만용을 부려서는 안 되겠다. 모든 병은 초기에 발견하면 일도 아닌 걸 말기에 발견해서는 인생을 조기에 막내리는 불행을 겪어서는 좋은 사람으로 후세에 기억되지 못할 것이다.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좋은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 도서출판 이야기마을'좋은 출판사로 성장시키고 싶다. 포기하지 않으면 꿈을 이룬다고 했다. 피곤하면 휴식하되 포기하지 않겠다.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궁리가 생긴다는데 등에 탄 것 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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