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은 우리말의 정체성과 우수성을 증명
토박이말은 우리말의 정체성과 우수성을 증명
  • 글/한송학·사진/이용규기자
  • 승인 2015.03.05 15: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박이말바라기 김수업 회장

▲ 김수업 회장은‘토박이말 교육 활성화 사업’을 통해 우리말의 우수성을 전파하고 있다.
토박이말은 우리 겨레가 아주 옛날부터 만들어 쓰는 말로 우리 조상들의 삶과 얼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소중한 말이다. 또한 토박이말은 가장 한국어다운 한국어로 우리말의 정체성과 우수성을 증명하고 있는 말이다. 이런 토박이말을 연구·발굴하고, 특히 ‘토박이말 교육 활성화 사업’을 통해 우리말을 전파시키고 있는 토박이말교육학회인 ‘토박이말바라기’가 있다. 토박이말바라기 김수업 회장은 “토박이말은 순수 우리 겨레만의 말로 반만년 우리 민족의 역사화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는 말”이라며 “토박이말 교육 활성화 사업을 통해 아이들 곁으로 간 토박이말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벅찬데 토박이말을 더욱 많은 사람들 곁으로 가도록 하는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토박이말 교육을 더 잘하기 위한 슬기와 힘을 모을 수를 찾고 둘레 사람들에게 토박이말을 더욱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수업 회장과의 인터뷰이다.

-토박이말바라기 어떤 모임인가요
▲토박이말을 국어교육의 노른자위로 삼아 교육하자는 교육자들의 모임입니다. 널리 쓰이는 일본식 한자말로 하자면 ‘토박이말교육학회’라 하겠습니다.

-설립 목적은 무엇입니까
▲지난해 3월 1일, 진주교육지원청 3층 대회의실에서 창립총회을 열었습니다. 토박이말을 북돋우며 가꾸고, 토박이말 가르치는 길을 갈고 닦아 넓히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토박이말이란 무엇인가요
▲토박이말이란 예로부터 우리 겨레가 써온 우리말의 뿌리며 바탕입니다. 한글학회에서 펴낸 ‘우리말 큰 사전’에는 ‘토박이말은 본디부터 그 나라나 고장에서 써 온 말이다’, ‘우리말에서는 한자말 따위 외래말에 상대하는 말이다’, ‘한자말로는 고유어다’라고 했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의 뜻은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보면서 살아가듯이 우리 모임도 토박이말을 바라보면서 갈고 닦으며 배우고 가르치자는 뜻입니다.

-어떤 활동들을 하나요
▲잊어버리고 쓰지 않는 토박이말을 찾아서 알리고 널리 쓰도록 여러 가지 일들을 합니다.

▲ 지난달 14일 두번째 토박이말바라기 토론모임을 가졌다.
-발표회를 개최하는데
▲지난해 첫 발표모임은 8월 11일, 둘째 발표모임은 지난달 14일 했습니다. 매년 두 차례씩 3월과 9월에 발표와 토론모임을 열고자 합니다.

-최근 발표회에서는 주목할 만한 내용은 무엇이었나
▲한국글쓰기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주중식 선생이 ‘배달말 살림’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으며 특강에서는 우리말과 우리글 사랑의 삶을 살아온 이야기를 잔잔하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토박이말을 살리는 일을 먼저 해준 토박이말바라기 사람들을 추어올리며 그 길을 함께 갈 것을 다짐했다. 또한 우리말달력연구소장인 염시열 선생의 ‘토박이말 교수학습지도안과 달력 이야기’에서는 우리가 쓰고 있는 지도안과 달력이 일본이 심어 놓고 간 것임을 밝혀 보였고 우리다운 새 틀과 달력을 보여주었다. 진주 주약초등학교 제시남 선생의 ‘토박이말을 왜 배우나요’에서는 말하는 이가 아이들과 함께했던 토박이말 가르침과 배움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거둔 열매들, 그리고 아이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토박이말 배움과 가르침을 이어가야 할 까닭을 알게 했습니다.
---------
일제침략 이후 잊혀져 가는 순수한 우리말 연구
토박이말이 많은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게 할 것
조상들의 삶과 얼을 담은 소중한 가치 이어간다

---------
 
-올해 주요 활동은 무엇입니까
▲진주교육지원청의 특색 사업으로서 유치원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걸쳐 두루 토박이말 살려 쓰기 교육을 확장하는 일에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특히 중학교에서는 ‘토박이말사랑동아리’를 장려하고 다섯 동아리를 뽑아 활동비 지원까지 하는 일이 탐스러운 열매를 거둘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그밖에도 ‘누리어울림마당(에스엔에스)’에 널리 토박이말을 알리고 즐겁게 쓰는 운동을 벌이고자 합니다.

-토박이말바라기에는 어떤 분들이 회원으로 있나요
▲연세가 여든에 이른 노학자를 비롯하여 공직에서 물러난 대학교수와 교장과 언론인, 유아교육과 초등교육과 중등교육 현장의 교사들과 행정가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토박이말 중 대표적으로 몇가지 소개한다면
▲우리 진주 지역에서 널리 쓰던 낱말 몇 개만 들어보면, “사람이라고 모두 같은 사람인 줄 아느냐? 사람도 다 뜨레가 있느니라” 하는 이름씨 <뜨레>, “어쩌자고 그런 소드래를 만들어 난리를 피우나 그래!” 하는 이름씨 <소드래>, “영팔이 그 사람 육자배기 소리 에나 잘 하데!” 하는 어찌씨 <에나>, <굼불어지다>ㆍ<끌빡다>ㆍ<께루다>ㆍ<널쭈다> 같은 움직씨, <꿀찜하다>ㆍ<허축하다>ㆍ<옴부랍다>ㆍ<훌빈하다> 같은 그림씨 낱말들, 이처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토박이말이 어렵지는 않나요
▲토박이말은 일제 침략 이후로 지난 백 년 동안 내버리고 쓰지 않아 지금 낯설어졌지만, 우리겨레의 마음에서 움트고 자라나 꽃피고 열매 맺던 말이기에 깨우고 살려내어 가르치며 써보면 곧장 품안에 안겨 들어와 쉽고 편안하게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토박이말을 이해시키기가 힘들진 않나요
▲우리의 경험으로 말씀 드리면, 유치원의 유아들과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마치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이 고스란히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중학생만 되어도 약간 망설이고 고등학생이 되면 귀찮게 여기는 듯합니다. 교과서를 들고 배우지도 않았고 시험 문제에도 나오지 않아서 그렇다고 봅니다. 학교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그걸 배워서 뭘하느냐 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이미 한자말과 서양말에 너무 많이 젖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연계하는 단체가 있다면
▲우리나라 안에는 우리말과 한글을 갈고 닦으며 북돋우고 드높이고자 하는 단체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글학회는 말할 나위도 없고, 한국문화신문 얼레빗,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한글문화연대, 마주이야기교육연구소, 겨레말살리는이들 등 입니다.

-진주교육청에서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요
▲먼저, 토박이말바라기의 모두모임(총회)과 갈배움모임(발표ㆍ토론회)의 자리를 쓰도록 빌려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토박이말 배우기와 가르치기를 교육청의 특색 사업으로 삼아서 예산과 장학사를 세워 협력학교들과 더불어 여러 가지 학생들의 학습과 실습을 북돋우고 있습니다.

-프로필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1939년에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농림학교를 졸업하고, 경북대학교 사범대학과 대학원에서 학사ㆍ석사ㆍ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를 거쳐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으로 공직을 마치고, 서울에서 전국국어교사모임의 우리말교육연구소장, 우리말교육대학원장, 우리말교육현장학회장을 지내고,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심의회 위원장,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고향 진주에서 삼광문화연구재단 이사장과 진주오광대복원사업회 이사장을 거쳐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논개>(지식산업사, 2001), <배달말꽃, 갈래와 속살>(지식산업사, 2002), <국어교육의 바탕과 속살>(휴머니스트, 2005), <말꽃 타령>(지식산업사, 2006), <배달말 가르치기>(휴머니스트, 2006), <박지원의 한문소설>(휴머니스트, 2007), <우리말은 서럽다>(휴머니스트, 2009), <삼국유사 이야기>(휴머니스트, 2015) 같은 것이 있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를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우리 겨레의 삶과 말을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사람을 만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린 초등학생들이 우리 겨레말의 뿌리인 토박이말을 배우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와 신문과 방송 같은 언론에서 우리 겨레말의 뿌리인 토박이말에 마음을 기우릴 때입니다.

-토박이말을 전파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도 어버이들이 아들딸에게 영어를 지나치게 가르치고 싶어 안달하는 풍조입니다. 거기 못지않게 언론에서 다투어 영어를 비롯한 서양말을 보란 듯이 함부로 끌어다 쓰는 관습입니다.

-학회를 운영하면서 올해 목표가 있다면
▲먼저, 진주교육지원청에서 올해 목표하고 있는 ‘토박이말교육 활성화 사업’이 잘 이루어지도록 저희가 돕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열매로서 이런 사업이 경남의 다른 시ㆍ군교육지원청으로도 퍼져나가고, 저마다 자기 지역의 토박이말을 찾아 모으며 공부하는 회원 교사들이 많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의 평생 소원인 꿈은 오직 하나, 남과 북으로 갈라진 우리 겨레가 다시 하나로 어우러져 같은 말을 쓰면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날에 살아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하나로 어우러져’ 하는 말은 하나의 나라로 뭉치자는 뜻이 아닙니다. 우선은, 서로의 잘못을 용서하며 서로가 달리 가진 바를 사랑으로 나누면서 평화로이 오가며 서로 돕고 복되게 두 나라로 더불어 살아가자는 뜻입니다. 이런 날을 내다보며 우리는 지금도 남북이 함께 손잡고 ‘겨레말 큰사전’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토박이말바라기’도 바로 이런 일의 바탕을 가꾸며 북돋우고자 하는 뜻으로 일으킨 것입니다. 글/한송학·사진/이용규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