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아구찜
마산 아구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0.1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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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교육 컨설턴트
음식에도 고향이 있다. 마산 아구찜, 춘천 닭갈비, 함흥냉면 이 외에도 많은 음식들이 지명을 앞에 달고 있다. 뭐 그깟 지명이 대수냐 하겠지만 서울 아구찜이라고 한번 불러보라 얼큰하고 매콤한 맛이 순간 사라지는 것 같지 않은가.

필자는 음식은 제 고향에서 먹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또 음식이 제 고향을 떠나면 그 맛을 잃는다고 믿는다. 사람도 그렇지 않던가 고향의 부모 품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하다 보면 제일 먼저 말투가 변하고 입맛이 변하지 않던가.

필자가 마산으로 이사 와서 제일 먼저 찾아 나선 음식은 아구찜이었다. 본 고장의 제 맛을 느껴 보고 싶었다. 오동동 아구찜 골목에서 원조라고 붙은 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고향에서 오신 부모님과 필자 부부까지 네 사람 이였는데 ‘대(大)자’ 두 개를 주문했다. 좀 넉넉히 먹어볼 심사였다. 서울에서 살던 대로라면 두 개는 주문해야 넉넉했다. 아구찜이 나왔을 너무 많이 주문했구나, 실수했구나 했다. 넉넉하다 못해 주눅이 들 지경이었다. |

수북하게 쌓아 올린 찜 앞에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아구찜 한 젓가락을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매웠다. 뜨거웠다. 입이 쩍 벌어졌다. 혀를 유혹하는 감칠맛이나 단맛이라고는 없었다. 도무지 타협이라고는 없는 무례한 맛이었다. 한동안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필자는 낯선 고장을 여행하다 여유가 있으면 꼭 그 지역 음식을 먹어본다. 여러분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지역 특유의 음식을 먹을 때면 그 고장의 오래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흥미롭다. 지역마다 사투리가 있듯이 음식도 독특한 맛이 있다. 처음 접하면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나고 정이 들면 그 때서야 제 참맛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십년 가까이 마산에서 아구찜을 먹어왔다. 이만하면 마산 아구찜 맛을 말해도 될 듯싶다. 마산 아구찜을 한 잎 입에 넣고 천천히 씹어 보면 콩나물에서는 콩나물 맛이 나고, 아구에서는 아구맛이 난다. 미나리에서는 미나리 맛이 난다. 어느 식재료 하나 서로의 맛을 거스르지 않는다. 매운 양념조차 다른 식재료의 맛을 가리지 않는다. 각 재료가 당당히 제 맛을 드러낸다.

세월이 가면 변하지 않고 떠나지 않는 것이 있던가. 모두들 떠나가고 멀어져 간다. 모두들 너무 쉽게 변해가고 떠나간다. 마산 아구찜의 맛은 느낀 대로 말하고 누가 뭐래도 생각한대로 가려 했던 젊은 날의 신념을 생각나게 한다. 투박하게 꾸미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 맛이 남자의 굳은 고집 같다. 누가 뭐래도 변하지 않고 가던 길을 가고 싶었던 젊은 날이 떠오르는 날이면 나는 아구찜이 먹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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