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 수도권 진출 1년…결과 ‘신통찮아’
무학, 수도권 진출 1년…결과 ‘신통찮아’
  • 이민규기자
  • 승인 2015.03.17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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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데이’ 점유율 1.1%에 그쳐

경남 창원에 소재하고 있는 소주업체 ‘무학’이 야심차게 수도권 진출에 도전했지만 결과가 신통찮다.


지난해 3월부터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서울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특히 이 기간동안 과도한 판촉과 마케팅 비용은 고스란히 부담으로 남게된다.

17일 온라인 여론조사기관 마케팅인사이트에서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소주 시장이 무학 좋은데이의 점유율은 1.1%를 기록했다.

4년 전 0.4%에서 3배 정도 올랐다. 하지만 경남과 울산에서 90%, 부산 시장에서 70%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무학 입장에선 만족할 수 없다.

현재 무학은 전국 소주 점유율에서 참이슬(하이트진로) 47%, 처음처럼(롯데주류) 17%에 이어 14%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 진입을 위해서는 수도권 지역의 점유율 확대가 필수다.

또 각 지역의 음주 가능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으로 진출하지 않으면 지역 점유율을 아무리 늘린다고 해도 무의미하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서울 지역 공략이 필수다.

이에 따라 무학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서울 진출에 나섰다. 일부 지역에서는 성과도 냈다. 지난해 롯데마트 수도권 10여 개 점포에서 좋은데이와 잎새주 매출 증가율은 각각 113%와 77%에 달했다.

그러나 소주시장은 지역별 시장점유율을 0.1% 변동시키는 것이 어려울 만큼 보수적인 시장이라 여전히 서울 문턱을 넘기엔 버거운 상황이다.

이에 무학의 지방 소주 판촉팀은 지난해 연말 송년회부터 올해 신년회까지 선물 꾸러미를 잔뜩 들고 종로와 홍대 등 서울 번화가 공략에 애를 썼다.

좋은데이를 한 병 추가 주문하면 숙취 해소음료나 쉐이빙폼, 핸드크림, 세면도구세트 등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고객들에게 인지도 높이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5명이 상주하던 서울지점 직원을 지난해 50여명으로 늘리고 강남, 여의도 등 주요 상권에서 발품 영업을 시도했다.

하지만 기존 수도권을 점유한 업체들의 아성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에 무학의 수도권 공략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과거에도 일부 지방 소주 업체의 서울 진출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술의 경우 제조사가 직접 식당에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주류 도매상을 거쳐 일반 소매상까지 전달되는 만큼 지방 소주가 도매상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도매상 입장에서는 고객들이 많이 찾는 소주를 취급해야 창고 비용을 낮추고 마진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지방 소주를 취급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역시 도수가 낮은 소주의 비중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좋은데이'의 낮은 도수를 큰 강점으로 꼽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지방 소주의 인식이 바뀌었다고 해도 소주 시장은 대부분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이라 무학의 서울 진출은 위험한 승부수”라며 “수도권 도매상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마케팅 비용이 빠르게 매출로 연결되지 않아 회사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무학이 서울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마케팅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주류업계에서는 시장점유율 1%를 올리는 데 마케팅 비용이 수백억원 들어간다고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연간 소주 관련 마케팅 비용만 약 600억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주류의 경우도 2006년 처음처럼을 출시하면서 350억원 가량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학이 수도권 시장에서 5% 점유율을 확보하려면 총 매출액의 10% 정도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한다고 감안했을 때 약 550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학이 든든한 현금성자산을 가진 것은 장점이다. 무학의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은 매도가능금융자산(1576억원), 단기금융자산(361억원), 현금 및 현금성 자산(108억원)을 합쳐 20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말부터 생산환경 개선 및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창원1공장 리모델링을 시작했고, 앞서 2013년 말에는 월 최대 7000만 병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창원 2공장을 완공했다. 이번 창원1공장 생산라인 증설에 따라 무학은 전국적인 점유율 확보에도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학 관계자는 “예전에는 서울에서 무학 제품을 찾는 곳이 있으면 최소로 발주 하다가 지난해 3월부터 서울에 사무실을 열고 인력보충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지난해 3월 이전에는 0%였던 시장에서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는 시장이라 점유율은 아직까진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량이나 브랜드 선호도는 예전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매출이나 점유율을 공개하기엔 이르다”면서 “도수가 경쟁사 보다 낮은 만큼 여성 소비자들이 신규로 늘어나고 있어 긍정적이다”고 덧붙였다. 이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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