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그림을 찾지 말자
숨은 그림을 찾지 말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0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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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빈/시인
18세기 영국의 작가 다니엘 디포의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문학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는 ‘로빈슨 크루소’에 매료된 적이 있다. 뗏목이거나 도보거나, 무작정 집을 나서 모험을 하고 싶었다. 어린 탓에 소설과 현실을 구분 못하고 정말 짐을 꾸려볼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나무열매와 물고기를 잡아먹는 다분히 로빈슨 크루소적인 생활을 하고픈 허황된 간절함을 품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영화 인디에나 존스 시리즈에 열광했다. 고서나 고지도를 들고 떠나는 모험이야말로 흥미진진했고 역시 동참하고 싶은 충동을 갖게 했다. 그렇게 재미로만 여겼던 미지에의 여행이 꼭 아름다운 재미만을 주는 게 아님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발견과 함께 동반되는 폐해들에 절대적 공감을 하게 된 때문이다. 

 모 방송국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에 스웨덴 출신의 탐험가 ‘스텐베리만’을 다룬 이야기를 보았다. 그는 1935년에 우리나라 경성에 들어와 2년 간 머물며 한반도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였다. 스텐베리만은 함경도는 물론 우리나라 각지에서 ‘스웨덴 자연사 박물관’에 기증할 380종의 새와 동물을 조선총독부의 허가를 받고 가져갔다. 총독부에서야 식민지에 있는 동물들이니 선심 쓰듯 내주었을 것이고 지금처럼 동식물이나 자연에 큰 관심이 없을 때이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것이다.

다큐에선 그를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의 것들을 돌아보았던 여행자로 초점을 맞추었다. 당시 우리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기록물로 남겨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네덜란드의 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의 책에 생태와 함께 서민들의 생활모습이 담겨져 있었다하니 말이다. 타임캡슐과 같은 역사의 기록은 긍정이라 할 수 있으나 제 물건 챙기듯 남획해간 이 땅의 야생동물은 어찌 할 것인가.

양면성은 여기에도 있다. 그가 이룬 탐험 활동은 그 나라와 일부에서는 업적이라고 하겠으나 이면에 그는 족적을 남긴 곳곳에서 많은 동물들을 스웨덴으로 가져갔을 것이다. 이는 탐험가들이 범하는 오류며 해악이 아닐까 한다. 탐험이라는 미명하에 자연과 자원들을 원래의 주인으로부터 앗아 가는 사례들이 빈번하다.

지구촌에 더 이상의 미지의 땅이 없을 만큼 지금 이순간도 많은 탐험가들의 발자국이 찍히고 있다. 호기심으로 중독처럼 번진 오지탐험에 원주민과 생태가 아파하고 있다. 그 자리 그대로 있어야 할 것들이 까발려지고 문명으로 오염되는 예를 많이 봐왔다. 미지의 세계를 파헤치지만 말고 그 세계를 지키고 보호해줄 따뜻한 마음도 있어야 한다. 문명의 칼을 거두고 감싸 안을 대안을 연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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