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의 여유
차 한 잔의 여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3.23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여유가 있으세요? 무슨 소리냐고요? 먹고 살기 바쁜데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요?

팔자 좋은 소리 그만하라고요? 사람이 살아가는데 잠시라도 쉼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하루 벌어 하루 먹기 바빠 그런 생각도 여유도 없다고 하시는 분도 있겠죠.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잠시 이야기 할 시간도 없나요? 그럴 시간도 없다고요. 그럼 술 한 잔 마실 시간은 어떻고요? 그럴 시간은 있다고요? 모든 것이 나의 마음에 따라 여유도 찾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우리학교는 야생녹차가 생산되는 하동의 화개골에 자리잡은 작은 학교이다. 그래서 학교의 특색도 다례교육으로 하고 있다. 주위에 보면 온통 차밭으로 둘러싸여 있고, 집집마다 녹차를 가공해서 파는 곳도 많다. 또한 다례원도 많은 편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다례대회에서 많은 상을 수상하였으며, 심지어 국회에서도 초청받아 다례 시범을 보였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밝고 심성이 곱다. 2015학년도엔 교직원이 제법 바뀌었다. 따라서 학교의 특색인 다례를 하기 위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다례사범을 모시고 교육기부 협약과 함께 연수를 실시하였다. 모두들 화기애애한 가운데 성심껏 배우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앞으로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차를 마시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생활을 하실 것이다. 벌써 온 교정에 녹차향이 나는 듯하다.

시내에서 젊은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는 커피집을 많이 찾는다. 먼저 커피값을 계산하면서 주문을 한다. 나이든 사람들은 예전처럼 자리에 앉아서 주문을 받으러 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주문은 받으러 오지 않는다. 그래서 찻값을 젊은 사람들에게 주게끔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시대가 바뀌니 모든 것이 바뀌어 가는 것 같다. 그래도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직장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찻집에 앉아서 살아가는 생활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얼마나 소중한가? 물론 술 한잔에다가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데 자칫 잘못하다가는 술에 취해서 엉뚱한 이야기로 서로의 감정을 거스릴 경우도 있다. 하지만 차를 마시면서 하는 이야기는 서로를 배려하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나는 가끔 아내와 함께 진양호 둘레를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곤 한다. 호수의 맑은 물과 주변의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환경을 보면서 즐기는 것은 마음을 한결 부드럽게 한다. 그러다가 진수대교 건너면 찻집과 펜션이 더러 있는데 호숫가의 찻집에서 차를 한잔 하면서 주변의 환경을 바라보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마음의 여유를 찾고 생활의 리듬을 재조정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차를 마시고 둘러보는 자연환경은 계절마다 새로움을 알려준다. 봄이면 봄답게 새싹이 돋아났다가 여러 가지 봄꽃이 피어나서 온통 봄의 향연을 즐기는 것이다. 여름이면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가운데 모든 나무들은 신록을 자랑하듯이 푸르른 잎을 가지고 온 세상을 푸르게 푸르게 수를 놓는다.

가을이면 울긋불긋 단풍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다양한 색의 나라를 만든다. 겨울이면 차가운 바람으로 우리들의 몸을 움츠리게 만들지만 땅 속에는 봄을 위하여 갈무리를 잘 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 주변의 자연환경은 1년을 다르게 보여주면서 우리들에게 살아가는 삶을 느끼고 생각하게 한다. 차 한잔의 여유가 우리에게 주는 다양한 삶의 활기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졌으면 좋은 기회일 것이다. 물론 여유가 없다고 하는 많은 분들도 마음에는 여유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없을 리가 있을까? 다만 살아가는데 있어서 무엇을 우선으로 두고 살아가는지의 차이가 있을 테이니까!

어느새 봄이 왔나 여겼는데 벌써 초여름이 다가온 날씨 같다. 매화꽃이 피었나 했는데 목련꽃이 피고, 진달래, 개나리도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차가 아니라도 차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우리 주변을 되돌아 보며, 꽃을 보고, 나무를 보고, 자연이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살아가는 삶의 여유를 가져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