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창업 길라잡이(9)
커피창업 길라잡이(9)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3.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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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저번 주 토요일 와인을 가르쳐 주신 은사님의 출판기념회 참석차 서울을 가게 되었다.

행사를 마치자마자 곧장 강남구 서초동에 위치한 바오밥나무 카페를 자석에 끌린 듯 찾아 가게 되었다.

바오밥나무 카페는 커피를 하면서 알게 된 커피선배이자 인생 선배인데 카페 시작은 2001년부터 시작을 했다.
이제는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 숫자가 많이 차지하는 나이 지긋한 노년의 멋쟁이 분이지만 커피에 대한 열정만큼은 젊은 청년보다 못지않다.
1년 전 즈음에 바오밥나무 이종신 사장이 천리길 진주까지 먼저 와서 커피를 드시고 올라 가셨다.

시간이 흘러 얼마 전 커피플라워에서 커피 한잔 드신 분이 바오밥나무 카페 간다는 말에 저도 주중에 한번 들리겠습니다. 라고 툭 건넨 말이 씨가 되어 뒤 늦게 찾아 가게 되었다.
바오밥나무카페는 복잡한 서울 강남의 한적한 골목 안쪽에 위치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커피 향이 먼저 코끝을 자극하였다.
약간의 습도에 묵은 종이향과 열에 그을린 생두 표면의 향은 어릴 적 외갓집 할아버지 방에서 느낄 수 있는 익숙하고 포근한 향이었다.
보통걸음으로 입구에서 끝까지 열 걸음도 걷기 전에 다다르는 크지 않은 매장에 무수한 LP와 커피관련 서적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고 커피 향과 음악이 서로 같은 공간에서 영역 다툼 없이 공존하고 있었다.

따뜻한 미소와 함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바에 앉으니 진하게 내린 커피 한잔을 건네 주셨다.
커피 한잔을 들이켜니 어릴 적 엄마 손에 이끌려 간 외갓집에서 이른 아침 소죽을 끓이느라 장작불의 하얀 연기가 마당에 구름처럼 펼쳐지면 그 위를 신선인 마냥 뛰어 다닐 때 맡은 향기에 혀를 지긋이 눌러주는 무게감에 뒤안간(뒤뜰)에 빨갛게 익은 앵두를 한 움큼 따서 입에 넣고 앵두 단물이 모두 빠질 때까지 씹어 먹는 듯 한 향미가 가득했다.

이곳은 ‘아날로그’다.
바쁘게 빠르게 살면서 살아가기 위한 0과 1의 디지털화 된 세상에서 산 능선처럼 계속 이어지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카페임을 느끼게 되었다.
고가의 커피! 귀한 커피! 새로운 커피보다는 어디에서나 마실 수 있는 원두에서 더 깊은 맛을 추구하는 맛이었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느라 피곤도 했겠지만 짙은 한 잔의 커피는 그냥 몸으로 그대로 흡수가 되어 버렸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법률처럼 바오밥나무 카페에서는 바오밥나무만의 커피맛의 진리를 그대로 느끼면 된다.
커피의 변화무상한 맛을 그대로 몸으로 느껴야 하고 커피 맛을 논하는 것조차 허락하질 않은 오랜 경험과 내공이 묻어 있는 커피였다.

커피가 나에게 말을 했다면 “난 나야”라는 그 한마디만으로 반기를 들 수 없는 맛이다.
엄마가 정성스레 준비한 아침밥상에 고기반찬이나 햄을 올려 달라며 반찬 투정이 있을 수 없듯이 조심스럽게 커피 한잔은 위벽을 타고 흘러 들어갔다.
LP를 올리고 진공관 앰프를 달구어 1950년대 제작된 AR(Acoustic Rischar)
스피커 통으로 울려나오는 클래식과 재즈 음악은 소리에 솜사탕을 발라 놓은 듯 섬세하면서 부드러운 소리 역시 정지된 흑백 사진속의 그림처럼 멈추게 해 주었다.

사람의 감성과 휴식은 디지털에서 찾을 수 없다.
바오밥나무 카페의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은 감성이 묻어나는 아날로그적 시간때문인지 문을 열고 나올 때에는 반나절 이상 푹 쉬고 나온 느낌이었다.
그래서일까? 요즘 획일화된 커피보다는 좋은 사람이 만든 커피가 자꾸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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