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선/진주시의원
잠시 주춤거렸던 진주 지역 부동산 시장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본사 이전 등의 개발호재와 경기회복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다시 활기를 띄는 모양새다. 현재 진주 지역은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2009년 동안 움츠려있던 건설사들이 지난해부터 아파트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엄청난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물량이 공급되고 있음에도 아파트 분양가는 떨어질 줄 모르고 오르고만 있으니 참 이상하다. 수요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 시장의 불변의 법칙일 텐데 말이다. 진주는 이미 대형 위주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고 매매보다 전세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게 신규 아파트들의 분양가는 요지부동, 계속 높게만 책정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봉급쟁이가 자력으로 서울에 25평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23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28살에 취직한 젊은이가 강남에 33평 내 집을 마련하려면 71살이 넘어야한다고 하니 말 그대로 ‘검은 머리 파뿌리 돼야’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아파트값 폭등은 ‘건설업체의 고분양가 책정 → 주변의 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 → 신규아파트 분양가격 상승 → 주변 집값 재상승’이라는 악순환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 같은 수법으로 아파트값 상승은 수도권에서부터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서울만큼은 아니겠지만 진주 지역도 아파트 공급 물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고분양가 행진이 멈추지 않는 이유다.
일례로 무주택 서민을 위해 추진되었던 진주시 평거지역 임대아파트 공급 사업에서도 임대료 부담 때문에 1,2순위로 혜택받아야 할 사람들이 돈이 부족해서 들어가지 못하고 후순위인 일반인들이 무더기로 분양받는 사태마저 벌어지고 있다. 무주택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아파트 임대료가 주변 시세와 별 차이 없이 책정된 탓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우리 위정자들이 혹여나 큰소리 한 번 못치고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는 서민들의 어려운 사정은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엄살 부리며 아우성치는 건설사의 목소리만 듣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건설사들의 폭리행위를 막고 건전한 시장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 지난 2009년 우리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가 심사위원회 제도 등을 입법화하였다. 진주시 역시 부동산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를 보장하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그 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것을 본의원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크게 늘고 있는 아파트 물량에도 떨어질 줄 모르고 오르고 있는 고분양가 행진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부지런히 달려온 진주시민들의 한숨과 걱정이 나날이 깊어가고 있다는 점을 그냥 지나쳐선 곤란하다. 과유불급이라 하지 않았나. 부동산 경기 역시 부동산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서민과 중산층이 경제적으로 더 튼튼해져야만 활력을 가질 수 있는 법이다. 현재처럼 건설사의 고분양가 횡포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서민 가슴을 멍 들이는 것은 물론 진주의 미래인 젊은이들에게도 큰 짐을 지워 결과적으로 지역 경제의 동력을 우리 스스로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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