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더 낸 것 같아요
돈을 더 낸 것 같아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0.1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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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 관광계열 교수
배낭여행이나 단체여행에 관계없이 해외여행을 가면 꼭 들르게 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쇼핑몰이다. 슈퍼에 가서 물이나 필요한 물품을 사게 되기도 하고, 쇼핑몰에 가서 기념품을 사기도 한다. 쇼핑을 계획하지 않더라도 갑자기 물건이 필요한 경우도 생기는데, 나의 경우 인도네시아에서, 숙박하고 있는 리조트의 직원이 짐가방을 들어준다고 했다가 바퀴와 손잡이가 빠지는 바람에 느닷없이 가방을 새로 산 적이 있었다. 또한 필요하진 않아도 마음에 들어서 사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와 같이 쇼핑은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흔히 물건을 사지 않고 그냥 구경하러 다니는 것을 ‘eye shopping’간다고 말하지만 영어로는 ‘window shopping’이 맞는 표현이다. 보다 값이 저렴한 물건을 사기 위해 여기 저기 다니며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comparison shopping’이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비교 쇼핑’이다.

작년 겨울방학 때 5명의 학생들을 인솔하여 호주와 홍콩을 열흘 정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우리의 임무는 해외에 있는 호텔이나 항공사, 면세점 등을 방문하고 졸업 후 해외취업에 필요한 조건들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또한 업체에 근무하는 담당자들을 만나고 근무시설도 둘러보는 것이 포함되었다. 호주에서의 일정은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업체방문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저녁식사는 보통 9시가 다 되어서야 먹기 일쑤였다. 그렇게 다니다가 홍콩을 거쳐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는데, 홍콩에 오니 계획된 일들이 빨리 진행되어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여학생들은 쇼핑을 할 계획에 부풀어 있었다.

자유 시간을 위해 헤어지기 전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한 후 각자 시간을 보내었다. 다시 모여서 여학생들의 쇼핑 경험담을 들어보니 무슨 모험담을 듣는 것 같았다. 침사추이 번화가를 다니다 보면 인도계 남자들의 명품 판매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거의 가짜물건이다. 여학생들이 인도계 남자들의 로렉스 시계 판매처를 호기심에 갔다 뭔가가 미심쩍어 서둘러 돌아 나온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을 흉내 내는 것이 어찌나 우습던지.

이야기를 마치고 학생들이 나를 데리고 간 가게가 있었는데, 그 곳은 면세점보다 더 가격이 저렴한 화장품 판매처였다. 처음엔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입했는데, 다니다 보니 더 저렴한 곳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모두들 면세점으로 가 환불을 받고 다시 저렴한 물건으로 구매한 것이다. 그들의 알뜰한 ‘comparison shopping’에 감탄하였다.


하지만 물건을 사다 보면 간혹 잘못 계산되는 일이 생긴다. 영수증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분명히 세일 중인 물건인데 cashier가 잘못 계산하거나 세일 가격표를 미처 붙여놓지 않아 착오가 생길 수도 있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Is this on sale?(이거 세일 중인 물건인가요?)’라고 묻거나 ‘I think it's overcharged.(제가 돈을 더 낸 것 같은데요.)’라고 말한다. ‘overcharge’는 비용을 더 많이 낸’이라는 의미이다.

만약 잔돈을 덜 받았다면 ‘I think I was shortchanged.(잔돈을 모자라게 받았어요.)’라고 말한다. ‘change’는 명사로 쓰였을 때 ‘잔돈’이란 뜻이 있고, ‘short’는 ‘모자란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마켓에서 장을 볼 때 현금으로 지불할 경우 일부러 잔돈을 사용한다. 가령, 계산해야 할 돈의 액수가 3만2600원일 때 3만3000원은 지폐로, 600원을 잔돈으로 주면, 거스름돈은 8000원이 된다. 좀 복잡하지만 일단 동전을 사용할 수 있어서 지갑이 가볍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 해보았는데, 그들은 정말이지 계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머릿속으로는 이미 계산이 다 끝났는데, cashier들이 헷갈려서 잔돈을 잘못 줄 수 있으므로 잘 살펴봐야 한다.
어쨌든 해외여행 중에 하는 쇼핑은 새로운 체험 중 하나라고 본다. 흥정을 하면서 외국어 연습도 될 뿐 아니라 흥정에 성공했을 때는 성취감도 느끼게 된다. 학생들의 경우 그런 체험은 외국어에 대한 자신감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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