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단상(斷想)
골프 단상(斷想)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0.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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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렬/경남과기대 교양학부 교수
골프(Golf)라는 운동을 접한 지가 벌써 만 3년이 되었다. 대학원 시절 몇 번 접해보긴 했지만 정식으로 접해서 배운지가 4년차가 된 것이다. 자만심이 가득 찬 상태로 처음 입문했을 때를 생각하면 참으로 우습고 가소롭다. 필자는 전공이 체육일 뿐만 아니라 여러 종목의 운동 특히, 테니스는 약 15년 정도 접했기에 정지되어 있고, 누가 빨리 치라는 재촉도 없는 상태에서 치는 그 작은 공쯤이야 하는 생각에 골프 정복은 짧게는 6개월, 길어야 1년이라는 생각으로 골프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마 누구나 한때 운동 좀 했던 사람들의 골프 입문 당시의 생각들이었을 것이다. 정말 건방지고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생각이었다는 것을 4년차가 되어보니 조금씩 알게 된 것이다. 혹시라도 골프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정말 겸손(謙遜)하고 조신(操身)하게 접근하기를 바란다.

결국 골프는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나와 같이 더불어 생활해 나가는 대상이고 동반자임을 조금은 알게 된 것이다. 골프 덕분에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철마다 계절의 바뀜을 알 수 있게 된다. 겨우내 잠시 멈추었던 새싹의 파릇함과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는 봄의 정취를, 여름의 신록을, 가을의 단풍을 자연스럽게 알게 해 준 것이 골프라는 운동이다. 또한 골프를 통해 아내와 아이들과의 대화의 시간과 즐거움도 같이 할 수 있었고, 골프 연습장 동호인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과의 설레이는 만남과 즐거움, 뜻 깊은 술자리도 같이 만들어주었다.

테니스를 한창 즐기던 시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새 테니스에 대한 이야기로 끝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골프라는 운동은 더하면 더했지 부족함이 없다. 어느 날 라운딩 후 술자리에 가면 이곳 저곳에서 들리는 것이 골프 이야기다. 처음에는 무슨 말들이 저렇게 많을까 하다가 지금은 우리가 더하다. 심지어 옆에 있는 빗자루를 들고 휘두르다가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도 하고 그릇도 깨기도 한다. 골프를 모르는 남들이 보면 아마도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더구나 내기에서나 타수에서 진 사람은 아무 말도 못하고 고수(高手)의 일장연설을 들어주어야 한다. 어드레스부터 마지막 퍼팅까지 쉼 없이 들어주어야 하는 것이 통례(通例)다.

골프는 사람과의 사귐이나 같은 자력(N극과 N극)을 가진 자석(磁石)과도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한쪽에서 너무 덤벼들면 다른 한쪽에서는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 당연하듯이 공을 잘 치기 위해서 덤비면 덤빌수록 공은 내 마음과 달리 다른 곳(오비, 헤저드)으로 날아간다. 정말 속상하고 환장할 노릇이다. 그 동안 연습장에서의 땀 흘린 보람도 없이 너무도 매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야 공을 잘 치려면 덤비지도 너무 강하게 때리지도 말아야 함을 조금씩 깨닫는다. 입문 4년차에 깨닫는다는 것이 너무 이르면 이르고, 느리다면 느릴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좀 늦었다는 생각이고 늦게 된 나름의 이유도 있다. 바로 ‘나만의 스윙’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로도 각자의 스윙이 다르듯이 하물며 아마추어는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벌써 1~2년 전에 나름의 스윙으로 싱글 수준의 공을 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 좀 하면 더 나아지려니, 저것 좀 고치면 이븐파는 아니라도 꾸준한 싱글은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조금씩 교정하다보니 어느 날 필드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본 것이 몇 번째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었던 것이다. 만족함이 없는 지나친 욕심이 오히려 화(禍)를 불러 나만의 스윙을 망쳐놨던 것이다.

소설가 이외수는 책 ‘하악하악’에서 배움의 단계에 있어서 인간은 어떤 것에 대하여 ‘알았다’는 것에 어리석어지고, ‘느꼈다’에 의해서 성숙해지고, ‘깨달았다’에 의해서 자비로워진다고 했다. 골프에 대해 조금은 깨닫게 되었으니 자비로운 마음으로 골프를 대하려 한다. 모든 골퍼들도 동반자의 멋진 샷에 더 많은 박수를 치고, 동반자의 안타까움에 더 많은 격려로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는 골프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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