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등산로가 힐링 숲길이라고?
콘크리트 등산로가 힐링 숲길이라고?
  • 특별취재팀
  • 승인 2015.04.13 1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시리즈(2)-수십년간 무분별한 경작으로 산림 훼손 심각

▲ 지난 10일 오전 비봉산 등산로 입구 부근에서 농사에 사용할 비료를 잔뜩 실은 트럭 한대가 콘크리트 등산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비봉산은 과거 수십년동안 무분별한 개발과 행정의 관리소홀.방치로 극심하게 훼손되고 있어 복원이 절실하다는 진주시민들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진주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봉황교가 개통되면서 시민들의 비봉산 방문이 증가, 황폐해진 비봉산의 모습에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콘크리트 등산로에서 힐링?
지난 10일 오전 10시 현장에서 지켜본 비봉산은 더이상 진주의 진산 주산이 아닌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봉황교 아래 주차장을 지나 등산로 초입부터 비봉산 등산로는 콘크리트 포장으로 이어 졌으며 등산로 종점까지 콘크리트 도로가 개설돼 있다.

10여년전에 만든것으로 추정되는 이 콘크리트 도로는 비봉산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비료 등 농자재를 편리하게 운반하기 위해 개설된 것이다.

지금은 농사를 위한 도로만이 아닌,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한 등산객,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 자전거를 타기 위한 도로 등으로 변모되고 있다.

특히 진주시는 이 등산로를 '진주에나길' 로 지정하고 힐링을 위한 장소로 홍보하고 있지만, 흙을 밟으면서 자연을 느끼는 생태 등산로가 아닌 콘크리트 등산로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비봉산 등산로에서 만난 시민 허모(59·진주시 봉곡동)씨는 "비봉산을 등산하다 보면 지나가는 차들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을 벗삼아 힐링을 하러 오는 곳인데 차가 지나 다니면서 매연을 뿜어 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진주시 상봉동 박모(65)씨도 "콘크리트로 포장된 등산로를 시에서는‘진주에나길’ 이라며 힐링장소로 홍보하는데 기가 찬다"며 "도로변에 조금 나 있는 흙길을 밟고 지나 가기도 하는데 하루 빨리 이 포장도로를 걷어내고 진정한 등산로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경작 황폐화 심각
비봉산은 1968년 공원으로 지정됐지만, 생계를 목적으로 하는 농업인들로 인해 현재까지도 경작지로 활용되고 있다.

등산로 입구부터 각종 농원과 농산물을 홍보하는 간판이 등장하면서 힐링숲길의 경관을 훼손시키고 있다. 또한 등산객들의 농작물 훼손을 우려한 경작지 소유주들은 출입을 막는 철재 울타리와 가시 철조망 등으로 등산로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또한 폐타이어 등 폐기물들을 이용해 경작지를 꾸며 놓는가 하면 농사를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여지는 알 수 없는 각종 쓰레기들이 경작지 인근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어 환경오염도 우려된다.

특히 무분별한 경작으로 인한 진주시내쪽에서 바라보는 비봉산은 울창한 숲으로 둘러쌓여 있지만 반대쪽은 경작으로 인해 나무가 거의 다 베어졌고, 산촌마을을 연상케 하는 마구잡이로 설치된 100여개 이상의 농막과 구조물 등의 불법 구조물들이 산 뒤편을 뒤덮고 있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의 농막들의 들어서 있는 곳은 공원으로 경작이 불가능한 지역이고, 경작지 대부분의 소유주들은 생계의 목적이 아닌 주말농장이나 취미로 텃밭을 가꾸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등산객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경남환경교육연합회 류재주 사무처장은 "경작지가 사유지로 재산권 행사에 대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녹지공원 시설이기에 경작이 불가능하다" 며 "불법으로 자행되고 있는 경작이나 불법 농막 등은 환경보호를 위해 반드시 철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민은 "비봉산을 30년 전부터 오르고 있는데 이 산은 전망도 좋고 봄·가을에는 산에서 나는 매실, 오디, 산딸기 등을 따 먹을수 있어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그런데 농사짓는 사람들이 가건물과 펜스를 짓고 도로 포장으로 인해 경관이 훼손되고 차들이 지나 다니니 보니 자연스레 산을 찾기가 싫어진다"고 말했다.

진주시 관계자는 “시 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노인분들이 사유지를 활용해 부지런히 밭을 일구고 있지만, 이게 산을 전반적으로 보면 외형상 훼손이 심하다. 산꼭대기의 경우 숲으로 복원되야 할 부분인데 산딸기 밭이 형성돼 민둥산이 되어 있다"며 "주로 생태적으로 능선은 복원이 돼야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데, 비봉산 앞면과 후면은 생태적으로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어 "과거 생활이 어려울 때 비탈 밭을 개간해 경작하게 됐는데, 요즘은 시대가 ‘건강’,‘힐링’으로 사람들의 ‘산’을 보는 관점이 바뀐 것이다. 일반시민들의 시각은 그렇게 바뀐 반면 토지소유자 입장에서는 ‘내 땅에서 내가 농사 짓는데 무슨 소리냐’는 근본적인 모순이 있다. 이렇게 편이 갈라져있는 입장에서 지주 한사람 한사람의 동의와 협조가 필요하다. 이중 경작을 안 하고 방치돼 있는 건축물도 있을 것이다. 이를 조사해 우선 철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