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물을 마실 땐 한번쯤 그 우물을 판 사람의 수고를 생각해봐야
우물물을 마실 땐 한번쯤 그 우물을 판 사람의 수고를 생각해봐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0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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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구식/국회의원
(한나라랑 · 진주갑)

갈증 끝에 우물물을 맛있게 마실 때는 한번쯤 그 우물을 판 사람의 수고를 생각하며 고마워해야 한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으로부터 듣고 늘 가슴에 새기는 말이다.

지난 5월 16일 오후 3시 김황식 국무총리 담화로 혁신도시 ‘7년 전쟁’이 완전히 끝나던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은 진주사람 성경륭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국가 균형발전위원장이었던 그가 없었다면 진주 혁신도시는 엄두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20개 시군(지금은 18개) 중 하나를 제외한 19개 시군이 유치전에 나섰고 그 중에는 현직 대통령의 고향도 있었다.

야당 초선의원이던 필자가 혁신도시를 유치하겠다고 동분서주하는 것을 보고 ‘저러고 다니지만 어림없는 일이다. 성공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실제로 그 때까지 진주에 벌어졌던 일들을 보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시 집권세력 핵심 중 접근이 가능한 유일한 인물이 성 위원장이었다. 그런데 그가 바로 ‘혁신도시의 설계자’였다. 진주로서는 천운(天運)이 아닐 수 없다.

2005년 3월 5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바로 형님이라고 부르며 이렇게 말했다. “진주가 큰일났다. 형님이나 제가 학교 다닐 때 알던 진주는 이제 없다. 버스가 낭떠러지에서 굴러 떨어지기 직전인데 뒷바퀴만 겨우 도로 난간에 걸려있는 것 같은 절박한 형세다. 진주가 천운을 만나 형님이 이 자리에 있다. 혁신도시 안되면 형님이나 저나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이후 많이 만났다. 만났다기 보다는 일 있을 때마다 생각날 때마다 불쑥불쑥 쳐들어갔다. 대통령과 정부를 전면에서 공격하는 야당 의원 만나기 곤란한 상황도 있었을 텐데 그는 찾아갈 때마다 반갑게 맞고 성의껏 답해주었다. 

만남이 잦아지면서 혁신도시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논의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성 위원장이나 필자나 혁신도시에 대해 가장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둘이 만나면 사실상 ‘2인 회의’가 될 때도 있었다.


혁신도시 유치, 준혁신도시 저지 과정에서 성 위원장은 결정적인 힘이 됐다. 그렇다고 직분에 맞지 않거나 옳지 않은 일을 한 적은 없다. 아무리 하고 싶어도 옳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는 천생 진주 사람이었다.

진주 혁신도시는 8월 중앙관세분석소를 시작으로 9월 한국산업기술시험원, 10월 한국남동발전(주)이 착공한다. 새로 청사를 더 지을 기관은 5개이고 3개 기관은 임대할 예정이다. 새로 청사를 지을 기관 5개 가운데 4개 기관은 올해 안에 청사설계를 완료하고 내년에 착공한다. LH를 제외하고는 모든 기관이 2012년에 맞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LH는 이전 문제로 약 1년 반 동안 시간을 끄는 바람에 좀 늦어졌다. 일괄이전 결정 이후 밟아야 할 절차도 있다. 주택공사가 LH로 바뀌면서 이전인원, 이전부서, 청사규모 등 변경사항에 대해 정부 승인도 받아야 하고 청사설계도 새로 해야 한다.

지금까지 경우를 보면 변경승인 절차에 3~6개월, 청사 설계에 6개월~1년 정도 걸리고 건물 짓는데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LH가 혁신도시로 이전하기까지 통상적으로 절차를 밟으면 빨라야 3년, 늦어지면 5년까지 걸린다.

다행히 이런 일들은 국토해양부에서 진행된다. 일괄이전 결정되고 바로 국토부 고위관계자에게 신속하게 진행해 달라고 했다. 변경 내용은 이미 다 알고 있던 것인데 시간 끌 것 뭐 있느냐고 했다.

국토부는 LH에 6월 8일까지 ‘지방이전계획 변경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변경안이 승인되면 그 다음은 청사설계와 건축이다. 설계와 건축은 LH가 전문이니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LH 말고도 10개 기관이 더 온다. 이전 기관을 모두 합치면 한해 예산은 64조원, 자산총액은 1백68조8천억원, 자본금은 26조2천억원에 이른다. 꿈만 같다.
빨리 성경륭 선배 만나 진주 부활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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