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할 수 있는데
잘 할 수 있는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4.2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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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또 참담한 소식들이 들려온다. 세월호 추모행사하는 사람들을 공권력으로 과잉진압 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만몇천 명의 경찰을 배치해서 광화문엔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못하게 원천봉쇄를 했다. 또 차량 거의 5백 대로 청와대를 세 겹으로 쌓고 아무도 못 들어가게 했다. 마치 통행금지가 있던 군부정권 치하 같았다. 게다가 강경진압에 항의하는 추모대 참가자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물대포를 쏘았다. 기어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한 명이 갈비뼈가 부러졌다. 어떤 여학생은 머리채를 잡힌 채 경찰에게 끌려가기도 했다.


다음 날 조선 일보를 비롯한 몇 몇 일간지들이 ‘폭력시위’라고 호도했다. 경찰을 폭행했다고도 보도했다. 옛말에 때리는 서방보다 말리는 시에미가 더 얄밉다고 했다. 강경진압하는 국가 권력보다 그 국가권력 편에 서서 사사건건 국가권력을 노골적으로 편드는 그런 언론이 참 밉고 야속하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도 그날 추모집회 참가자 무리 한복판에 파묻혀 있었다. 그리고 지하철이 끊길 게 걱정되어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조금 일찍 자리를 떴다. 집회 참가자 한복판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돌아오는 길에서야 진압경찰들의 완전무장을 보았다. 방패에 몽둥이를 들고 얼굴보호 가면까지 쓰고 있었다. 그야말로 완정무장이었다.

추모대회 참가자들 중에선 피켓 이외엔 조그만 작대기 하나 들지 않았다. 그러니 경찰은 완전 무장이고 참가자들은 완전 비무장이었다. 그런 양측이 부딪히면 누가 더 다칠까?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걸어가기만 하겠다는 사람들을 못 걸어가게 한 건 명백히 불법이다. 그런데도 그런 놈의 언론들은 참가자들이 경찰을 폭행했다는 말만하다니. 참 고약하다.

무엇보다도 이런 대규모 추모행사가 있기까지 누가 봐도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세월호 참사는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의문투성이다. 사고의 원인은 무엇이며 왜 전원 다 구했다는 오보를 해서 구할 수 있는 시간을 혼란시켰는지 왜 민간인 구조를 막았는지 도무지 납득되는 게 한 가지도 없다. 민간 구조를 막았으면 정부 당국의 구조가 신속하게 이뤄졌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렇지 못했다면 그 까닭은 또 무엇이며......... .

사고난지 이틀째인지 사흘째인지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사고 당시 대통령은 약 7시간 동안 어디 있었느냐는 추궁에 “말할 수 없는 곳에 있었다” 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말을 들은 우리 국민들은 더 헛갈렸다. 추궁이 거세지자 집무실에 있었다고 슬그머니 발표한 것도 기억난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일곱시간 동안의 일들을 비서실장은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만 모른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이 혼란하고 답답한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러니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게 맞다는 말이 나온다. 참사가 일어난지 벌써 일 년이 지난 아직도 배는 깊은 바다에 가라앉아 있고 거기엔 아홉 사람이나 갇혀 있다. 참으로 갑갑한 노릇이다.

추모회 참가자들은 이런 답답함을 알릴 길이 없으니 국가의 최고 책임자와의 대화를 바라고 그쪽으로 향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 발작도 못가게 그렇게 3중 4중으로 막아서야겠는가 말이다. 왜 이렇게 일을 지지부진 끌고가면서 사태를 이 지경으로까지 오게 했을까? 개인적인 생각인데 그 당시 비서실장이 “말할 수 없는 곳에 있었다” 라고 말할 때 청와대의 여인님이 그에게 단단히 약점을 주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말할 수 없는 곳’을 말해버리면 그 여인님이 낭패지 않은가. 잘 할 수 있다는 말은 이 낭패를 뒤집어 엎어야한다.

그 여인님이 우리 국민에게 위대한 여왕으로, 나아가 똑부러지는 대통령으로 기억되려면 여인님의 주변에 득실거리는 그런 더러운 수많은 ‘비서실장’들을 혼구멍을 내야한다. 어떻게? 솔직해지면 된다. 솔직하고 정직하게 사실을 딱 부러지게 밝히고 국민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된다. 그것이야말로 <정면돌파>다. 그렇게만 되면 설사 부정선거로 당선이 됐다하더라도 우리는 그 여인님을 자랑스런 대통령으로 모실 것이다. 우리 국민은 용서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왜 자꾸 속이려고만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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