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백리길
섬진강 백리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4.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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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화개면 신기마을에서 평사리까지 걸으며


그렇게 휘날리던 벚꽃들이 바람에 날리듯 떠나 가버린 자리에는 싱싱하게 돋아나는 푸르른 잎들이 청청함을 자랑하고 있다. 봄인 듯 했는데 벌써 초여름이 다가온 것일까? 간혹 더운 날씨가 우리들을 그늘을 가끔은 찾게 한다. 하지만 아직 밤과 낮의 기온 차가 심하여 봄인지 초여름인지 구분이 안가는 데…

4월 말에 봄 현장체험학습을 가기 위해서 우리 학교에서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담당하는 선생님과 함께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욱 알찬 체험학습을 할 것인지 고심하면서 다양한 방법을 탐색하였다. 그러던 중 우리 학교 학생들은 우리 지방부터 알아야 한다는 나의 지론을 생각하면서 출퇴근시 보았던 도로 옆의 아름다운 길을 생각하였다. 그래서 담당선생님도 적극 찬성하여서 먼저 그 길을 사전에 다녀와서 계획을 세우기로 하였다. 담당선생님과 다른 선생님이 그 길을 먼저 걸어보면서 안전도 등 다양한 조건들을 파악해서 오셨는데 대 만족이었다.

그리하여 계획을 세우기로 하고 학부모님들에게도 말씀을 드렸더니 좋은 체험학습이라면서 찬성을 하시고 못 가본 학부모님들의 동참도 요청을 해서 같이 걷기로 하였다. 학생들은 출발지까지 학교차로 가고 내려서 고학년은 조금 먼 곳에서 출발을 하고, 저학년은 가까운 곳에서 출발을 하기로 하였다. 본교 뿐 아니라 분교도 같이 가기로 하였다. 그리고 옛날의 소풍 중에서 보물찾기도 해보기로 하였다.

봄 현장학습 당일이 되었다. 어제까지 내리던 비는 그치고 온 자연이 깨끗하기가 그지 없었다. 모든 자연이 살아 있어 내게로 다가오려는 듯 내 눈 속으로 들어 왔다. 정말로 좋은 날씨였다. 며칠전부터 안전교육을 시키고, 아이들을 걸을 수 있도록 사전 교육을 한 후 본 교는 고학년이 먼저 차로 출발을 하고, 저학년은 다시 차가 온 후에 출발을 하였다.

각 반마다 담임 선생님과 다른 교직원으로 부담임을 배정해서 아이들의 안전에도 최대한 배려 하였다. 차에서 내려 아이들을 한 줄로 세우고 선생님의 인솔하에 반별로 걷기 시작하였다. 지리산에서부터 내려온 맑은 물들이 섬진강의 하얀 모래알과 같이 내려가는 아름다운 강 옆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아이들과 교직원은 마음과 함께 몸이 함께 걷는 것이다.

대 숲으로 난 길을 걷는 가 했더니 옆에는 녹차밭이 따라 걷고, 곳곳에는 유채꽃이 노란 입으로 반갑다고 인사하듯 반겨주고, 배나무들도 줄을 잘 서서 우리를 따라 걸으려는 듯이 따라 나서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길 옆에는 다양한 이름 모르는 식물들이 꽃을 피우거나 나름대로의 멋을 뽐내며 있었다.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도 다시 꾸불꾸불 길을 걷다보면 얼마전에만 해도 하얗게 벚꽃들로 온 몸을 치장하고 환하게 웃음을 웃던 벚나무들이 치렁치렁 가지 마다 푸른 잎들을 가득 달고 우리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이들도 교직원도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내면서 걷고 있는데 주인이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자그마한 배 한척 외롭게 쉬고 있어 더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요즈음 아이들은 걸어서 어디를 가는 것을 그렇게 즐겨 하지 않는데 우리 학교 아이들은 너무나도 좋아하였다. 그리고 같이 걷는 학부모들도 정말 잘 참여하였다며 아이들 못지 않게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드디어 도착한 평사리 공원에서는 아이들에게 옛날의 소풍을 떠올리게 하는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의 현장체험학습을 마치고 돌아 갈때에 학교차로 가면서 하교를 시켰고, 본교와 분교의 아이들은 차를 타고 멀리가는 현장체험학습보다 더 알찬 내고장 알기가 되었으며 우리 고장이 정말로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었다.

요즈음에는 마을마다 고장마다 건강과 힐링이라는 말을 내세우고, 빠름 보다는 느림을 더 선호하면서 다양한 걷는 길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끌어 들여서 걷게 하고 있다. 그런 것 중의 하나로 하동의 섬진강과 어울려 걸을 수 있도록 만든 섬진강 백리길은 다양하게 우리들의 마음을 한결 건강하게 하고 있다. 벚꽃과 어우러진 이른 봄의 길을 상상해보라. 그리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길이 하이얀 백사장이 함께 하는 맑은 물길 섬진강과 어깨 겯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저절로 걷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가?

나도 다시금 우리 가족이나 친한 동료들과 함께 섬진강 백리길 전 구간의 길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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