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교의 딜레마
한국외교의 딜레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5.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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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균/(주)동명에이젼시 대표·칼럼니스트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에 보다 적극적인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신 북방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하여 기존 이명박 정부에서 난맥상을 보이곤 했던 남북관계와 한러관계에 대해서 적지 않은 우려를 갖고 있던 러시아의 한국관계자들에게 큰 기대를 심어줬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정치와 경제 제재로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와 미국 서방의 갈등과 대결은 동북아 정치경제 질서와 남북한 관계에까지 상당한 영향들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한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이후에 미국과 서방에 의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조치에 참가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표시한바 있다. 이러한 분위기로 볼때 러시아로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승전기념행사 참석에 기대를 걸었지만, 우리정부는 얼마 전에야 대통령 대신 특사를 파견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러시아는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한반도를 포함하는 동북아와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발언권과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국가이다. 따라서 한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국제질서와 동북아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실체로서의 러시아를 인정해야한다. 한반도의 평화 통일과 유라시아대륙 진출이라는 대한민국의 대 전략의 추진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전통적 동맹관계의 유지 발전과 동시에 한반도에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날로 커가는 러시아와 중국 등 대륙세력과의 관계강화 또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수 밖에 없다.

아베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전후해 미·일 '신(新)밀월시대'가 시작되고 중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가운데 한국의 대일 외교가 연일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30일 급기야 당정협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느라 부심하고 있지만 때가 늦었다는 지적도 많다.

외교 위기가 이렇게 심화하는데도 정부는 신경이 무딘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중.일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열린 반둥회의 60돌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남미 순방에 나선 것은 우리 외교 전략의 손익계산을 해볼 필요가 있을것이다. 종합적인 외교 전략 수립과 적절한 실행 방안과 체제를 갖추는 것은 더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미국과 일본 대 중국이라는 대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동북아 평화협력 구조를 위한 균형외교를 하는것이 필수다. 한.미.일 3국간의 안보협력은 물론 일본이 과거사 문제해결에 나서도록 해야할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반도 관련 사안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력조차 잃어버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아베 정권의 우익 행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서도 다른 나라들은 그 동안에도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발전시켜 왔지만 유독 한국은 국민감정을 감안해 일본과 경색된 관계가 너무 길어져 버리고 말았다. 지금은 국민감정 보다는 실리적인 면에서 일본과의 관계를 새로 정립할 시점이다. 미국과 일본의 신밀월시대에 우리가 일본과 관계가 좋지 않으면 미국에 부담이 되고 이는 우리나라의 대중관계, 대북관계에서 입지나 영향력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로 인해 미국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은것으로 보인다. AIIB 창설 과정에 미국이 적극 참여해 중국과 함께 게임의 룰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AIIB 참여를 반대하다가 체면을 구기고 말았지만, 미국의 AIIB 참여를 의회가 승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중국은 미국 중심의 국제 경제 질서에 정면 도전할 단계는 아닌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현재 내부적으로 심각한 정치·경제·사회·환경 문제 해결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외형상 G2 반열에 올랐지만 안으로는 고속 성장의 후유증 치유가 급하고, 중국 혼자 힘으로 국제 규범과 비전을 제시할 만한 소프트파워도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마주칠 현실은 구질서와 신질서가 병존·경쟁·보완하는 다원화된 글로벌 시스템이다. 이것은 많은 국가, 특히 미국의 동맹국들이 직면한 공통된 도전이다. 미·중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미국, 일본,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전략 변화에 대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지키기 위해 우리정부가 유연한 외교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한반도 관련 현안을 방치한 채 주변국들의 움직임에 사안별로 대처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외교 주도력이 생길 수가 없다. 이러다간 한국이 외교 딜레마에 빠질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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