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문화의 맥을 잇고 있는 ‘풍물꾼’
우리 전통문화의 맥을 잇고 있는 ‘풍물꾼’
  • 양산/차진형기자
  • 승인 2015.05.1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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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진 용신제 보존회 박홍기 사무국장<가야진 용신제 예능보유자>

 
매년 5월 5일이면 양산시 원동면 가야진사에서 국가 제례인 경남도 무형문화제 제19호인 ‘가야진 용신제’ 봉행 행사를 열고 있다. 이 용신제는 1400년 이상 원동지역 주민들의 믿음이자 신앙 같은 존재로 신라시대 초기부터 국가적 제사의식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제례 전후 용소풀이 등 풍물놀이가 가미되고 있다.
그런데 이 풍물놀이 문화가 지역민들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져 갔던 시절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 때 가야진용신제 금지와 함께 풍물악기는 모두 공출당해 마을 주민들은 비석골 산중에서 제례만 몰래 지내면서 풍물놀이는 퇴색하고 있었다. 1977년 이를 되살리기 위해 가야진용신제 보존회 박홍기(52·제례, 풍물 예능보유자) 사무국장은 북춤과 괭과리 소리내는 법 등 풍물가락을 전수 받았다.
이어 1980년 박 국장은 공부에 열중해야 할 17세의 나이에 가야진용신제 풍물놀이 복원을 위해 가락과 놀이구성 채보를 하고자 본격 나섰다.  이후 박 국장은 지역민들과 힘을 모아 부정가시기 굿, 착사맞이 굿, 용소풀이, 사신풀이에 참여하는 풍물놀이를 복원하고 양산문화원과 합심해 가야진 용신제를 1997년 경남무형문화제 제19호로 지정받았다.
2000년에는 양산문화원 주관으로 지내던 제향을 지역민들의 주관으로 전환시켰으며 보존회의 명칭을 ‘가야진 용신제 보존회’라며 명칭을 개칭했다. 지난 2006년에는 고려시대, 조선시대 용신제 유적과 유물이 출토된 가야진사와 연접한 곳에 이 용신제를 보존·육성하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자 전수교육관을 설립했다. 이어 2011년에는 사라져버린 제단을 복원해 가야진용신제 제단 제례를 재현했다.
이처럼 가야진 용신제가 옛모습을 되찾고 있는 데는 박 국장을 비롯한 김진규(제례  예능보유자) 이사장과 이수자 17명, 전승회원 132명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 국장은 “내 삶은 가야진 용신제다”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다음은 박 국장과의 일문일답.

-가야진 용신제란 
▲신라시대초기부터 제후가 왕명을 받아 서라벌을 중심으로 토지하(흥해), 웅천하(공주), 황산하(양산), 한산하(서울)에서 천신제와 풍년기원제를 올렸는데 가야진사는 이 중 한 곳에 포함돼 있다. 이 4곳의 제당은 조선시대 말과 일제강점기 때 허물어졌는데 광복을 맞아 가야진사만 유일하게 현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이 곳에서 유교적 관례에 따라 음력 3월 초정일에 되면 우순풍조와 국태민안을 위해 가야진 용신제를 지내왔다. 그러나 2009년부터 학생들과 일반인들의 참여를 위해 해마다 5월 5일에 제례를 지내고 있다.
가야진은 삼한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양산시 원동면 용당리에 있었던 나루를 뜻한다.

-일제강점기때 왜 가야진사만 안 허물어지고 제자리를 지키게 됐는가
▲고 이장백(1914~1998)옹과 용당리 당곡마을 주민들은 일본인들의 눈을 피해 천태산 비석골에 가야진사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다 광복을 맞아 가야진사를 본래의 위치에 되돌려 놓았던 것이다. 이 때 주민들은 밤중에 지게를 지고 재수를 운반했으며 흉년이 들었을때는 아낙네들이 집집마다 보리쌀을 거둬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 등으로 가야진용신제는 주민들 마음속 깊은 곳에 믿음과 신앙으로 자리잡았으며 이때부터 국가제례에서 민간인들에게 전승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제례가 시행될 때에는 제례를 모시기 전 마을을 돌며 풍물을 치면서 부정을 가시고 칙사가 오는 길을 닦는 등 모든 주민들이 참여했다. 제례 이후에는 풍물과 함께 대동놀이를 즐겼는데 주로 용짚배 용소띄우기와 용줄당기기 등을 했던 것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어떤 계기로 가야진 용신제를 접하게 됐나
▲어릴적부터 풍물소리가 좋아 마을 굿을 할때면 언제나 풍물치는 곳을 찾아다니며 따라 다녔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3학년때 마을 상쇠였던 김문재 선생님으로부터 장구와 꽹과리 치는 법을 배웠다. 이후 매일 학교수업이 끝나면 소를 먹이러 산에가 나뭇가지를 꺽어 북채와 꽹과리채를 만들어 돌을 두드렸다. 그러면서 원동중학교 1학년생이 됐으며 밀양백중놀이 보유자인 하보경 선생님에게 북춤을 배웠다. 당시 이 선생님은 학교 매점을 운영하고 계셨다. 그리고 밀양백중놀이 보유자인 김타업 선생께 꽹과리를 사사 받았으며 이준영, 김정수 선생님에게 가야진 용신제 풍물가락을 전수받게 됐다.

-어떻게 가야진 용신제 풍물놀이를 복원시키고 보유자로 지정됐는가
▲여러 선생님에게 풍물가락을 전수 받은 뒤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야진 용신제 풍물놀이 복원을 위해 가락과 놀이구성을 채보하여 양산시 농악경연대회에서 첫 시연을 열었다. 이후 1985년 경남민속예술경연대회에 양산원동농악(가야진 용신제놀이) 상쇠로 출연해 개인상을 수상했다. 1995년에는 경남도 민속예술경연대회에 가야진 용신제 상쇠로 출연해 단체 우수상을 받았으며 2년 후인 1997년 1월께 가야진 용신제가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19호 지정 받았다. 이때 고 이장백 선생님이 보유자로 지정됐으며 보유후보자에는 김진규, 전수조교에는 나와 박형렬이 지정됐다. 2011년에 열린 보유자 심사에서 용신제 제례와 풍물놀이 등 전 과정의 실연 심사를 거쳐 보유자로 지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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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부터 전통소리가 좋아
어디든 풍물이 있는 곳 찾아다녀
여러 선생에게 풍물 전수받아

1980년 가야진 용신제 복원 시작
가락 놀이구성 채보 경연서 첫 시연

1997년 도문형문화제 제19호 지정

해마다 5월 5일 봉행·발표공연
10월에는 삽량문화축전서 시연도
공연으로 사람들에 알리기 노력

전통문화의 새로운 가치 발견
청소년 전수자 발굴에 최선
부족한 전수공간 해결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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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진 용신제 보존회 조직도는 
▲예능보유자 김진규 이사장님과 사무국장 1명, 감사 2명, 이사 14명, 고문 6명, 이수자 17명, 일반 전승회원 132명으로 구성돼 있다.

-보존회에서는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가
▲해마다 5월 5일에 가야진사에서 가야진 용신제 봉행 및 무형문화재 발표 공연을 개최하고 있으며 10월에는 양산삽량문화축전 행사때 가야진 용신제 시연을 통해 무형문화재 공개행사를 열고 있다.
또한 원동매화축제 때 가야진 용신제 시연 및 풍물공연을 실시해 지역 무형문화재를 알리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여기다 지난해부터 가야진사 인근에 위치한 전수교육관 활성화사업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매년 6회 청소년 합숙 전수교육을 개최하고 있으며 월 1회 가야진 용신제 상설공연과 함께 전통문화 체험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1400년 이상 이어온 가야진 용신제가 영원히 후손에게 무형의 정신문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보존회 회원들은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올바른 전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가야진 용신제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크게 다섯 마당으로 나뉜다. 제를 올리기 전 부정을 쫓아내는 의식인 부정가시기를 시작으로 칙사(국가제의를 지내기 위해 파견된 고위관리)를 모시고 제단으로 향하는 칙사맞이굿, 칙사가 제당에 도착하면 삼용신에게 제를 올리는 용신제례를 지내고 나룻배에 돼지를 실은 뒤 낙동강 용왕에게 제물을 바치는 용소풀이가 이뤄진다. 이후 제례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춤을 추면서 제단으로 돌아오는 사신풀이를 마지막으로 제향은 끝이 난다.

-가야진사에 얽힌 용의 전설은
▲조선왕조실록 세종 3년 4월 13일조에는 ‘용이 경상도 가야진에 나타났다’고 기록돼 있다. 원동면지에는 가야진에서 낙동강을 건너면 김해시 상동면 여차리 피안에 용산이 있고 용산 밑을 흐르는 물에 낙동강에서 가장 깊다고 하는 용소가 있어 깊이가 27m 가량이나 되고 물줄기가 상하로 통하며 소용돌이가 심해 주민들은 그 곳에 용이 살고 있다고 믿어왔다고 전해지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가야진 용신제가 연행되고 있는 원동지역은 빈촌으로 노령화 및 이농현상이 심각해 전승자들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승자 인적자원을 양산시민 전체로 확대하고 모든 시민들이 가야진 용신제 전승자라는 생각을 가질수 있도록 지역사회 문화사업을 포함한 전승교육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또한 가야진 용신제를 후대에 영원히 전승할 수 있도록 청소년 전수자 발굴에도 온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전통문화의 새로운 가치를 가야진 용신제에서 발견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보존회의 중장기 계획이다.

-개선되어야 할 사항은 없는가
▲전수교육관의 전수공간은 178㎡ 로 전수인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전승교육에 차질을 빚고 있어 전수공간을 확장하면 좋겠는데 국가하천 부지 등이라는 이유로 증축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기회를 빌어 지금까지 도와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끊임없는 관련기관의 협조와 지원으로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됐으면 하는게 나와 보존회 회원들의 바램이다. 양산/차진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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