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용(九容)
구용(九容)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5.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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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조선시대 서당에서 천자문 다음으로 가르치는 아동 교육의 필수교재였던 ‘계몽편’이라는 책에 보면 아홉 가지 올바른 몸가짐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첫째 족용중(足容重): 발을 무겁게 하라. 두 발로 땅을 단단히 딛고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라는 뜻이다. 우리가 자랄 때 어른들께서는 아이들이 다리를 떨거나 발을 까닥거리면 복이 달아난다고 주의를 주곤 하였다. 즉 다리를 떨거나 발을 까닥거리면 복이 달아난다는 말은 단지 기우(杞憂)나 미신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런 자세는 불안한 마음을 신체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불안한 마음은 복을 담을 그릇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철 스님께서는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하셨다.

둘째 수용공(手容恭): 두 손을 가지런히 공손하게 하라. 방정맞게 두 손을 자주 움직인다든지 손사래를 친다든지 삿대질을 하는 것은 점잖치 못한 태도이다. 직장 여성에 대한 성희롱 사건 같은 것도 따지고 보면, 남자 상사들이 손을 공손하게 가지지 않고 방자하게 엉뚱한 곳으로 뻗었기 때문에 생겨난 일들이다. 뇌물 사건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도 내밀지 않아야 할 곳에 손을 내밂으로써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목용단(目容端): 눈에 총기를 모아 맑게 뜨고 있어라. 맹자께서는 ‘마음이 흐리면 눈도 흐리게 된다.’ 고 했다. 마음에 살기가 등등하면 그대로 눈에서도 살기가 느껴진다. 음심이 가득하면 눈에서도 음란한 기운이 번질거린다.

넷째 구용지(口容止):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 물고기가 입을 잘못 벌림으로 미끼에 걸리듯이 사람도 입을 잘못 놀림으로 화를 자초하게 된다.

다섯째 성용정(聲容靜):말을 할 때는 소리를 높이지 말고 차분하고 조용하게 하라. 한국 사람들은 평소에 말소리가 크기로 유명하다. 음식점에서건 술집에서건 길거리서건 어디서나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목소리들이 들린다. 유럽의 어느 지역에서는 한국의 유학생에게는 하숙방이나 전세방을 내어주지 않는다는 팻말을 대문에 걸어놓기도 한다고 한다. 국제적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목소리가 크다는 것은 내면이 비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화가 나면 날수록 목소리가 더욱 착 가라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의 참모들은 바짝 긴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화가 부글부글 끊고 있는데도 조용히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은 아무래도 무서운 구석이 있는 법이다.

여섯째 두용직(頭容直): 머리를 똑바르게 세우라. 무슨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이나 검찰에 끌려온 사람들은 대부분 머리를 숙이고 얼굴을 가리기에 급급하다. 두용직의 자세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신뢰감을 가지게 한다. 두용직의 자세는 직립 영장물로서의 영광이기도 하다.

일곱째 기용숙(氣容肅): 숨소리를 고르게 하라. 숨소리는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드러내는 법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단전호흡이니 복식호흡이니 하는 것이 곧 기용숙이다.

여덟째 입용덕(立容德): 비굴하고 옹졸한 자세가 아닌 의젓한 자세를 가져라. 의젓하되 사람을 위압하는 교만한 자세가 아니라 사람들이 가까이할 수 있는 넓은 도량이 느껴지는 자세를 가지라는 의미이다. 즉 이순신 장군과 같은 덕장(德將)이 서 있는 모습일 것이다.

아홉째 색용장(色容莊): 얼굴빛을 씩씩하게 하라. 얼굴빛에서 생기와 활기가 느껴지는 사람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마음과 몸이 아울러 건강할 때 이런 얼굴빛을 지닐 수가 있는 법이다. 평소에 못생긴 얼굴로 유명했던 미국의 16대 대통령을 지낸 링컨은 ‘남자는 40세 이후의 자기 얼굴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부단한 인격 도야로 40세 이후에는 존경스러운 얼굴이 되었다고 한다. 몸과 마음을 거두어 바로잡는 데는 구용보다 더 절실한 것이 없다(收歛心身 莫切於九容).고 했다.

마음과 몸이 따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가 몸가짐으로 나타나고 몸가짐이 마음을 고치기도 하는 등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행운이 따라오도록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바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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