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야기와 올바름
세월호 이야기와 올바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5.19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영/소설가

지난 토요일자 한겨례 신문을 통해 도법스님의 <21세기의 꿈, 세월호의 기적6>을 읽었다. 붓다의 생일을 맞아 세월호참사에 대해 생각하는 글이다. “붓다는 어떻게 했을까. 마냥 슬픔에 잠겨 있지만은 않았을 거야. 온화하지만 냉철한 눈으로 현실을 직시했을 거야. 긴 호흡으로 아이들의 희생이 값지게 되는 그날까지 줄기차게 세월호 이야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거야. 온 국민과 함께 일으켰던 따뜻하고 거룩한 첫 마음으로 대중들의 손을 잡고 천일기도, 천일순례, 천일이야기마당을 펼쳤을 거야, 등등.” 스님은 스스로에게 말하듯 우리들에게 그렇게 말씀하고 계신다. 짐작하건데 스님은 말씀은 비록 온화한 듯 하시지만 온 국민에게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외치고 계신다. 세월호참사를 절대로 절대로 잊지말자고 절규하고 계신 것이다.


나는 ‘천일이야기 마당’에 밑줄을 그었다. 나는 소설가이니 이야기를 하는 게 내 사명이다. 게다가 평생 올바른 이야기를 해야한다. 도법스님의 말씀을 읽으며 한 가지 참으로 개탄할 신이분법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세월호참사를 진실을 밝히자는 유가족 편에서 이야기하면 반정부적이 되고 종북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은 흔히 말하는 우파이거나 극우이거나 보수이거나 무지몽매한인 것이다. 세월호 이야기를 유가족 편에서 진실을 밝히자고 말하면 올바른 사람인 반면에 어떤 이유로든 세월호 이야기 이제 그만 하자고 하는 사람은 옳지 못한 사람이다, 라는 기막힌 사실을 알아차렸다. 진실은 밝혀져야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 진실이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아니 불편하면 불편할수록 제 살을 도려내는 마음으로라도 밝혀야 하는 것이다.

한겨레 신문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 내정자에 대한 기사도 있는데 도법스님의 글과 이 기사를 보면서 신종 이분법을 자연스럽게 알아차리게 됐다. 노형석 기자와 최원형 기자가 공동으로 작성한 기사에 따르면 이 차관보 내정자는 “세월호 유족들이 나라 마비시켜.....” “....좌파시민단체는 악마의 집단 같다....” 등등의 막말을 일삼고 내뱉는 사람이다. 또한 “유가족들은....사고 수습 당시 박의 7시간의 행적을 밝혀야 한다는 황당한 소리를 해대고 있다....여기에 반미 반체제 좌파인사들이 파리떼처럼 달라붙어 반정부 투쟁으로 악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런 류의 사람들이 하는 말을 곰곰 따져봐야 한다. 차관이니 장관이니 총리니 해서 고급 관려들이라고 해서 다 올바른 말을 한다고 무턱대고 고개를 끄득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했다. 한 개인이 그런 맹목적 실수를 버릇처럼 저지르다 보면 옳지 못한 맹목적인 아류에 빠져 결국은 인생을 실패로 끝내기 십상이다. 또한 이런 맹목적이고 무지한 사람으로 이루어진 가정 역시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그릇된 집단을 돕다가 그릇된 지도자를 뽑는 일에나 일조하다가 기어이 나라의 앞날까지 어둡게 하는 것이다.

‘사고 수습 당시 박의 7시간 행적’은 당연히 밝혀져야 한다. 안 밝혀지거나 못 밝혀지는 게 오히려 이상하고 요상한 실태다. 세월호참사와 같은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박의 자리는 7시간이나 행적이 묘연해서는 안 되는 자리다. 그런 긴 시간을 행적이 묘연한 건 수습과 구조의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와 관련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 행적을 안 밝히면 도대체 어쩌겠다는 건지. 그리고 또 기사에 따르면 세월호 유족이 나라를 마비시켰다고 차관보 내정자가 말했다는데 이는 참으로 어이없는 망발이다. 그런 대형참사가 났으면 참사의 전모를 낱낱히 밝히고 책임자를 색출하고 유족들과 국민들을 철저히 위로해서 하루 속히 상처를 치유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광석화와 같은 구조로 인명피해를 최소화해야 했다.

그런데 정부 당국은 어떻게 했는가? 구조에서부터 지금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게 아무 것도 없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해놓고 일년이 지나도록 유가족을 만나주지도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유가족을 지치게 해서 자살이나 하게 했다. 그래놓고 외려 나라를 마비시켰다고 유족에게 덤터기를 씌워? 이래서는 안 된다. 이래서는 올바른 일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현명해지고 똑똑해져야 한다. 거짓되고 냄새나는 가랑비에 옷이 젖어서는 안 되겠다. 내 자신의 인생이지 않은가? 가만히 따져볼 일이다. 저들의 거짓된 말에 동조한다고 내 인생에 무슨 이익이 있는지. 혹시 혼자 어두운 방에서 소주병을 기울이며 죽어가는 게 그 동조한 댓가는 아닌지 곰곰 따져볼 일이다. 붓다는 법화경에서 말했다. 악에 동조하면 동조한 사람도 무간지옥에 떨어진다고 붓다는 또 설했다. 사람은 선업을 쌓으면 반드시 번영하고 선인과 마음을 모으면 복운이 줄지어 들어온다 했다. 약자와 희생자를 저렇게 쉽게 모욕하는 무지한 사람들을 믿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아무리 부자고 권력을 쥐었다고 해도 내게 오는 이익이 무엇인가? 인생은 길고 진실할 때 길게 아름다울 수 있다. 길게 행복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