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자박(自繩自縛)
자승자박(自繩自縛)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5.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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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백수(百獸)의 왕이라 하는 사자가 병이 들었는데 모든 짐승이 와서 문안했다. 그러나 여우가 문안을 오지 않는 것을 이리가 알고 사자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 “대왕님, 모든 짐승이 대왕님께 와서 문병을 했는데 여우만 오지 않았습니다” 사자가 이 말에 크게 노했다. 여우가 이 일을 알고는 이리가 없는 틈을 타서 사자에게 나아갔다. 사자가 호통을 쳤다. “네가 왜 이리 늦게 왔느냐?” “대왕님께 충성을 다하는 것으로 치자면 누가 저보다 낫겠습니까? 제가 늦게 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사방으로 다니면서 여러 의원에게 대왕님의 병을 고칠 방법을 물어가지고 오느라고 늦은 것입니다” 사자는 귀가 솔깃했다. “그래 어떻게 해야 병이 낫겠다고 하더냐?” “이리의 생가죽을 몸에 두르면 낫겠다고 하더이다” 사자는 이리가 다시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에 이리가 돌아오자마자 즉시 죽여서 가죽을 벗겨 몸에 둘렀다. 이리가 죽을 때에 여우가 말했다. “네가 만일 대왕님께 선한 말을 했더라면 어찌 내가 악으로 갚겠느냐?”

어느 집에서 양과 나귀를 함께 기르고 있었다. 양이 나귀를 시기했다. 주인이 나귀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양은 어떻게 하면 나귀가 주인에게 미움을 받게 할까 고민했다. 양이 하루는 나귀를 꾀었다. ‘주인이 그대를 매우 홀대하는군요! 그대는 늘 무거운 짐도 나르고 연자방아도 돌리는데 주인은 늘 그대를 꾸짖고 매로 때리기까지 합니다. 그대는 길을 가다가 거짓으로 개천에 넘어져서 피곤한 척을 하세요. 그러면 주인이 잘 해줄 거예요.’나귀는 그 말을 옳게 여겨 길을 가다 넘어지는 척하려 했으나, 잘못해서 정말로 발목을 다치고야 말았다. 주인이 수의사를 불러 물어보니 수의사가 ‘양의 간에서 피를 내어 바르면 낫습니다.’라고 했다. 주인은 즉시 양을 죽여 간의 피를 내어 나귀 발목에 발랐다.

어떤 사람이 기차를 탔는 데 의자에 자리를 잡고는 자기만 넓게 앉아서 갈려고 그 옆에 자기 가방을 놓았다. 기차 안에는 사람이 많고 좁았다. 서 있는 사람이 의자에 놓인 가방이 누구의 것이냐고 물으며 치워달라고 말을 하니 “다른 사람의 가방인데 그 주인이 방금 다른 칸으로 갔는데 곧 올 것이오”라고 했다. 서 있는 사람이 그 가방을 들어 자기 무릎에 놓고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어느 듯 기차는 가방 주인이 내릴 역에 도착하게 되었다. 남의 가방이라고 말했으니 가방을 들고 내릴 수도 없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할 수 없이 옆에 가방을 가지고 앉아 있는 사람이 내릴 때 까지 가서 그 사람이 내린 후에 자기 가방을 가지고 내려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할려고 하니 약속시간을 어기게 되어서 할 수 없이 가방을 포기 하고 빈손으로 내리고 말았다. 자승자박(自繩自縛): ‘자기의 말이나 짓으로써 자기가 옭혀 들어가 묶임’이라고 국어사전에서 풀이하고 있다. 상대를 쓰러뜨리고 없애면 그것이 바로 나에게 이익이 되고 내 자리가 편해질 것 같지만 세상이나 상대의 마음은 내 뜻대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다. 남을 해(害)하려다가 내가 해를 입는 경우가 세상에는 많다. 그래서 “남 잡이가 나 잡이가 된다”고들 말한다. 남을 참소하는 것이 내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 같은가?

뒤에서 누군가 나를 해하려 하거나 헐뜯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분노가 끝없이 치밀어 오른다. 누군가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주고 칭찬해주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우연히 알게 될 때에는 고마움이나 감동이 또 끝없이 솟아난다. 남이 없는 곳에서 한 번 그를 칭찬했다가 내 평생의 지지자를 만나게 되는 것! 이것보다 수지맞는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천지를 만들 때에 하늘이 큰 주머니 하나와 작은 주머니 하나씩을 사람에게 주면서 당부하기를 “남의 허물을 보거든 이 큰 주머니 속에 넣어라. 그것을 거울삼아 자기 몸을 바로 하라. 날마다 내 허물을 살펴보아서 이 작은 주머니에 넣어라. 그렇게 해서 다시는 그런 허물을 범하지 않게 하라”고 했다. 사람이 받아 이 두 주머니를 차는데 잘못해서 큰 주머니는 앞에 차고 작은 주머니는 뒤에 찼다. 그런 까닭에 남의 허물은 보기 쉬워 자주 말하게 되었으나, 자기 허물 주머니는 꽁무니에 있어서 잘 보지도 못하게 되었다.

우리 속담에도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를 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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