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가 걷던 길을 걸으며
서산대사가 걷던 길을 걸으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5.25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신록이 우거진 사이사이 좁다랗게 이어진 오솔길을 걷는 마음은 상쾌하고 기분은 좋다. 길옆으로 흐르는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것은 더욱 좋다.


5월의 따스한 날에 고장을 바로 알기 위한 그리고 자연을 체험하는 행사로 서산대사가 걷던 길을 걸어보기로 하였다. 서산대사는 사명당의 스승이자 우리나라가 위급했을 때 승려들로 승군으로 의병을 만들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발벗고 나선 유명한 스님이다. 그의 제자는 더욱 더 유명한 스님이 아니던가? 뛰어난 스승 밑에 더 뛰어난 제자가 탄생한다고 했던가? 꼭 서산대사와 사명당을 두고 한 말인 것처럼 느껴진다. 옛날에 지리산의 수려한 환경과 섬진강의 맑은 물이 어울려 아름다운 경치를 꾸미는 화개골에는 50여개의 절이 있을 정도로 불교가 성행하였다고 한다. 서산대사는 의신에 있던 의산사라는 곳에서 잠시 머물며 불도를 닦고 있었는데 신흥에 있는 신흥사에 가끔 내려오시곤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서산대사가 걷던 길을 서산대사가 품었던 마음과 생각을 느껴보며 걷기로 한 것이다. 신흥사와 의신사는 지금에는 없고, 신흥사가 있던 신흥부락에서 의신사가 있던 의신부락까지의 길이 잘 다듬어져 있어서 걷기가 좋았다. 본교 아이들과 분교 아이들 그리고 지리산국립공원 하동분소에서 오신 숲 해설사, 학부모와자원봉사자들 등과 분교 운동장에서 안전을 위한 준비운동을 실시하고 본교 학생들부터 차례로 숲길을 걸었다. 지리산에서 의신부락을 거쳐 내려오는 맑은 물길인 개울을 옆에 끼고 나무들과 함께 울창한 오솔길을 줄줄이 이어 서서 걸었다. 길옆에는 가끔 감나무나 밤나무 등과 다양한 나무들이 신록을 자랑하고 있었으며 각양각색의 풀들도 나름대로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심심할까봐 들려주는 물들의 흐르는 소리는 우리들의 땀을 조용조용 두드려 주었다. 중간지점이 얼마 남지 않은 곳에서 모두가 잠시 숨을 돌리며 숲 해설사가 들려주는 돌의자에 관한 얘기를 듣는다. 길옆에 있는 돌의자는 서산대사가 의신사에서 불경을 드리다가 왜군이 절에 있는 종을 떼서 가지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도술을 부려 돌의자로 바꾸어 버려서, 왜군이 기겁을 하고 줄행랑을 놓고 지금의 자리에 돌의자가 놓이게 되었으며, 길을 가는 사람들이 가끔은 앉아서 쉬는 곳이 되었다는 것이다. 잠시 숨을 고른 우리는 다시 길을 걷는다. 그리고 곧 개울가로 몰려갔다. 큰 바위가 개울가에 누워서 있고 그 주위로 많은 커다란 바위들이 늘어져 있고 맑은 물이 하얀 분말을 만들며 힘차게 내려가고 있다.

그런데 그 커다란 바위에는 한자로 된 글자들이 더러 있었는데 사람의 이름이 있고, 또 좋은 문구도 있었다. 그리고 자세히 봐야 알 것 같기도 한 한자들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잠시 물소리를 들으면서 땀을 닦고는 단체 사진도 한 장 찰칵…… 또 다시 걷는 길가에는 사람이 살고 있던 빈집이 있다. 그래도 주변이 잘 정돈되어 있다. 계속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걸었더니 벌써 길의 끝자락에 도착하였다. 끝은 ‘베어빌리지’로 지리산 반달곰을 기르는 곳이다. 아무런 사고도 없이 모두들 안전하게 체험학습을 마무리 하였다. 그리고 출렁다리를 출렁출렁하면서 무서움과 재미를 느끼며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자연과 함께 하는 일이 점차 줄어들었으나 살기가 조금 나아지면서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려는 마음은 아직 부족하여 가지고 간 음식의 찌꺼기나 다른 쓰레기를 구석진 곳에 몰래 버리기도 하고, 좋은 나무나 꽃들이 있으면 혼자만 보려는 듯 채취하여 가지고 가는 몰상식한 사람도 있어 안타깝다. 그리고 주변에는 애써 땀흘리면서 가꾼 많은 곡식들이 있는데 그 것도 슬쩍 가져가는 양심도 없는 사람들이 있어 많은 사람들까지 양심을 들먹거리게 만든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은 남의 것도 사랑하고 아껴줄 줄도 알아야 한다. 앞으로 더욱 더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 여유도 가지게 될 것이다.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을 사랑하던 서산대사 스님이 거닐던 옛길, 이제는 차량 도로에 밀려서 뒷전에 고즈넉이 이어진 길, 물소리 시원스럽게 함께 하는 자연의 정취가 흠씬 풍기는 길, 그 길을 걸으면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되새기고, 제자를 사랑하는 스님의 마음도 생각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