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가는 불의
오래가는 불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5.2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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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너무 오래 끌어온 불의는 정의를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말은 마틴루터 킹 목사가 한 말이다. 위대한 인생을 산 사람들의 말이란 정말이지 가슴을 친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지 일 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는다. 마치 진실을 밝히기 싫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도대체 진실이 뭔데 이렇게 밝히길 거부하는지 새로운 의혹이 생길 지경이다. 과연 진실이 뭔지 이제 스스로 짐작해서 알아먹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생각도 든다.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진실과 사실을 나누어 생각해볼 수도 있다는 짐작도 하게 되었다. 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으며 당국으로서는 왜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는지 그 진실은 밝혀지지 못하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때론 불편한 진실이 있을 수 있고 도대체 밝혀지지 않거나 못하는 진실도 있다. 진실을 말할 사람이 죽거나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로 입을 자물쇠로 봉할 때가 그때일 것이다. 우리는 영화나 소설이나 만화에서 그런 경우를 종종 본다. 간첩이 잡혀서 자기 쪽의 정보가 탄로날 것 같으면 혀를 깨물기도 하고 가지고 있던 정보가 적힌 메모를 꿀떡 삼키기도 한다. 또 자기편이 체포될 위기에 처하면 미리 자기편이 죽여주기도 하고. 이 경우든 저 경우든 권력이 저지르는 자인하고 인간 이하의 짓거리들이긴 하다. 모두 인간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자기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도구나 부속물로 보는 천박한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진실은 참으로 어려운 영력이기도 하다. 히틀러의 부하들이 자신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와 국가를 위해 전쟁을 수행했다고 하고 보면 일면 이해가 되는 듯도 하다. 그러나 이 말에 속아서는 안 되겠다. 나라와 국가를 위할 줄 안다면 다른 나라와 국가도 위해야 하는 나라와 국가라는 걸 모를 리 없다. 싸우지 않고 함께 사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인간다운 일이라는 건 분명하다. 만일 히틀러의 오른 팔 쯤 되는 사람이 진지하고 성실하게 전쟁을 하지 않고 함께 공생의 길을 제시하고 설득했더라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보면 히틀러 못지않게 그들 부하들도 저주받을 악인이 틀림없다.

그렇게 보면, 만약에 항간에 떠도는 말처럼 부정선거를 덮기 위해 누군가 꾸며낸 참사라면 권력을 쥐고 있는 일인자 못지않게 그 꾸민 사람도 국민의 원수라 할 만큼 악인임에 틀림없다.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희생하다니.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길...... 어쨌든 진실을 밝히기가 영 거북하다면 사고 당시의 사실만이라도 낱낱이 속 시원하게 밝혀주어야 한다.

세월호는 왜 항로 이탈을 해서 물결이 사나운 맹골수(사고지점)로 애써 들어갔는지. 항로 이탈이 아니면 아니라고 밝혀주고. 우리 국민들 대다수는 사실 맹골수의 물결이 사나운지 아닌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서 초 대형 선박인 세월호가 그렇게 빠른 시간에 가라앉을 수가 있는지. 마찬가지로 우리는 초대형 선박이 가라앉는 최소의 시간을 알 길이 없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시간은 얼마였는데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그런 사실만이라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자세히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소문에는 진도 사람들이 구조하러 달려왔을 때 오히려 해경이 돌려 보냈다고 하는데 이건 사실인지 아닌지. 돌려보냈다면 왜 그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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