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과 우리 것
장승과 우리 것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0.2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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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렬/사)한국장승진흥회장
1988년에 대한민국에 상륙한 수입담배회사의 대리점사업을 할 때 다방면의 사람들을 만나 영업하면서 느낀 것이 있는데 “그 사업 말고는 할 것이 없더냐?” 라는 충고이다. 사실 나는 이 사업에 상당한 메리트를 느껴 선택을 했고 유명브랜드본사의 응모에 18대1이라는 경쟁을 뚫고 시작한 사업이었는데, 부산에서 진주로 생활의 터전을 바꾸면서까지 야심차게 도전을 했는데 세월이 갈수록, 사업이 잘 될수록 주변에선 곱지 않는 시선으로 자부심을 건드리는 겁니다.

왜 하필 양담배를 파느냐고! 지금에야 자유경쟁을 할 수가 있지만 그때는 그렇지가 못했다. 그때부터 내 삶의 가치관이 우리 것으로 바뀌게 되었으며, 바람직한 뭔가를 해보자며 봉사단체에 입회를 하게 되었고, 당시에 우리 것이 최고라는 사회전반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을 때 나 역시 잘나가는 사업마저 팽개치고 평소 취미를 살려 본격적으로 장승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최초로 실시한 대한민국장승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후 수많은 전국자치단체의 문화행사에 감초처럼 참여하면서도 활동에 비해 대우가 초라했던 장승인의 미래를 위해서 제도권 속에서 타 분야와 동등한 지위로 장승문화의 계승 발전을 시켜 보고자 2004년 10월에 사단법인을 설립해서 활기차게 활동 해 오고 있다.

그해에는 진양호 전 여성웰빙센터 앞에 국내최대장승을 진주촉석라이온스클럽 도움으로 제작을 하여 진주시에 기증한 바도 있다. 장승문화 저변확대를 위해 해마다 개천예술제와 유등축제 기간 동안 진주성 아래에서 대한민국 유일하게 전국장승설치전을 해 오고 있는데 12회째 되는 올해는 예산부족으로 포기해야만 했던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 기간 동안 포기에 대한 질타를 받아서 귀에 못이 박힐 정도였다.

천시 받는 우리전통문화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우리전통문화는 우리들이 천시하고 우리들의 손으로 배척했기 때문에 없어져간 것인데 그중 장승도 마찬가지다. 현대인은 의학과 지식이 쌓여지면서 삶에 대한 자신의 믿음이 전통에 대한 가치보다 커졌기 때문이리라 본다. 일본은 사소한 전통문화와 유물도 매우 귀하게 여기며 존중하고 있는데 우리는 존중받지 못하고 저급문화로 폄하되는 경향이다. 관심이 있어야 수요가 있을 텐데 한류는 신문화에만 국한되고 있으며 우리의 관심도 그쪽으로 쏠려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내가 가까이 접하고 있는 시조창, 민요, 전통춤, 서예, 전통서각, 전통공예 등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말이다. 진주문화원에서 “우리소리와 춤의 한마당”행사를 해보면 그 안타까움이 현실이 된다. 우리 것이 좋아 끊임없이 기량을 연마하여 무대에 서는데 관심은 저 아래에 있으니 전통예술을 하며 삶의 질을 높이려 한다는 건 아직도 요원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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