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오래 타야할 이유
자동차를 오래 타야할 이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6.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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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새 차는 구입하는 순간부터 가격의 15% 정도 현물 가치가 떨어지고 2년 정도가 지나면 또다시 30% 정도 떨어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새 차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신형차를 구입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2∼3년 또는 3∼5년 만에 한 번씩 차를 바꾼다. 대부분이 보상판매를 이용하기 때문에 연식이 짧은 훌륭한 중고차가 끊임없이 생긴다. 그중에는 점잖게 운전하며 자동차를 잘 정비해온 사람들도 많다. 따라서 중대한 결함만 없다고 판단되면 괜찮은 중고차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결정적인 결함은 1만6000km에서 2만4000km을 달리면 나타난다고 한다.

고급차는 관리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며 유지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주차라도 할라치면 행여나 차에 흠이라도 날까봐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고장이라도 나면 아무리 작은 부품이라도 가격이 싼 차에 비해 세 배 정도는 더 비싸며 수리 기간도 두 배는 오래 걸린다고 한다.

미국인의 1500만명이 보트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 중 실제로 보트를 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보트를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트를 부두에 묶어두고 보관하는 데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이는 비단 보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키, 스킨스쿠버, 등산, 낚시, 골프 등 다른 스포츠나 취미활동을 할 때도 우리는 몇 번 사용하지 않는 장비에 공을 들이고 낭비를 하고들 있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러닝머신을 새로 사서 사용하는 횟수는 평균 7.2회라고 한다. 그 이후에는 거실 구석에 쳐 박혀 건조대의 역할만 하다가 바라볼 때 마다 죄책감을 유발하게 만드는 흉물이 되어 고철이나 중고로 팔려나간다. 값비싼 운동기구나 헬스클럽 연간 회원권은 오히려 스트레스와 죄책감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된다.

필자는 올해로 자동차를 26년째 타고 있다. 특징이라면 26년 동안 사고기록 없고, 차계부(날자 별 주행거리별 연료주입·엔진오일 교환·각종 소모품 교체 등)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때로는 인색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차가 그게 뭐냐고 빈정대기도 한다. 차가 너무 오래되었으니 바꾸어야 되지 않느냐고 한다. 그러면 나의 답변이 “당신은 차 보다 더 오래된 마누라부터 먼저 바꾸어야 되지 않느냐? 그리고 그 다음은 자식도 바꾸어야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나는 나와 인연이 된 모든 것은 그 기능이 다할 때 까지 내가 먼저 버리지 않는데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카메라도 올해로 44년째 소유하고 있으며 선풍기도 40년째 쓰고 있다. 마누라도 45년째 바꾸지 않고 있다. 나의 자동차는 이제는 아마도 골동품 반열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호텔이나 가든 같은데 가면 고급 외제차는 눈여겨보지 않아도 내 차는 눈여겨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얼마 전 저녁모임이 있어 식당에 갔다가 나오는데 젊은이들이 차 옆에 모여 있었다. 차를 탈려고 하니 “어르신 이 차가 몇 년이나 되었습니까?” 하고 묻기에 “아마도 젊은이들 나이 정도 되었을 거야”라고 하니까. 한 젊은이가 “저는 군에도 갖다 온 나이가 25세입니다” 하기에 “그러면 이 차는 26년 되었으니까 형님이라고 불러라!”고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웃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젊은이는 이 차의 차종이 무엇이냐고 물어서 “엑셀”이라고 말해 주었더니 “그런 차종은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차를 오래 타니 편한 점이 참 많다. 아무데나 세워두어도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어서 좋고, 내 차 안에는 네비게이션이나 불랙박스도 없다. 자연 바람이 좋아서 에어컨도 없다. 유리는 썬팅도 하지 않았다. 자연 그대로다. 외부에는 칠이 버껴지고 녹이 슨 그대로다. 오히려 이런 것이 참 좋다. 만약 도(盜) 선생이 뒤진다면 면허증과 차량등록증만 보고 허탈해 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도난의 우려도 없다. 창문을 열어두고 다녀도 폐차라고 쳐다보지도 않고, 연료비 적게 들어서 좋고, 보험료 적게 들어서 좋고, 큰 고장 나면 버리면 되고… 그러면서 만약을 위해서 차를 바꾸어야 할 경우를 대비해 본다. 중고차를 사면 돈을 절약할 수 있고 할부금의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꼼꼼하게 살펴보고 잘 고르면 이미 자동차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결함을 고친 후라 당분간은 고장 없이 탈 수 있다.

차는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데 필요한 운송 수단일 뿐이다. 이 뭐꼬? 화두(話頭)나 한 번 더 들어보자! “오래된 것은 참 좋은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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