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시어, 굽어 살피소서
님이시어, 굽어 살피소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6.0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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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ㆍ한민족 역사문화공원 공원장

 
6월 6일은 제60회 현충일이다. 1950년, 동족상잔의 6.25 전쟁이 일어나니 수많은 장병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천하보다도 소중한 목숨’을 기꺼이 바쳤다. 너무나 거룩한 헌신에 1951년, 포화 속에서 합동 추모식이 거행되었다. 이에 나라는 5년 뒤의 6월 6일을 현충일로 제정하고 매년 단 하나뿐인 목숨으로 나라를 구하려 하신 순국선열들과 장병들의 거룩하신 마음을 추모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국내외 정세에 과연 순국영령님들의 넋이라도 편안하실까? 한국의 5월 수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여 만에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감소(-10.9%)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4개월 연속 줄었다. 더 암울한 것은 한국의 대중국수출 감소가 중국의 무역전략 변화와 맞물려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다. 더, 더 어두운 것은 중국은 '사드 배치’를 문제 삼아 반드시 우리와의 경제적 파트너십을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자기들의 뜻대로 조절하려고 할 것이다.

일본은 어떤가. 아베 신조 수상은 매번 한국을 대놓고 매도, 조롱한다. 일본 각료들도 자기네 수장의 태도를 본받고 있다. 5월 30일, 4년 4개월 만에 열린 한·일 국방장관회담에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7분이나 늦게 나타났다. 대한민국 한민구 국방부 장관 측에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고 회담 중에 어떤 사과나 유감 표시를 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는 외교적으로 대단한 결례인 것이다. 또 자위대의 한국파견에 대한 중차대한 문제를 우리 쪽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만 나열하였다. 생사가 걸린 우리 쪽의 문제 제기에는 즉답을 피하면서 “추후 논의하자”고 얼버무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 이제 자국의 이해에 맞게 한국을 길들이려는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해지고 있다. 아베의 무한정 ‘엔화 찍어내기’에 힘을 받은 일본 기업들은 엔저 덕에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하고 있다. 이에 멈추지 않고 일본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그 이윤을 미래투자에 쏟아 붓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의하면 일본의 올해 주요 35개 상장사의 R&D 투자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2조7500억 엔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우리 원화와 엔화와의 환율이 약 890원이니 천문학적인 액수가 아닐 수 없다. 2~3년 뒤, 국제적인 치열한 경쟁에서 한국기업은 속절없이 뒤처지게 될 것이고 다시는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놀라운 것은 똑같은 상황들이 역사적으로 되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425년 전의 일이다. 임진왜란 발발 2년 전인 서기 1590년 7월, 일본 수도 교토에 도착한 조선통신사들은 하릴없이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기다려야 했다. 5개월이 지난 11월이 되어서야 조선통신사 일행은 겨우 토요토미 관백을 만날 수 있었다. 조선통신사의 부사 김성일(金誠一)은 해사록海?錄에 "그 동안 국가의 사신을 접대하는 예절과 격식을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기록하였다. 왜 일본은 그토록 외교적인 예의를 무시했을까? 토요토미는 조선 사신은 자신의 속국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320년 후인 1910년 8월, 중국만 의지하던 조선은 경술국치를 당하여 나라를 잃고 만다. 결국 우리는 일본의 나라가 되었다. 그러기에 저들의 우리에 대한 무시는 오늘도 습관처럼 되풀이 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냉혹한 국제 질서 속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우리의 대처이다. 철저한 무능, 안일, 의타로 일관하며 애써서 겨누어 오는 외부의 칼날을 바라보지 않고 내부의 적을 만들어 함께 뒹굴고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 여와 야의 삼각 갈등으로, 나아가 자신들의 내부에서도 비노, 친노, 비박, 친박 하면서 맞서고 있다. 우리가 어제도 오늘도 투쟁으로 날을 지새우는 사이에 중국, 일본은 그야말로 욱일승천하고 있다. 더욱이 ‘메르스’의 확산일로로 국민은 불안해하고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있을 뿐이다. 야당대표라는 분의 대통령에 대한 조롱이 도가 넘고, 여당도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다. 수많은 비평가들은 저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목청껏 소리치고 있다.

OECD국가 중에서 의존할 사람이 없기로 우리가 꼴찌이다. 소통이 안 되고 하나가 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다. 아! 국민은 갈 곳이 없다. 바라볼 곳이 없다. 나아갈 곳이 없다. 속 타는 국민들은 가슴을 친다. 그러나 국민은 그 가슴으로 외친다. “국가위난 필부유책(國家危難 匹夫有責)이요, 천하흥망필부유책(天下興亡匹夫有責)이다. “내 나라가 파탄 날 지경이니 내 탓이요, 지구가 오염으로 종말이 다가 오고 있다니 내 탓이요. 오직 내 탓이고, 내 탓이나이다. 선령들이시어, 님 이시어 부디 굽어 살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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