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배려하는 마음
골프, 배려하는 마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6.0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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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벌써 골프를 접한 지도 9년째를 맞고 있다. 하면 할수록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만의 문제지는 않을 것이다.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이렇게 화창한 봄날에 저 푸른 잔디 위에서 들려오는 한숨 소리는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라는 표현이 제 격일 것이다. 그토록 겨우내 실내외 연습장에서 밤낮으로 피나는 연습에 몰두하였지만 그 놈의 점수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오늘도 골프 라운드를 갔다 왔다. 골프 라운드 중 동반자 한 사람이 공이 너무 안 맞으니까 넋두리 섞인 말투로 “이래 치면서 공친다고 다닌다!” 자조(自嘲)적인 말을 여러번 들었다. 필자도 충분히 이해되고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참 당황스러웠다. 그렇다고 멀리건(mulligan: 골프 경기 중 티샷(test shot)이 잘못되었을 때, 벌타 없이 주어지는 세컨드 샷으로 다시 치기)을 마음대로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 더욱 안타깝고 답답한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골프 라운드를 해 봤지만 역시 최고의 성적은 동반자(같이 경기를 하는 사람) 모두가 공을 잘 쳤을 때라는 것을 거의 경험했으리라 믿는다. 다시 말해서 같은 조원 모두가 공을 잘 쳤을 때 비로소 자기 자신도 좋은 성적을 내더라는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동반자는 물론 자신도 공을 잘 칠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으며, 그 배려 덕분에 다음에 또 동반자로서 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추억된다면 충분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골프 라운드 중 웃고 즐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멋진 계절에, 멋진 사람들과 함께 하는 귀중한 시간인가? 그것도 4~5시간을 싫든 좋든 함께 해야 한다. 동반자의 얼굴과 행동은 팀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만약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면 전체가 가라앉고, 분위기가 상승되어 있다면 전체가 상승되어 경기력도 향상된다. 제발 동반자와 자신을 위해서라도 맥빠지는 언행(言行)은 자제하고, 나쁜 상황에서도 껄껄 웃을 수 있는 아량을 키워보자.

둘째, 남에게 관대(寬大)하고 나에게 인색(吝嗇)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골프라는 운동은 심판이 존재하지 않는 운동이다. 따라서 아마추어인 우리끼리는 상황에 따라 기브(Gimmie(OK) : 골프 경기에서 동반 경기자가 쉽게 1타로 홀아웃할 수 있는 퍼트 거리를 남겨두었을 때 실제 스트로크 없이 1타로 홀아웃한 것으로 인정하는 일)를 자주 주게 된다. 특히, 민감하거나 애매한 상황일 때는 동반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홀컵 주변에서 정한 거리쯤에 공이 오게 되면 ‘OK’를 준다는 것인데, 이러한 배려를 유효적절하게 사용하면 언제나 환영받는 동반자로 남을 것이다.

셋째, 한 타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200m 이상을 날리는 드라이버도 한 타요, 2cm의 퍼팅도 한 타이기 때문에 한 타 한 타를 소중히 여기면서 집중력 있게 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한 사람이 대충 치면 동반자들도 대충 치게 되어 있는 것이 아마추어 골프다. 우리는 없는 시간과 정력, 비용 등을 들여서 골프라는 운동에 매달린다. 한 타의 소중함을 모른다면 차라리 골프 대신에 가치 효용과 만족적인 측면에서 볼 때 평소 사고 싶은 물건을 사거나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것이 훨씬 가치있는 일이다. 따라서 이 한 타를 잘 치기 위해서 지금까지 수백 번의 샷과 수많은 시간을 통해 얼마나 노력한 만큼, 항상 이를 상기하면서 집중력 있게 경기를 펼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골프는 운동 자체가 우리의 실수를 유발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누가 이 실수를 줄이느냐가 관건인 운동이지만, 나와 동반자의 상호 배려로 더 많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면 우리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골프 라운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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