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酒)의 실체(實體)
술(酒)의 실체(實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6.14 18: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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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국립경상대학교 인문대학 명예(강의)교수·한국국제대학교 석좌교수·진주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장·지리산 막걸리학교 교장

근자(近者)에 국가에서 국민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슬로건을 대대적으로 내걸고, 많은 사람들의 담배와 술의 과대복용(過大服用)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현재 실행해 옮겨지고 있다. 70평생 술과 담배를 즐겨온 본인으로써는 어딘지 개운치 않은 아쉬움과 한편으로는 안도감(安堵感)이 교차(交叉)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제 나름대로 술에 관한 몇 가지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던 술의 실체(實體)에 대한 개인적 견해(見解)를 감히 설파(說破)해보고자 한다.

우선 술의 실체를 살펴본다면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춤과 노래와 술을 사랑해 왔다. 이 세 가지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해 가장 오랫동안, 동시에 가장 광범위하게 인생의 고락(苦樂)을 보다 큰 환희(歡喜)로 전환시킬 수 있는 인간 본연의 자생적(自生的) 산물이기도 하다. 서양에서도 스피릿(Spirit)이 술과 정신을 의미하고 있으며, 중국의 한자로는 정신(精神)과 주정(酒精)의 ‘정(精)’자가 같은 글자임에 분명하니, 술이란 아득한 옛날부터 인간의 생활과 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정작 선사시대(先史時代) 이전부터 술을 빚어 마신 인류가 술의 주요 구성성분이 알코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수천 년이 지난 후였다.

술의 주요 성분이 알코올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약 13세기경에 프랑스의 빌뢰브라는 교수가 다른 실험을 하는 도중 술의 주성분이 알코올임을 발견하고 그것이 인간의 만병(萬病)을 치료할 수 있는 생명수(Aquaviate: 아쿠아비떼)라고 이름 지은 후부터였다.

또한 그는 “이 물은 생명을 연장(延長)해 주고 모든 불쾌감까지 깨끗이 제거시키며, 생기를 소생(蘇生)시키고 젊음까지 지켜준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 후 이 생명수는 전유럽에서 각광(脚光)을 받자 의사들까지도 솔선해서 각종 환자와 일반인에게까지도 널리 마시도록 권장하자, 한때 술은 모든 사람이 “의약의 왕”이라고까지 극찬(極讚)하기에 이르렀다.

상기 부분은 술의 실체에 대한 서양인들의 견해라고 볼 수 있고, 반면에 동양인들의 술의 실체에 대한 견해는 술은 자연물 중에서 결코 결합될 수 없는 위대한 두 물질, 즉 물과 불이 합쳐진 것으로 인식(認識)했다. 이것은 곧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는 생명회복의 명약(名藥)으로써 수천년 동안 죽은 자 앞에 향(香)과 함께 올리면 죽은 자 모두가 재생(再生)한다고 믿는 신끼(神氣)가 있는 음식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이 극적인 성질의 두 물질이 합쳐져서 술이 되는데 물(水)은 원래 정적(靜的)이고 불(火)은 동적(動的)임으로 ‘정적인 물’에 ‘동적인 불’이 더해져서 술이 된다는 이론이다. 그리고 지상에서 생산되는 가장 고양(高揚)된 음식인 술을 우리는 신에게 바치게 됨으로써 술은 결국 신에 가까운 음식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술을 마시면 신바람이 생기고 그 신바람 따라서 신이 찾아온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술은 야누스의 얼굴처럼 양면성(兩面性)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많이 마시면 독(毒)이 되고, 적당히 마시면 약(藥)이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예부터 술을 적당하게 마시는 모습을 물이 순조롭게 흐르는 모습에 빗대어 물이나 술이 술술 잘 넘어간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고로 우리말 ‘술술하다’를 영문(英文)으로 표기한 단어를 보면, 첫째 Soft-Flowing(물이 조용히 흐르는 모양), 둘째 Gently(바람이 느리고 부드럽게 부는 모양), 셋째 Drizzling(이슬비가 가볍게 내리는 모양), 넷째 Fluently(말을 막힘없이 잘하는 모양), 다섯째 Easily(얽힌 실타래가 잘 풀리는 모양) 등으로 위의 영문 풀이와 같이 술을 적당하게 마시는 행위를 한글의 술술의 뜻대로 실천하면 매우 바람직한 음주법(飮酒法)이며, 확실한 건강유지법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주변에 술을 장기간 마시면서도 장수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기와 같은 음주법으로 계속 술을 마신다. 마실수록 더 먹고 싶은 사람들의 피할 수 없었던 습관성(習慣性) 음주본능(飮酒本能)을 그들은 극기의 노력으로 강렬한 그 음주욕구에 대해서 각고의 인내(忍耐)를 긴 시간 지속적으로 실천했던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특히 항상 스트레스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강도 높은 기호식품(술과 담배 등)이 갖는 매우 강렬하고 본질적인 과음(過飮)의 유혹과 욕구에 대하여 보다 강인한 인내의 훈련(訓練)까지 필요하다고 사료(思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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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벨트 2015-06-23 12:37:18
이전에 교수님 수업정말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한테 적극 추천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