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더덕, 미더덕
바다의 더덕, 미더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0.2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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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IT교육 컨설턴트
몇 해 전 봄에 고향 친구가 마산에 찾아 온 적이 있다. 한 동네에 살던 소꿉친구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이니 20여년 만에 만났다. 초등학교 시절 일학년 때 여자 짝꿍이었다. 아이들처럼 손을 덥석 쥐고 반가워서 깔깔 낄낄거렸다. 어쩌다보니 20여년 만에 만난 고향 친구에게 대접한 것은  고작 커피 한잔이었다. 보내고 나니 밥한 그릇 사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나는 떠나는 친구에게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미안하네. 친구. 오랜만에 만났는데 밥 한 그릇 사주지 못했네. 고향에 살구꽃이 필 때면 여기는 벚꽃이 한창이라네. 그때는 남편과 함께 오시게. 그 때는 꼭 내가 향기로운 밥 한 그릇 대접하겠네"


친구에게 대접하지 못해 안타까웠던 음식은 미더덕이다.

미더덕이야 슈퍼마켓에 가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해산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미더덕의 70~80%가 마산의 진동, 고현이라는 마을에서 생산되는 것을 아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이 정도면 누가 뭐래도 미더덕의 주산지는 마산이다. 미더덕은 벚꽃이 한창인 4월이 제철이다. 4월에 마산 고현을 가면 봄 바다에서 건져 올린 미더덕 향이 가득하다.

미더덕은 바다의 더덕이라는 뜻에서 미더덕이라 불리는데 육지의 더덕 못지않게 향기가 좋다. 미더덕은 다 자라면 어른의 새끼손가락 길이만 하고 껍질은 두껍고 꺼칠하게 주름이 잡혀 있다. 바다 속 바위에 자루를 붙이고 매달려 사는데 최근에는 양식에 성공해 바위가 아닌 밧줄 등에 매달려 양식이  된다. 미더덕은 봄이 무르익을 무렵에 수확되고 가장 맛있다. 미더덕은 찜, 회, 무침 등으로 요리 할 수 있고 다른 음식에 넣으면 향을 더 높인다. 주름 잡힌 껍질을 벗겨 내고 쫄깃한 속살을 씹으면 사월의 봄 향기가 입안에 가득하다. 맛은 봄 아침 햇살마냥 싱그럽다.

내가 고향 친구에게 해주고 싶던 요리의 레서피를 소개한다. 깨끗이 발라낸 속살을 미나리, 오이, 양파, 초고추장과 버무려 회무침을 한다. 고추장을 뒤집어쓴 미더덕의 속살은 야채 사이에 숨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한 젓가락 조심스레 입에 넣어 보면 매콤하고 새콤한 맛이 입 안 가득 맴돈다. 잔잔한 마산만의 바람에 벚꽃 잎들이 수면 위에 날아드는 듯하다. 미더덕 회무침은 특별한 요리법이 필요 없다. 신선한 미더덕과 야채만 있으면 그만이다. 요리법이 간단하지만  미더덕 회무침은 밥과 비벼도 좋고 술안주로도 좋다.

고향이 그립고 어린 시절 친구가 보고 싶고 깊어가는 가을이 쓸쓸하다.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혹여 내년 봄에 고향 친구가 오면 마산,진동으로 달려가 향기로운 미더덕을 대접해야겠다. 내 어린 날의 추억에게 향기로운 봄바다 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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