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어른
어린이와 어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0.2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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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순/부산 경성대 무용학과 교수
새해가 시작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소녀는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1년생들과 함께하는 무용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의 사정상 60명 정도의 학생들을 한 시간 안에 만나야 하는 탓에 첫 수업시간에는 담임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을 이끌고 강당으로 오셨습니다. 얼마나 작고,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첫 눈에 그 작고,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들에게 반해버린 소녀는 설렘과 긴장을 뒤로한 채 얼른 수업이 시작하고 싶어 졌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시작하기 전 까지 소녀는 10분도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그 10분! 소녀에게 그 시간은 너무도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은 마치 오래도록 끝나지 않을 전쟁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소녀가 본 것은 한 마디로 줄을 세우느라 정신없는 선생님들과 줄을 서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전쟁 그것 이었습니다 반말들, 고함소리, 야! 가 되어 버리는 아이들의 이름들, 줄을 못서면 바보가 되는 아이들, 이리저리 끌고 끌려 다니는…그것을 지켜보는 동안 소녀는 너무도 놀라고 슬펐습니다. 저렇게 까지 줄을 서야만 하나? 아니 저렇게 까지 줄을 세워야만 하나? 참을 수 없었던 소녀는 줄은 필요 없으니 줄 세우기를 멈추어 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때 담임선생님들의 표정! 소녀가 결코 평생 동안 잊을 수 없을 야릇한 표정과 함께 “도와주려고 하는 것인데...어디 줄 안세우고 수업해보시오”라고 말하고선 뒤로 물러 나셨습니다. 그 이후로 담임선생님들은 소녀와 아이들이 하는 모양새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물론 소녀가 만나는 아이들은 아직까지도 어른의 눈높이에 맞는 줄 서기를 제대로 하진 못합니다. 하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줄을 서며 모둠도 만듭니다.

아이들이 가끔씩 소녀에게 묻습니다. “선생님은 왜 반말 안하세요? 이상해요!” 무엇이라 대답할 까요? “여러분도 선생님들께 반말 안하지요?” 단순한 대답 밖에 할 수 없어 눈물이 납니다. 선생님들이 가끔씩 소녀에게 묻습니다. “왜 아이들을 날 뛰게 만듭니까?” 무엇이라 대답할 까요? “아이들이 너무도 행복해 하지 않습니까?” 단순한 대답 밖에 할 수 없어 눈물이 납니다. 하루는 수업시간에 한 선생님이 소녀에게 매우 화를 냈습니다. “도저히 통제가 안 돼는 수업이군요! 이러니 교실에서도 날 뛰지요! 당신은 도대체 왜 아이들을 저렇게 풀어 놓는 겁니까? 우리 아이들 중 대부분이 병원엘 다니고 있다고요!” 그 말을 들은 소녀는 정말이지 정말이지 슬펐습니다.

잠시 후 소녀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루 종일 책상에 붙들려 앉아, 하루 종일 그렇게 하면 안 돼! 이렇게 해! 라는 말만 듣다가! 유일하게 숨 쉴 수 있는 이 시간, 유일하게 뛰어 놀 수 있는 이곳에서 그냥 그렇게 하고 싶은 데로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면 안 돼는 건가요? 그리고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이 그렇게 큰 잘못 인가요? 제가 보기엔 규칙과 배려도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닌 스스로 배우는 중인 것으로 보이고, 게다가 그들이 보여주는 무한한 상상력은 가늠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선생님께서는 그것이 신기하지 않으신가요?" 선생님이 정색을 하고 대답 했습니다. "제 눈에는 그냥 정신없어 보이는데요. 위험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게 무용이라면 안 하는 게 낫겠습니다!" 소녀가 다시 말했습니다. "선생님의 눈높이에 맞추어 아이들이 움직이기를 바라시는 게 혹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십니까? 저 아이들은 이제 겨우 이 세상을 7년 정도 살아 보았을 뿐입니다. 게다가 세상이 정해준 규칙들이 다 정답인가요? 저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그런 세상을 아이들이 의심 없이 따라 살아 주길 바라는 어른들의 강요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담임선생님이 대답합니다.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겁니다. 특히 학교에는 학교의 교칙이라는 것이 있고 학생들은 그것을 반드시 지켜야만 합니다. 특히 교실 복도에서 뛴다는 건, 더욱이 수업시간에 저렇게 줄도 없이 수업을 한다는 건 정말이지 말이 안 됩니다" 소녀는 눈을 감고선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수업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소녀는 한 없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았습니다. "내가 정말 잘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들의 자율성에 대한 끝없는 믿음, 그 믿음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관심과 사랑, 그리고 칭찬과 격려이외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지? 난 정말이지 모르겠어! 아이들을 어른의 가르침과 훈육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보편적인 교육관에서 벗어나서 그들을 어른의 스승으로 삼고, 그들이 어른을 존중하듯 어른인 교사들도 아니 이 세상의 모든 어른들도 그들을 존중하며 그들로부터 배움을 얻고자만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이 세상이 말하는 참 교육의 모습이 아닐까?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너무 이상적인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도…! 다음 주 이 시간에 저 아이들을 만나면 나는 어떤 수업을 해야 하는 거지? 너무 혼란스럽다!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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