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의 차이
음식문화의 차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0.2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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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근/진주보건대학교 관광계열 교수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고 누구나 하루 세 번 식사를 한다. 과거 살기위해 먹어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먹는 것 자체가 삶의 즐거움 중 하나가 되었으며 자의든 타의든 하루 세끼 가운데 최소한 한끼 이상은 외식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직장생활때문이기도 하지만 특별한 약속, 만남 등에 거의 필연적으로 외식이 뒤따른다. 일반 식당에서의 식사는 아무런 거부 반응없이 즐겁게 식사에 임하지만 서양식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다소 부담스러운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테이블 메너 때문이다.

평소에는 숟가락과 젓가락, 두 가지의 기물을 이용해 모든 식사를 할 수 있었지만 서양식 레스토랑에서는 종류별 스픈, 포크, 나이프뿐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용도가 금방 짐작되지 않는 각종 기물이 가득한 테이블의 모습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양식이라 하더라도 숟가락과 젓가락, 두 가지 기물로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많은 기물이 필요한 것일까. 서양식 테이블 메너에 익숙한 사람들 조차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에 대한 답은 음식문화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우리의 음식문화는 혼합된 맛을 즐기는 문화이다. 대부분의 우리 음식은 특별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일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각종 찌개류와 국, 나물, 조림, 볶음, 절임 등의 음식은 원재료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하기 위해 많은 부재료를 첨가해 만들기 때문에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게 된다. 설령 삼겹살과 같이 단일재료를 사용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먹을 때에는 그냥 먹지 않고 상추, 기름장, 편마늘, 풋고추 등 다양한 재료와 함께 먹는다. 밥을 입에 넣고 삼키기 전에 김치를 비롯한 다양한 반찬류를 입에 넣어 입안에서 혼합해 먹는다. 그렇게 입안에서 혼합된 음식은 일부 삼키고 난 후에 또 다른 음식을 입에 넣기를 반복한다. 비빔밥이 우리의 대표음식중 하나라는 점은 바로 이러한 음식문화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전골류의 음식을 먹고 난 후에 밥과 잘게 썬 김치, 김, 참기름, 고추장 등을 넣어 볶아먹는 습관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혼합된 맛을 즐기는 음식문화이기에 쇠로 만들어진 숟가락과 젓가락이라 하더라도 특정한 음식의 맛과 향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하나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서양의 음식문화는 우리와는 정반대로 각각 단일 음식의 맛을 즐기는 문화이다. 한국의 음식에 익숙하지 못한 서양인들에게 비빔밥을 제공하면 밥위에 고명으로 얹은 각종 나물류를 차례로 다 먹은 뒤, 가장 나중에 밥만을 따로 먹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혼합된 맛을 즐기는 우리의 시각에서 본다면 매우 흥미로운 식사법이지만 각각의 맛을 즐기는 서양인의 음식문화를 이해한다면 얼마든지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식욕촉진을 위한 에피타이저, 이로 인해 분비된 침액과 위액을 중화시켜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숩, 메인요리에 속하는 육류와 생선, 기름진 입안을 정화시켜주는 샐러드와 빵, 식후 디저트 등 각각의 음식 맛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선 그 음식만을 위한 전용 기물이 필요한 것이다. 에피타이저로 생굴을 먹을 때 사용한 포크로 샐러드를 집으면 생굴의 맛이 샐러드의 맛과 혼합되고 말기 때문에 에피타이저용 포그 따로, 샐러드용 포크 따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혼합된 음식의 맛을 즐기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지만 각각의 음식 맛을 즐기는 서양인의 입장에서는 그 맛이 이상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마치 마늘을 다질 때 사용한 식칼로 과일을 깍으면 마늘 맛이 밴 과일을 먹는 기분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상차림 역시 이와 같은 문화의 차이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우리의 상차림은 특별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공되는 거의 대부분의 음식이 한꺼번에 나오게 되는데 이는 혼합된 맛을 즐기는 음식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남도 한정식의 경우 그 가지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음식이 한상에 차려져 나오는데 그 많은 종류의 음식을 차례로 입안에 넣을 때마다 새로운 혼합된 맛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반면 한꺼번에 상차림이 되지 않는 서양식의 경우는 각각의 맛을 즐기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떤 문화가 우월하고 열등한가하는 문제가 아니고 이와 같이 상이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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