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본분에 충실하자
자기 본분에 충실하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6.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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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학교 게임·영화학부 교수

지난 한 주 대학교는 기말고사 시험을 치뤘다. 시험을 치려고 들어오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서 나 혼자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다. 아! 공부하느라 밤잠을 설쳤구나. “공부하느라 밤 세웠니?” 학생에게 던진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아뇨, 게임 하느라구요.” 오늘이 시험인데 어떻게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가 있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대답이다. 책을 보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그냥 답답해서 게임을 했단다. 이들에게 게임은 어떤 존재일까? 남는 시간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현실 도피 목적으로 게임을 한다.


시험이기에 공부는 해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펼쳐 보지만, 대학교재가 만만히 볼 수 있는 책이 아니지 않은가. 수업에 열중해 본 적도 없고, 따로 책을 보면서 정리를 해 둔 것도 없으니 책 속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모를 수밖에. 수업 교재를 구입하지 않고 한 학기를 버티는 학생도 더러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그냥 쓸모가 없을 것 같다는 대답이다. 인터넷에 웬만한 내용은 다 나오니 구입할 이유가 없단다. 그렇다면 인터넷의 자료를 정리하고, 수업 시간 필기라도 하면 좋겠지만, 잠시 자료 검색으로 그 시간을 넘길 뿐이다. 수업 중 나누어준 요약본이라도 보관하고 있으면 공부할 최소의 자료는 있지 않겠는가?

핸드폰만 손에 꼭 쥐고 살아가는 이들이다.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것처럼. 시험지를 나누어 주기 전 학생들의 소지품을 가방에 넣게 하고 시험칠 준비를 하라고 했다. 시험을 치겠다고 하는데도 예쁘게 화장한 학생들 몇몇이 핸드폰을 꺼내어 셀카를 찍는다. 기념하려고 한단다.

학생들의 태도는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국가장학금을 받고자 학점에 연연해하는 듯하면서도 정작 주요한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 한 문제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문제를 꼼꼼히 풀어보는 학생이 있는 반면 대충 답안을 쓰고 나가는 학생이 더 많다. 한 명이 나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우루루 답안지를 내고 나가 버린다.

여유로움과 달관. 부럽기도 하지만 학창시절 해야 할 그들의 본분을 저버리는 것은 아닐까? 학생은 교육받을 권리의 주체이면서 교육에 충실해야 할 본분도 있다. 애착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학생 보다는 그냥 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가 더 많아졌고, 학교생활의 나태함을 꾸중하고 추궁하면 즉각적인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어낸다. 이해하려고 노력도 해 보지만, 요즘은 학생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을 때가 더 많아진다.

전쟁을 겪은 우리 부모 세대는 힘들게 벌어서라도 자식 공부가 우선이었기에 자식은 공부로서 보답했다. 우리 세대가 부모가 되면서는 사회에 자기 역할을 하게 하고자 대학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들 보내니까 보내는 이들이 더 많아졌기에 학교의 역할은 바뀌고 있다. 학생들의 정신적 성숙도는 더 낮아지고, 인생의 목표나 꿈조차 없다. 쉽게 대처하고, 뭐든 해 주는 부모에게 의존해 살아가려는 캥거루족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고등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2012년부터 국가 장학금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2015년 총 3조 6,000억 규모의 예산을 올해 투입된다고 한다. 국가장학금의 수혜자가 되려면 직전 학기 최소 80점 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한다. 어려움도 기준이지만, 공부하는 학생에게 혜택을 주려는 최소의 기준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쁜 성적으로 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대학은 학생들 성적에 호의를 베푼다. 눈치가 빠른 학생들은 이들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학문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가진다. 즉, 대학은 교육, 연구, 사회봉사 기능과 노동 시장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고등교육기관이다. 학생들의 학력에 대한 얘기는 쉽게 해결책을 내어놓을 수 없는, 쉽게 풀리지 않을 문제라지만 학생들의 학업 태도를 보면서 대학 구성원들은 오늘도 고심한다. 대학은 대학의 본분, 부모는 부모의 본분, 학생은 학생의 본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본분만 지키면서 살아가도 우리 사회의 톱니바퀴는 순조롭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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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인 2015-06-25 16:05:09
공부할의욕이없는 학생도 고등학교 졸업하면 너도나도 큰 의미를 두지않고 학과를 선택해서 진학을 합니다.대학교의 수를 줄이고 진정 공부하고싶은 학생만 대학을 가는 것으로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