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때일수록
이런 때일수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6.3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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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뻥뻥 터진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 두렵기조차 하다. 무엇이 진실인지 헛갈린다. 유명한 작가가 다른 사람의 작품을 베끼고 나서 했다는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처음엔 아예 그 베낀 작품을 모른다고 딱 잡아뗐다. 게다가 본인의 상처를 걱정해서 어떤 대응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곤 쏙 들어가버렸다. 진실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맹비난을 퍼붓자 그 작품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자신의 기억을 믿을 수 없는 때가 되었다는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사과 ‘비스무리’한 걸 했는데 사람들은 더 화가 나버렸다. 사과가 아니라는 그 사실을, 그 의미를 알아차린 것이다.


그러면서 기어이 글을 쓰겠다고 우기는 걸 보는 때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베낀 작품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도 못하는 그 정신으로 글을 쓰서 무얼 하자는 건지. 돈이라면 그 만큼 벌었으면 됐을 것인데...... . 아무래도 그 작가의 정신 상태가 의심스럽다. 돈에 홀렸든지 남의 글에 홀렸든지 유명한 대접에 홀렸든지. 어째든 정상은 아닌 듯했다. 더 놀라운 건 글을 쓰기 위해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 부분이다. 세상에! 아직도 뭐가 잘못됐는지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책상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행복을 해치는 문제의 ‘현장’으로 뛰어나가야 되지 않을까? 작가의 따뜻한 관심을 간절히 기다리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현장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작가의 끈질긴 고발정신이 필요한 곳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 만큼 벌어 모았으면 우리 사회를 위해 뭔가를 해야 되지 않을까? 안타까워!

그래도 그렇게 쓰고 싶다면 그녀에게 독방을 주어야 될 것이다. 보고 베낄 책이 한 권도 없는 책상과 의자만 있는 그런 방. 그러면 그녀는 아마 한 줄의 글도 못 쓸 것이라는 짐작이다. 그녀는 여태 삶의 현장을 떠나서 오직 자신의 방에다 스스로를 가두고 남의 책을 읽곤 요리 조리 짜집기를 해서 실은 우리 삶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글을 만들어냈다. 읽을 때 꽤나 재밌지만 읽고 나면 허무만 남는 글. 그러다가 그녀의 작품의 주제에 생각이 미치자 새롭게 화가 났다.

그녀는 베껴 쓰라고 해도 안 베끼는 게 한 가지 있다. 노동문제나 정치문제 등, 사회적인 주제는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다. 이번 일을 계기로 꼼꼼히 이 작가의 작품을 살펴봤더니 그랬다. 이건 독자에 대한 예의도,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 책을 팔아 돈을 쌓았으면 우리 사회를 위해 무엇을 쓸 것인지 고민해야 마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중언부언 하며 오히려 사람들에게 어리광을 피운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동료 작가로써, 독자로서 그녀가 진정 우리 곁으로 와 주기를 기대한다.

유명한 작가의 횡설수설이 채 가라앉기도 전, 며칠 후엔 최고 권력자가 국회의 입법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버렸다. 분명 합법적 권한을 행사한 것이니 그것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같은 편인 여당의 한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낙인을 찍어 아예 국회에서 찍어내려고 하고 있다. 더 놀라운 건 배신자로 낙인 찍힌 사람의 그 다음 행보다. 허리를 90도로 굽혀 사과를 두번씩이나 했다. ‘마음을 푸시라고.....’ 그래도 권력자 편에선 마음을 풀지 않고 ‘함께 할 수 없으니 나가’ 라고 막무가내로 몰아부친다.

배신자라니! 정치건 경제건 학문이건 모든 세상사에서는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있어야만 한다. 무슨 일을 어떻게 배신했는지 모르지만 그런 말을 그녀의 입에서 그렇게 구체적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 게다가 그런 배신자를 선거에서 심판하라고 국민에게 외쳤다. 이건 명백히 ‘사전 선거운동’이다. 게다가 나라에서 가장 다수의 국회의원을 거느린 정당의 대표인 것이다. 그렇다면 격을 따지자면 동격이다. 동료 정치인을 그렇게 닦아세우다니, 예의가 아니다. 상식도 아니다. 그러고 보니 그 원내대표의 사과는 무례에 대한 비꼬는 것이 아닐까?

권력자 편이나 허리를 굽힌 사람이나 왜들 그러는지 지켜보는 우리 국민은 의아하고 황당하다. 남의 작품을 베끼고도 그 작품을 읽은 기억이 없다거나 모른다고 하는 작가를 지켜보는 것 또한 기가 막히고 불쾌하다. 그러나 그런 그녀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한 우리들의 불찰도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서민국민들은 진실을 사랑하고 진리를 내 삶에 살려나가야 한다. 누가 뭐라해도 세상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답고 삶은 행복하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이 아름다운 별 지구에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걸 명심하자.

내 인생이다. 우리 각자 각자의 인생인 것이다. 진실을 알아볼 줄 알도록 공부도 하자. 괜히 저 이상한 작가 때문에 책에 대해 혐오감을 가져서는 안 되겠다. 좋은 책을 찾아 읽고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며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가족끼리 도란도란 다정해 보자. 그리고 이웃으로 온 나라로 선한 마음들을 넓혀서 우리 사는 이 곳이 진정 살아갈 만한 곳으로 만들어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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