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우리 역사문화 안내 개선 필요해
제대로 된 우리 역사문화 안내 개선 필요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7.1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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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학교 게임·영화학부 교수

며칠 전 유네스코 등재가 결정된 일본의 군함도 소식에 또다시 일본 정부의 태도에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하면서 과연 우리 스스로는 귀중한 문화유산을 잘 지켜내고 있는가? 내 주변에 가까이 있는 문화유산도 제대로 가 보지 못한 것이 떠올라 오후 시간을 쪼개어 경주 양동마을을 가 보기로 했다.


경주에 들어가면서 보게 되는 관광지 안내표지판이 바뀐 곳이 눈에 띄었다. 동궁을 ‘Donggung Palace’라고 표시해 놓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신문 지상에서 고유명사의 영문 표기에 대해 쓴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신문에서 예를 든 것은 ‘한강’과 ‘경복궁’이었다. ‘한강’을 영어로 표기할 때 ‘Hangang River’나 ‘Hangang’으로 표기해야 하고 ‘경복궁’은 ‘Gyeongbokgung Palace’ 또는 ‘Gyeongbokgung’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유명사란 ‘한강’, ‘경복궁’, ‘경상남도’ 등 지명이나 인명, 책이나 영화 제목 등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특정 대상을 지칭하는 명사이다. 이런 고유명사의 표기를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우리가 발음하는 대로 적는 것이 옳을 것인데, 그 규정을 또 바꾸었다. 학창 시절 유사한 사례로 기억 나는 단어가 ‘역전앞’이라고 단어다. ‘전’이란 글자와 ‘앞’이란 글자가 같은 의미의 글자 두 개가 중복되기에 틀린 표기라고 배웠다. ‘한강’은 그 이름 자체에 ‘강’의 의미를, ‘경복궁’은 그 이름 자체에 ‘궁궐’의 의미가 있고, ‘남산’은 그 단어 자체가 산을 의미하는데, 2013년 거론되어 전문가들에 의해 또 표기법이 바뀌는 것이다.
<공공용어의 영어 표기 및 번역 지침>을 적용한 것으로, 지명과 유적지명을 포함한 고유 명사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고, 속성 번역을 병기한다는 것이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과 주한 외국 공관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지명의 영문 표기가 불편했다는 것이다. 관광 도서난 안내 자료에 자세한 설명은 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영어를 사용하면 되는 것이고, 고유명사는 우리가 사용하는 명칭을 그대로 로마자 표기법으로 명기하면 될 것을 내국인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우리 스스로의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한국에 여행 왔을 때 그들의 입에서 찾고자 하는 곳의 이름을 누구나 듣고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명칭을 듣고 우리도 모르는 이름이면 곤란하지 않은가? 자신들도 모르는 곳에 외국 관광객을 초대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신문 칼럼에서 제안한 것처럼 외국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면 고유 명칭에 괄호를 사용해 ‘경복궁’은 ‘Gyeongbokgung(Palace)’으로, ‘남산’은 ‘Namsan(Mountain)’으로 표기하면 고유 명칭도 살리고 그 대상물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정부의 방침은 도로 표지판이나 관광 지도마다 제각각인 지명과 문화재의 영문 표기를 일원화하겠다고 했고, 막상 내가 도로 표지판을 보니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외국 관광객을 위한 배려라고 하지만 과연 외국인에게 어떻게 기억되는 것이 옳을까?

2013년 고려대장경을 두고 UCLA의 로버트 버스웰 교수는 “‘2013 대장경세계문화축전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Tripitaka Koreana’라는 말보다는 ‘KoreanBuddhist Canon(한국의 불교 경전 모음)’이라 부르든지 아니면 고유명사화해 ‘고려대장경(Goryeo Daejanggyeong) 또는 팔만대장경(Palman Daejanggyeong)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역설한 적이 있었다.

세계에 우리 역사문화를 알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세계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가 보면 작은 것에도 이야기를 만들고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곳들이 많다. 표기법을 바꿈으로서 도로의 표지판과 관광지의 안내 표지판을 모두 바꾸어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말고 알찬 콘텐츠를 갖추는데 힘을 모았으면 한다. 관광지에 설명된 내용을 단순히 영어로 번역하는 것보다는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조금의 설명을 더 보태었으면 하는 욕심을 부려본다. 보여주기식 행정 보다는 속을 알차게 채워 힘들여 찾아와 준 외국 손님에게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방법으로 정부의 관광 정책이 충실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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