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 세월 거친 나무에 새로운 숨결 불어넣다
수백년 세월 거친 나무에 새로운 숨결 불어넣다
  • 황지예기자
  • 승인 2015.07.19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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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목장 단원 정진호<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9호>

 
진주시 명석면 단원공방. 그곳에는 풋풋한 나무향이 난다. 그 곳에 반세기 가까이 목가구의 명맥을 잇는 단원 정진호(63) 장인이 있다. 그는 수백 년의 세월을 거친 나무에 새로운 숨을 불어 넣는다.  그의 손을 거쳐 경이로움 마저 느껴지는 예술작품으로 완성된다. 나무 스스로 품은 목리는 목가구의 문양으로 자리잡고, 먹감나무로는 한 폭의 수묵화 속 강과 산수화가 나타난다. 겸손하며 묵묵한 시간 속에 탄생한 작품을 보면 겸허해 진다. 목가구는 시간이 흐를수록 높은 가치를 갖는 만큼 정진호 장인이 남긴 예술작품의 가치는 무한하다. 진주시 명석면은 한국 전통목가구의 명성이 살아있는 곳이다. 전통방식으로 기능을 전수받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장인들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모여 있다. 진주시가 명석면을 목가구명소로 만들기 위해 목가구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월 속에 빚어온 작품들이 빛을 발하도록 진주 사람들이 소목을 사랑하고 한국을 대표해 세계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나무향이 좋고 나무결이 좋았습니다.

무뚝뚝한 나무를 오롯이 
내 손길로 가구를 만드는 일이
세월 견디다 보니 천직이 되었습니다.
그저 열심히 재주껏 해오다보니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온 시간이
어느덧 반세기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전통가구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을
모시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제자신의 성과물을
보이고자하는 것이 아니라
저와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길을 가려는 이들에게
앞으로 이 길을 걸어가는데
힘이 되고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입니다’      
- 단원 정진호 

 

다음은 단원 정진호 장인과의 일문일답.

-소목이란
▲소목(小木)은 우리가 같이 생활하는 것이다. 만드는 사람을 소목장(小木匠)이라 부른다. 대목장이 큰 틀을 잡아 집을 짓는 다면, 소목장은 집안에 자리 잡는 가구를 만드는 것이다. 소목의 특징은 나무문양을 그대로 살려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완성품에서 나무 결자체가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어낸다.

-선생님의 고향은
▲고향은 경북 포항이다. 만14살 서울로 상경해 20대 중반에 진주로 내려와 40년을 진주에서 살고 있다.

-처음 목공예를 배운 시작은
▲서울 을지로에서 나무로 조각을 하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 그때 목공예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 서울의 신세계공예사에서 3년여를 시작으로 서울에서 9년 정도 목조각 기술을 익혔다. 

▲ 촉석루 논개사당 영정봉안대 작품.
-목조각과 소목을 하신지 얼마나 되셨나
▲1967년도에 시작했으니 약 50년이 되었다. 서울에서 목조각 9년, 진주에서 소목을 21년을 배웠다. 독립해 공방을 운영해온지 어느 덧 20년이다.

-진주에서 소목을 하시게 된 계기는 
▲1976년 20대 중반 무렵 좋은 목조각 예술작품을 위해서는 소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소목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경주 김동학 선생의 소개로 진주로 내려와 이조공예사의 김동진 선생께 2년, 이후 의천공방 정돈산(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선생에게서 19년간 나무를 오랜 기간 동안 건조시키는 방법, 목리와 나무색의 배합하는 전통적 기법을 익혀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을 이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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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목조각과의 필연적 만남
소목명산지 진주에서 수십년 연마
반세기 소목장(小木匠)의 길

묵묵히 전통방식 그대로 고수
오랜 건조과정 거치고 다듬어 
나무결 먹감 조화 이뤄 자연美

수백 년된 나무에 새 숨 불어넣어
한국인의 혼이 깃든 명품(名品)
훌륭한 제자 양성해 맥(脈)잇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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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여 공방을 설립하신 때는
▲1995년 단원공방을 설립했다.

-2003년에 경남무형문화재로 지정되셨다. 어떤 계기나 과정이 있었나
▲1999년도 즈음 부산 광명사 법상을 1년에 걸쳐 제작했다. 그것을 보고 주변사람들이 문화재 신청해보는 게 어떠냐 얘기를 꺼냈고, 시 문화계장이 찾아와 신청 방법을 알려줬다. 그 후에 신청해 지정됐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못했다.

▲ <먹감 문갑사방탁자> 탁자의 전면은 산수화를 연상케 하는 먹감나무의 아름다운 목리를 좌우에 대칭되게 배열하여 자연미를 살렸다.
-중요문화재를 이수하셨는데 도무형문화재가 되신 것은
▲당시 문화재청에서 중요무형문화재를 더 이상 선발하지 않던 시기라 경남도 측에 도문화재로 지정되도록 했다고 한다. 지난해 중요무형문화재 등재 과정에서 전국 소목장 중 4인으로 선발돼 올라가 실기를 치렀는데 2명만이 선발됐다.

-지난 2013년 가지신 개인전에 대해
▲무형문화재 지정 10년차 되는 해 시의 도움을 받아 처음으로 개인전을 가졌다. 경남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 시장님, 전통예술인과 시민들을 모셨다. 생애의 첫 개인전이라 감동에 마음이 벅찼다. 목가구는 전시회를 가지기에 많은 시간과 공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법당의 목가구를 직접 제작을 하셨다는 데에 놀랐다. 불교에 관련된 작업을 하시게 된 계기
▲불교 신앙심이 깊었던 김동진 선생의 영향으로 불단이나 경상 좌대 법상 등 조각이 가미된 작업을 다양하게 함으로써 서울 공예사에서 익힌 목조각 기능을 발휘하게 됐다. 

-그 작품들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

▲진주 촉석루 논개사당 진주향교 전패, 제상, 향로상, 교위를 제작했다. 진주 판문동 보경사 (불단과 법상), 광양 삼광사 법당을 꾸몄다. 태조왕 이성계 의상과 전패(殿牌), 해인사 전패와 부산 기장 광명사 법상 등을 제작했다.

-선생님만의 특유한 점이 있다면  
▲꾸준히 소목과 조각을 하나의 접목기술로 발전시켜오게 됐다. 목공작업을 완성시킨 후 목조각을 직접 한다. 대게 소목장들은 목공 짜맞춤 이외의 일들은 전문 제작자들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 짜맞춤 과정 직전에 맞춤부분의 촉과 홈을 파둔 뒤에 건조실에 일주일 정도 두었다가 나무의 변화유무를 확인한 다음 조립을 한다. 완성 후 뒤틀림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이다. 촉짜임, 연귀짜임, 사개짜임 기법으로 튼튼함과 완성품의 짜임의 미를 살린다.

 -소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보다 작품을 만드는 재목(材木). ‘나무’가 가장 중요하다.

▲ <소나무이층버선농> 수령이 800년된 소나무 고사목으로 만들어졌다. 소나무 관솔 부분 문양을 이용해 다른 어느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어떤 재목을 사용하시나
▲소목에는 느티나무와 소나무 등 국산 나무는 보통 다 사용된다. 그들이 살아온 세월이 적어도 5백년 이상은 되어야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온다.

-수명이 오래된 재목을 어떻게 구하나
▲전국에 나무를 보러 다니는 ‘목상(木商)’을 통해 구입하기도 하고, 지나가다가 좋은 나무가 있으면 동네에 얘기를 해서 직접 사오기도 한다. 어딜 가도 나무를 눈여겨보고 ‘고사목(죽어있는 나무)’이 있으면 구해온다. 태풍이 지난 후 시나 동네주민들이 큰 가지가 부러졌다고 연락이 오기도 한다. 절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나온 ‘고재’를 사용한다.

-그 귀한 재목들을 어떻게 보존하나
▲고재는 건조 상태에서 최고의 소재다. 원목은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해 원목 채로 밖에서 3~5년 정도 두고 자연 건조시킨 후 제재소에서 나무를 켠다. 켠 재목을 다시 5년 정도 밖에 둔다. 이렇게 10년 이상을 거쳐야만 공방 안으로 들일 수 있다. 공방에서도 습기를 받지 않도록 건조실에 보관한다. 이렇게 10년 이상 오랜 시간을 거친 후에야 작품 재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산 나무는 아들이 작업을 하고 아들이 산 나무는 또 다음 대에 손자가 작업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완벽한 작품이 나온다. 

-작품을 제작하는데 얼마나 걸리나
▲제작은 작품에 따라서 다르다. 불단은 1년여 문갑이나 장은 반년정도 걸린다.

-소목장 기능을 어떻게 전수하고 있나
▲2013년 7월 1기생 4명을 시작으로 현재 3기까지 총 15명을 가르치고 있다. 1월과 7월에 전수생을 모집한다. 곧 4기가 시작된다. 7월 18일에 1기생 4명의 첫 수료식을 공방에서 가진다. 2년간 수료과정을 잘 마쳤고 앞으로도 작업을 계속 해나간다. 처음 6개월 간 끌을 갈고 대패질 하는 힘든 기초과정만 넘고 나면 전통 특유의 짜임기법이 특이해 하나씩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내 욕심에는 내가 가진 기능을 다 가르쳐주고 싶어도 끈기가 없으면 못 한다. 1기생들이 잘 해낸 것이다.

▲ 무형문화재 지정 10년차 되는 해인 2013년 5월 첫 개인전을 가졌다. 사진은 오픈식 모습.
-소목을 계승하기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예부터 진주 소목이 유명하다.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시민들과 시의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시장님께서 지난 전시회, 목가구 센터 설립 등 목가구에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가족들에 대해
▲아들(정연호씨)이 뒤를 이어 전승공예대전, 공예품경진대회에서 수상했다. 이 분야에서 석사까지 공부했으니 앞으로도 잘 할 거라 믿고 있다. 한결 같은 부인에게 항상 고맙게 여기고 있다. 

-앞으로 이루고 싶으신 것
▲훌륭한 제자들을 양성하고 싶다. 제자들을 위해 소목의 맥을 잇기 위해 앞으로 전수관을 마련했으면 하는 오랜 소망도 있다. 그리고 제가 앞으로 기회가 온다면 중요무형문화재가 되어 봐야지 싶은 생각이 있다. 황지예기자

단원 정진호(鄭鎭昊)

현) 경상남도무형문화재 29호 소목기능보유자
단원공방운영
 
1953년생
1967년 서울 신세계 공예사
1976년 진주 이조공예사 (김동진)
1978년 진주 의천공방(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정돈산)
1992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이수
1995년 진주 명석면 단원공방 설립
2004년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9호 소목장 기능보유자 지정

-심사
2002~2006년 경남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2006~2008 경상남도 QC추천상품 심사위원
2009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심사위원
2011 성산미술대전 심사위원
2012 부산미술대전 공예부문 심사위원
2013 3.15미술대전 심사의원 외

-수상 표창
1988,1989년 불교 미술전람회 다수 수상
1989  전승공예대전 등 다수 수상
2009 경남도지사 표창
2011 한국중요무형문화재기능보존협회 감사장
2012 경상남도교육감 감사장
2012 국립산림과학원 감사패

- 주요작품 소장처
1996년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행사 연(輦)
1999년 대한불교 조계종 광명사 법상 (부산 기장)
1999 남해 보리암 태조 이성계 감실 전패, 연(輦) 
2000년 경남 산림환경연구원 대형노거수
2005년 진주 판문동 보경사 불단 및 법상
2008~2010 경기도 국립수목원 전통 목가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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