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불행 사이
행복과 불행 사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7.21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영/소설가

인생은 뭘까? 누구는 온갖 고통이 넘실대는 ‘고해의 바다’라고 한다. 또 누구는 원죄를 뒤집어쓰고 태어나서 그걸 씻어내야 된다고도 한다. 인간은 원래 악한 마음을 지니고 태어난 악인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원래 선한 마음을 지니고 태어난 선인이라고 하기도 한다. 혹은 인생은 행과 불행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직조되어지는 천과 같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이는 인생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라고 강변하고 행복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도 한다.


인생이 고해의 바다이든 악한 마음을 갖고 태어났든 선한 마음을 갖고 태어났든 장애를 가능한 모두 극복하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 하나로 모아진다는 데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조금만 생각해도 우리 인생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고 그 행복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과정이 생활이고 인생이다. 이 ‘과정’이라는 말에 한번 생각을 모아보면 인생이 금방 달리 보인다. 그 결과 뿐만이 아니라 그 결과를 위해 일하는 과정, 바로 그것이 나의 인생이란 말이지.

식당에서 알바를 해봐서 아는데 손님이 많은 식당의 일은, 특히 써빙은 무척 힘들다. 손님은 밀어닥치지, 저 테이블에서는 김치를 더 달라지, 이 테이블에서는 시원한 물 갖다달라고 성화지, 식사가 끝난 테이블 치워야지, 주방에서는 음식 가지고 가라고 빽빽거리지....... . 하루 종일 일하면 일당 5~6만원 받는데 그 일당만 생각하며 일하면 진짜 지겨워 죽는다. ‘지이겨어워!!!’ 소리가 입으로 생목처럼 올라온다. 그리되면 일하는 사람도 더 힘들고 주인도 짜증나고 손님도 재미없을 것이다. 그렇게 지겹게 정해진 시간을 채우고 5~6만원을 손에 쥐고 보면 이번엔 진짜 피곤하다. 그 식당을 나서는 순간 피곤이 마치 내 몸을 쥐어짜듯이 엄습해 온다. 돌아와서 벽에 다리를 거꾸로 세워주며 끙끙 앓으면 ‘사는 거 더럽네’ 불만의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게 바로 불행의 모습이다.

인생을 살며 결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이 내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그 과정을 온전히 내 인생으로 살면 똑 같은 상황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소탈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좀 달라지는 게 아니라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손님이 밀어닥치면 옴머, 또 돈이 밀어닥치네, 마음 속으로 외쳐보자. 저렇게 손님이 밀어닥치니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거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얼굴엔 미소가 마음엔 보람이 살짝 들어앉지 않을까? 여기 저기서 동시에 무엇 달라 무엇 달라고 하면 잠시 기다려 달라고 활짝 웃으며 우선 말로라도 정리를 해주자. 그래도 손이 바쁘면 주인에게 말해주자. 손이 더 필요하다고. 주인이 사람을 더 구하지 않고 구시렁거리면 과감하게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굿바이’를 고하자. 까짓거, 세상은 넓고 식당은 많다.

그렇게 즐겁게 일한다고 몸이 피곤하지 않은 게 아니다. 그래도 피곤을 푸는 것도 좀 적극적으로 풀어주자. 돌아와서 집에서 큰 ‘대’ 자로 누워 우선 내 몸을 쉬게 해주고 자기의 몸에 알맞은 스트레칭을 해주자. 집이 좁다고? 그럼 가까운 골목에라도 나가서 해도 되는데...... 아무튼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건 거의 진리인 것 같다. 암 같은 독한 병이 걸렸는데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안 아프다, 안 아프다 고 한다면 낭패다. 그럴 때는 적절한 치료와 함께 마음도 굳게 가질 일이다. 많은 의사들이 증명했다. 이겨낸다고 마음먹은 사람은 대개 이겨낸다고. 특히 평소에 어떤 어려운 일도 지혜를 모으고 성실하게 이겨내는 생활을 해온 사람은 병도 잘 이겨낸다고. 이기는 습관으로 이기는 인생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가르치는 아이가 물었다. 우리에게도 ‘도라에몽’이 있을 수 있을까요? 나는 즉각 대답했다. 있다고, 이미 우리 몸 속에는 도라에몽이 있다고. 그 아이의 책상 앞에는 알림장을 안 쓴 벌로 써야 하는 깜지가 두 장이나 놓여 있었다. 에이포지 두 장만한 종이에 원고지 칸의 반만한 조그맣게 칸이 쳐진 종이였다. 내가 덧붙였다. 지금 네가 하기싫다고, 두 장을 언제 다 쓰냐고 심퉁을 부리지 말고 에이, 할 수 없다. 알림장을 안 쓴 건 내 잘못이니 깜지를 쓰는 거다. 확, 빨리 써버려야지!! 라고 큰소리로 말하고 쓰라고.

한 사람이 스스로 결심하고 앞으로 나아가면 놀라운 돌파력이 추가된다고 한다. 살다가 결혼을 하거나 이사를 하거나 집을 팔거나 집을 사거나 상을 당하는 등의 큰 일에는 집중한다. 그러나 한 순간 한 순간이 바로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방심을 잘한다. 버스 안에서 서 있는 것도 내 인생이다. 좀 더 편한 자리가 있으면 제때 찾아 앉고, 혹시 나보다 더 몸이 더 늙고 불편한데 내 앉은 곳 옆에 서 있지는 않은지 살피자. 모쪼록 매순간 내 속의 도라에몽을 불러내러 행복을 창출하자, 매 순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