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우리를 바꾼다
변화가 우리를 바꾼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7.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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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학교 게임·영화학부 교수

한 번쯤은 개구리와 물의 관계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개구리를 처음부터 끓는 물에 집어넣으면 물 밖으로 나오려고 발버둥을 친다. 하지만, 미지근한 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불을 집히면 끓고 있는 물 속에서 개구리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의 변화를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빠르게 변화되어지는 것에는 적응하려고 노력도 하지만 힘들어 하기도 하면서 ‘급작스런 변화를 가져왔다’라고 한다. 하지만, 너무나 서서히 변화되어 간혹 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게 변화하는 것들을 통해서는 ‘자연스럽게 변화되었다’고들 한다. 난 간혹 매트릭스 영화에서 본 세상처럼 이 세상도 누군가에 의해 서서히 조정당하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이 변화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1996년 중국 길림성의 백두산을 보기 위해 처음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 신문과 사전 자료들을 디지털 입력 작업을 위해 연변에 두 번째 방문을 했었다. 비용 차원에서 한국에서 입력 작업에 드는 비용 보다 조선족을 통한 비용이 훨씬 절약이 되었기 때문에 기획된 일이었다. 그 때만 해도 연변은 컴퓨터를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시기여서 연구원에서 사용하지 않는 5대의 컴퓨터를 가지고 갔던 기억이 난다.

연변의 주변 환경은 우리의 70년대 초반 정도의 수준으로 20년 정도의 차가 있어 보였다. 밤 6시만 조금 지나면 거리에 걸어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고 조용한 도시로 변해 버려 밤 늦게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가장 힘든 것이 화장실과 마구 버린 쓰레기로 지저분한 도로가 아직도 생생하게 내 기억에 남아 있다.

중국의 경제 발전 속도를 얘기하면서도 북경과 상하이, 그리고 주요 도시들 중심으로만 얘기를 했었다. 20여년이 지나 지난 주 연변을 다시 방문해 20년의 격차는 이제 겉모습으로는 거의 한국을 따라 잡은 듯해 보였다. 한국을 방문한 연변 관료가 한강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연변에 재현해 놓았다고 한다. 강 양옆으로는 고층의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강을 연결하는 대교들에서는 나름의 의미를 가진 디자인의 다리 모양으로 건축을 하고, 화려한 야간조명등이 밤을 밝히고 있었다. 주민들을 위해서 조성한 거리 중간중간의 광장에서는 크고 작은 공연들이 펼쳐지고, 공원에서는 음악 소리에 맞추어 춤과 노래가 끊이질 않았다. 늦은 밤 시간에는 강 중앙의 광장에서는 중국 음악에 맞추어 조명과 어우러진 분수쇼를 볼 수 있게 꾸며 놓았고, 연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놀이 공원은 야간 개장을 하고 있었다.

20년의 시간은 아주 길면 긴 시간이다. 큰 건물이 호텔과 음식점뿐이었다면 지금은 괜찮은 위치에는 은행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있고, 호텔은 15층 정도의 고층 건물로 변신해 있었다. 주상복합아파트가 강을 중심으로 들어서 있고, 다양한 종류의 상점들이 도로 양옆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은 한국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지저분한 택시 몇 대에서 집집마다 자가용을 운행하고, 2차선의 시골길이 6차선 도로를 바뀌고, 차들로 가득 메운 모습에 나는 “변화”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짐작해 본다.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완전히 폐허가 된 도시에서 지금의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시로의 변모를 외국인들이 보고 지금의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빠른 변화에 쉽게 적응하는 젊은 세대들이 세상을 더 빨리 바꾸어 갈 것이다.

우리는 역사 왜곡을 얘기할 때 일본을 먼저 적대시 하지만, 중국의 박물관과 전시관 등을 통해 우리의 고대 역사는 중국의 역사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고 돌아왔다. ‘조선족의 역사는 중국의 역사이다’라고 얘기한다면? 일본의 역사 왜곡도 철저히 준비되고 진행되어 왔던 것처럼 중국의 역사 왜곡도 서서히 조성해 가고 있다. 똑바로 정신 차리지 않으면 우리는 솥에 갇힌 개구리와 다를 바가 없다. 남이 자기 것이라 우겨도 아무 말도 못하는, 우리 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나약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후손에게 넘겨주는 세대는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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