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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문 자리이동이/경남수필문학회 회장·수필과비평작가회 경남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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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28  18: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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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잠시 머물다 갔다. 보름 후면 전역이라 말년 휴가차 온 것이다. 그동안 휑하던 공간이 며칠 동안 사람 사는 맛나게 들썩거렸다. 특별한 음식을 장만 한 것도 없건만 부산스럽게 주방을 들락거렸다. 아들이 떠나고 나니 그전 보다 더 휑하다. 사람하나 차지했던 공간이 이렇게 컸던가. 소리도 빠져나갔는지 진공 속처럼 이명이 울린다.

공허한 마음 다독이려고 파키라 나무둥치를 매만지다 깜짝 놀랐다. 화분에 시커먼 물체가 꿈틀거렸다. 어머나. 또 왔네. 놀라움과 반가움이 살짝 스쳤다. 며칠 걸러 잊을만하면 날아온다. 많고 많은 집들 중에 하필이면 우리 집에 오다니 참 희한한 일이다.

먹구름이 잔뜩 몰려 갑자기 소낙비 내리던 날, 어디선가 비둘기 한 마리가 후다닥 집안으로 들어왔다. 을씨년스런 날씨에 기분까지 음산하여 몇 번이고 내치려 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엉뚱한 방향인 거실로 들어가 구석구석을 뒤뚱거리며 다녔다. 난감했다. 쫒고 또 쫒다보니 빗속으로 내치는 야박한 행동 같아 그냥 단념하고 말았다.

천천히 베란다로 빠져나간 새를 창을 통해 유심히 바라보았다. 새는 오소소 떨며 젖은 날개를 후루룩 털어낸다. 잠시 머물다 갈 요량으로 마땅한 자리를 찾는지 화분 몇 개를 건너기도 하고 주변을 서성거리기도 한다. 먹이를 찾는 듯 보여 과자부스러기를 휙 던져주니 부리로 콕콕콕 잘도 주워 먹는다. 내가 놀란 것처럼 저도 당황했겠다. 이제 쫒길 염려는 놓았는지 여유를 보인다. 그러다 산머루 같은 눈으로 나를 본다. 짙고 깊은 그 눈과 마주치자 가슴이 저릿해 온다.

긴박한 사회의 상황에 따라 재빠른 행동을 취해야하는 아들의 모습이 투영된다. 군대의 엄격한 체제와 훈련으로 몸과 마음이 강건하게 단련되었으리라 믿지만 늘 초조하다. 갑자기 몰아치는 폭우라면 저 새 마냥 어디든 피해 들면 좋으련만 우직스럽게도 사명을 다하느라 제자리를 떠나지 않을지도 몰라. 옷이 흠씬 젖어도 그편을 택할 것이다. 언제나 제복의 상징을 의식하며 올곧은 정신력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괜한 노파심에 잠시 술렁이던 마음을 접는다.

내게로 날아 온 새가 은유를 던진다.

조금 전 새를 내치려 한 행동들에 후회를 한다. 막막하고 두려운 눈빛을 일찍이 알아차리지 못했던 탓이다. 비에 젖은 모습이 애처롭다. 새는 몇 번이고 고개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저를 쫒아내지 않아 고맙다는 뜻일까.

예고 없이 엄습한 날씨에 갈증이 난 듯 잎사귀를 타고 내리는 빗방울을 조조조 삼킨다. 이제 스르르 제 몸을 깊숙이 화분에 눕힌다. 휴식을 취하려나보다.

그 이후 잠깐씩 베란다 창틀에 걸터앉아 쉬었다 갔는데 어제 밤에는 기어코 방충망을 제 몸 만하게 뚫어 놓고 말았다. 따스운 햇살에 파키라 새순이 쏘옥 나온다. 그 촉음에 날개를 요란하게 파닥거린다. 녀석의 근사한 잠자리였던 화분을 손보려 하자 잽싸게 하늘을 차고 날아간다. 쫒아내려던 것이 아니었는데 갑작스런 침범에 놀랐나보다.

잠깐만! 다시 불러들여 모이라도 주고 싶건만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다. 마치 아들이 잠시 머물고 간 것처럼 새도 그렇게 가버렸다. 마음 한 구석이 휑하다. 기다릴수록 그리움이 더 깊어 간다. 어쩌면 조만간 또 날아와 나를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난 어쩌자고 방충망을 이 모양으로 만들었느냐고 꾸짖으며 반색하리라.



약력
이동이
부산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6년 제 1회 MBC 여성백일장 수필 장원
1991년 경남문학 등단
2000년 수필과 비평 신인상 수상
경남문학 우수 작품집상 수상
2014년 경남예술문화진흥원 창작지원금 수혜
제15회 수필과 비평 문학상 수상

수필집 << 바람개비의 갈망>> ,  <<머문 자리>>
경남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장. 창원문인협회 이사
목향수필문학회 부회장. 가향문학회 회장 역임
경남수필문학회 회장. 수필과비평작가회 경남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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