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암(圓通庵)을 다녀와서
원통암(圓通庵)을 다녀와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7.3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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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옛날 하동 화개골에는 절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대표적인 절로 쌍계사와 칠불암을 말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가보지 못하고 알려지지 않은 암자가 더러 있으며, 폐사지도 많다고 한다.


2015년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에 우리학교는 원통암을 찾기로 하였다. 1학기가 끝나는 마지막엔 학교마다 한학기를 마무리하면서 반성의 기회도 갖고 고생한 마음도 훌훌 털어버리기 위하여 교직원들끼리 협의회 및 간담회를 갖기도 하고 문화 유적지나 문화적인 생활을 찾기도 한다. 대부분 학교를 벗어나서 마음의 바람을 새롭게 하기도 하는데 우리학교는 오전에 방학식을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가 근무하는 화개를 다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우리 학교의 학구에서 협의회 및 간담회도 갖고 우리고장을 아는 문화연수를 하기로 하였다. 그러던 중 원통암이라는 말이 나와서 이 지역에 사는 주무관님의 안내로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점심을 의신에 있는 식당에서 먹기로 하고, 분교장을 지나서 의신으로 가는 길은 그야 말로 장관이었다. 길을 따라 흐르는 계곡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물안개와 산으로 덮어가는 안개들이 어울려 도연명이 말하던 무릉도원이 여기가 아닌가 여겨졌다. 그래서 고운 최치원 선생이 화개동천이라는 말을 하였던 것일까? 이수광의 지봉유설에서 우리나라 화개동은/항아리 속 별천지/선인이 옥 베개를 권하니/몸과 세상이 어느 새 천 년일세//골짜기마다 물소리 우레 같고/봉우리마다 초목은 비에 새로워라/산속에 중은 세월을 잊고서/나뭇잎으로만 봄을 기억하네 라고 최치원 선생의 시를 담았는데 정말 어울리는 시라는 것을 알 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 의신 마을에서 원통암을 오르기 위해서 채비를 하였다. 비는 오는지 마는지 옷깃을 적시는 둥 마는 둥이다. 그래도 우산을 챙기고 오르는 길에 서니 원통암을 소개하는 안내문이 먼저 인사를 한다. 서산대사가 출가한절이라고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한글로, 영어로, 일어로, 중국어로.

대성골 가는 길과 같이 오르다 대성골로 가는 길은 옆으로 가고 우리는 계속 마을이 끝나는 곳으로 오른다. 넓던 길이 마을 끝 집을 돌어서니 오솔길로 이어지고 골짜기의 물들이 우리를 반긴다. 물들은 아래로 아래로 나무사이 돌사이로 시원스레이 내려오고 우리는 땀을 적시며 물소리를 음악삼아 가파르게 이어진 길을 꼬불꼬불 걷는다. 우거진 나무사이로 예전에 농사짓던 논들은 묵힌 것도 있고, 고사리고 덮인 논도 있다. 새롭게 조금씩 넓히고 개울을 건너도록 다리도 만들어 놓았다. 계속 가파른 길만 오르다보니 숨이 차오른다. 하지만 나무들이 우거지고 물길과 같이 가는 길이라 차오르던 숨을 식힌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계속 내려서인지 물의 양도 제법이다. 맑은 물은 마음을 씻어내기에 충분한 것 같다. 사진이 잘 나올 곳 같은 곳에서는 폼도 잡아보며 여유를 부린다. 그러다 보니 자그맣게 지은 암자의 문에 오른다. 나란히 앉아 있는 두채의 집 앞을 지나서 해우소를 찾았다.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문구가 적힌 해우소는 옛날의 절에서 볼 수 있는 그대로의 형태를 갖춘 깨끗한 곳이었다. 그리고 동림선사의 부도지를 둘러보고 다시 암자의 본채 앞으로 오면서 시원한 물을 들이키니 가슴속까지 맑아지는 것 같았다. 암자에서 바라보는 앞의 풍경은 정말로 환상적이다. 절을 지키고 있는 스님이 날이 맑으면 광양의 백운산도 잘보이는 명당이라고 하신다. 교직원들은 좋은 경치를 보고 한 컷, 암자를 보고 한 컷으로 인증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이 암자에는 다른 암자에는 볼 수 없는 것이 있다. 대웅전이 아닌 원통암이라는 명패가 있는 본채에는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데, 그 옆에 나란히 있는 건물에는 서산대사의 영전을 모시고 있었다. 서산대사의 영전에 삼배를 하고 사진도 한 컷하니 우리나라의 고승을 대하는 나의 가슴이 뭉클해져 오는 듯하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암자 뒤편은 둘러보지 못하고 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나서는 우리들의 마음엔 서산대사의 훌륭하신 모습이 들어 있었다. 계속해서 내리막이라 쉽게 쉽게 내려오는 발걸음은 가볍지만 그래도 헛디딜까 조심스럽게 입구까지 되돌아오는 길은 자연의 숨소리를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유명한 선인들이 찾던 우리들의 소중한 자연의 곳곳을 둘러보며 선인들이 느꼈을 법한 그 느낌을 조금이나마 알아간다면 행복한 삶에 얼마나 좋은 윤활유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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