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한 가수 이야기
우리시대의 한 가수 이야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0.3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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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민들레공동체 대표
두 주 전 이길승밴드로 알려진 이길승씨를 초청해서 학교에서 음악 특강을 가진 적이 있다. 기타 하나 달랑 들고 그의 이야기와 세상사를 엮어서 노래로 풀어내는 그의 모습은 기존의 가수와는 다른 신선함과 진정성이 느껴졌다. 대부분 자작곡이었는데 그 모든 노래들은 그가 삶 속에서 길어 올린 단순한 언어로 그러나 깊은 공감을 이룬 그런 내용이었다. ‘철수엄마’라는 노래는 강원도 어느 외딴 곳에서 글을 읽지 못하는 엄마를 위해 대학생이 된 철수가 글을 가르친다는 내용인데 그 엄마를 홀로 두고 떠나야 하는 자식의 갸륵한 효심이 젖어있는 실화에 바탕을 둔 노래였다. ‘지하철에서 벌어진 일’은 지하철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한 장사꾼의 익살맞은 입담을 듣는 듯 한 느낌을 공유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노래 부르기를 즐겨하고 또 가수되기를 열망하는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전 국민이 나가수의 열풍에 빠져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노래방은 우리 국민의 필수공간이 되었다.

과도하게 일하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우리의 생활양식을 고려할 때 어쩔 수 없는 자구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 부르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세상. 이렇게라도 토해내지 않으면 하루하루 견디지 못할 것 같은 세월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길승씨는 ‘고통의 크기가 아름다움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을 했다. 삶의 고통과 실존을 극복하고 해소하는 문화와 예술의 힘이고 위로인 것이다. 노래와 그림은 그래서 위로가 되는 것이고 영화와 연극은 그래서 간편한 우리의 구원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삶에 시달리는 사람들, 가난과 절망의 그늘을 걷는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와 예술의 아름다움을 누릴 기회를 더 마련해야 하고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공원과 도서관 등 공유공간을 더 열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길승씨는 대전에서 거리공연을 한다고 했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 그러나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느린 발걸음에서 숨겨진 아름다움이 있다고 그리고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고 위로받자고 세상을 따뜻하게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이름 한번 내 보려고, 가수로 출세해서 한 방에 명예와 돈을 거머쥐려고 하는 한탕주의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가 있고 세상살이와 함께 호흡하는 노래가 우리 땅 어느 구석에서 들려진다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온다.

그는 가수는 ‘자기 속도에 어울리는 노래를 해야한다’고 얘기도 했다. 수많은 가수는 시대의 갈망과 욕구를 대변해서 노래하기는 하지만 가수 자신의 삶의 속도에 어울리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얼마나 될까?
그래서 기교와 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가수들의 삶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청중들은 여전한 환상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순간순간 도취하고 대리만족을 주는 노래가 아니라 그 노래와 그 춤으로 우리 삶을 한 걸음 더 걸어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얻기 원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시대의 가수는 이미 공인이고 삶의 동반자가 된 것이다.

‘작곡이란 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작곡가가) 노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라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작은 한 소절이 떠올랐을 뿐이지만 그것은 이미 이 세상에 숨겨져 불리워지기를 원한 한 노래의 발견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이 세상에는 노래가 숨겨져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작곡가는 단지 이 노래를 발굴할 따름이며 가수의 입을 통해 표현할 따름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세상인가! 가수가 아닌, 작곡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조차 이 세상이 숨겨진 노래로 가득하다는 상상은 얼마나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가?

지금 가수가 부르는 대다수의 노래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주제가 대다수다. 이것은 인생최대의 주제이기에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더 많은 노래되어져야 할 주제들이 있다. 아기들의 성장과 청소년들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우리의 가정의 소중함을 노래할 주제도 전무하다. 취직하다 좌절된 청춘들의 슬픔도 위로해야 하고 희망이 쉬 보이지 않는 우리의 현실을 자극하고 도전하는 도발적인 주제들도 더 들려져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가수는 더 깊고 넓은 세계관을 가져야 할 것이고 세상과 노래를 이어가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될 것이다. 가수가 인기 있는 시대이고 가수의 역할이 커지는 시대이다.

‘그 노래로 인하여 우리시대는 희망과 꿈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그 노래가 더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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