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노길호
의사 노길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8.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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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노길호 선생님은 의사다. 정말 대단하고 훌륭한 의사다. 그런 의사가 우리 동네에 있다니,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이 맞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나는 행복하다. 나 뿐 아니라 우리 동네 사람들 모두 복 많은 사람들이다. 실제 우리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이 병원의 신세를 많이 진다. 오늘은 이 의사 선생님이 우리 동네 사람들을 어떻게 행복하게 해주는지에 대해 찬미하는 것으로 지면을 채우고 싶다. 제대로 하자면 지면이 모자라겠지만 요령것 해봐야지.


내가 노길호 선생님을 처음 알게 된 건 외삼촌 병간호가 계기가 됐다. 외삼촌은 노환으로 척추에 병이 났다. 강남에 있는 고씨가 운영하는 소문난 큰병원에 두어 달 치료를 받았는데 치료를 받을수록 돈만 들고 병의 차도는 없어서 고민을 했다. 광고를 보고 갔던 것인데 돈이 들어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된 게 사람이 아파서 병원엘 갔는데 의료보험 적용이 전무할 수가 있단 말인지. 한번 가서 단 1분 상담받고 주사 몇 대 맞는데 거의 35만원이었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고 허가낸 강도라더니, 강도가 따로 없었다.

우리는 고씨의 병원을 계속 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했다. 오래 고민하지 않아 두 가지 원칙을 정해서 병원을 바꾸자고 결정을 했다. 한 가지는 규모가 크고 너무 광고를 많이 해서 유명한 병원은 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최소한 의료보험이 적용이 되는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올바른 결정을 하니 당장 좋은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동네 아주머니가 좋은 병원을 소개해주었다. 그 병원이 바로 노길호 선생님이 운영하는 ‘조은 재활의과 병원’이다. 고씨 병원에서 질린 후에라 우리는 반신반의하면서 그 병원을 찾아갔다.

병원 대기실에 들어서니 할머니 할아버지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그야말로 득실득실 했다. 첫인상이 딱 서민들의 병원이라는 표가 났다. 명문대를 나오시고 약국을 지금도 경영하는 외삼촌은 내색은 없어도 그 서민 분위기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은 눈치였다. 예약시간이 되어 드디어 노길호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웬걸, 의사는 더 서민냄새를 펄펄 풍겼다. 편안해 보이기는 하지만 낡은 구두는 더 편하게 아예 뒷축을 구겨신고 바지는 무릎 뒤가 구겨져 있었다. 의사 가운도 얼마나 오래 입었던지 보풀이 일어 있었다. 얼굴 역시 나는 소탈하고 정직한 사람이라는 표시를 확 냈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큰 편인 코 끝이 둥글둥글 믿음직하고 동안이었다. 얼굴을 익히고 나서 내가 동안이라고 말해드렸더니 좋아서 얼굴이 빨개졌다.

주사를 다섯 대 맞고 물리치료까지 받았는데 치료비가 단돈 만이천 원이었다. 우리는 계산이 잘 못됐나 해서 오히려 어리둥절했다. 무엇보다 가까와서 좋다고 우리는 입을 모았다. 우리 동네가 경기북부인 고양시인데 강남 고씨 병원으로 가자면 택시비가 삼만원을 넘는다. 그런데 마을버스를 타고 조금만 가면 되니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다 좋고 치료가 효과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워낙에 외삼촌의 병이 완치가 안 되는 병이고 치료가 느린 병이기는 했지만 아주 조금씩이라도 좋아져야 치료를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고씨 병원에서 비싸게 주고 얻은 외삼촌의 병 증세에 대한 정보를 그대로 노길호 선생님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노길호 선생님께 처음 치료를 받은 외삼촌이 고씨 병원에서 주사를 놓던 위치하고 노 선생님의 주사 위치가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치료의 내용은 똑 같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왜 고씨는 의료보험을 적용해주지 않느냐고 우리 가족은 또한번 고씨를 의사도 아니라고, 아주 싸가지 없는 사업가일 뿐이라고 성토를 했다.

치료효과에 있어서도 노길호 선생님이 주효했다. 고씨 병원에서는 치료를 받은 그날은 조금 좋아졌다가 그 다음날 바로 통증이 원래대로 심해졌는데 다행히도 노길호 선생님의 치료를 받으면 이틀 정도는 확실히 통증이 가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치료 초기에는 일주일에 두 번 병원엘 갔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간다. 노길호 선생님의 치료를 받고 나서부터 차츰차츰 좋아져 지금 외삼촌은 전에 하던 일상생활을 그대로 회복했다. 생명의 은인이 따로 없다며 외삼촌도 좋아하신다. 나도 서민인데 뭐, 하시며 서민분위기도 좋다고 하신다.

그날은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노길호 선생님이 머리카락을 연갈색으로 염색을 했다. 훨 인상이 부드러워보인다고 말씀드렸더니 좋아하며 또 얼굴이 붉으졌다. 어느 날엔 안색이 안 좋아 보여 어디 아프시냐고 물었더니 지난밤 친구들이랑 술을 마셔서 그렇다고 소탈하게 말씀하셨다. 볼수록 정이 가는 사람이다. 실은 그런 귀한 사람들이 계셔서 세상은 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 것이다. 우리 동네에 진짜 좋은 선생님이 계셔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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